[포토에세이]가을은 평화를 줍니다, 저 땅에도
경향신문/오피니언/테마칼럼/ 입력 : 2004-09-16 16:27:05
한때 난지도(蘭芝島)는 서울 속에서 가장 외진 유배지였다. 수려한 이름과 달리 용도폐기된 쓰레기들이 트럭에 실려 마지막으로 찾는 땅이었다. 한때 화려했던 모든 것들도 그곳에 오면 오직 한가지 이름일 뿐이었다. 한 시대 우리들의 버려진 욕망이 죄 거기 묻혀 산이 됐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 위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던 난지도 사람들도 많았다. 삶의 막판까지 떼밀려 온 이들이 판잣집을 짓고 쓰레기를 뒤졌다. 그네들에게 삶은 막장 같은 어둠이었겠지만 그들을 아버지라 부르고, 어머니라 부르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냄새나는 쓰레기에 몸을 던졌다. 한때 쓰레기 속에서 뭉칫돈이나 다이아몬드를 주워 팔자를 고친 이들도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호사가들의 상상력이 만든 낭설일 뿐 그곳은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유배지였다.
흙먼지를 날리며 난지도를 찾던 수백대 트럭들의 소음이 멈춘 지 이제 10년여.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을 확인하고 싶다면 난지도에 가볼 일이다. 해발 98m 높이에 조성된 하늘공원은 가을의 한가운데서 바야흐로 황금물결이다. 올해 첫 수확을 앞둔 벼가 누렇게 익어가면서 주변 억새밭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고개 숙인 벼이삭 위에 메뚜기 한 마리가 천연덕스럽게 올라앉아 어서 빨리 가을이 깊어지라고 재촉한다.
어디로 갔을까, 쓰레기 매립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서울의 경계에서 버티던 사람들은. 그 깊은 땅 속에서 우리들의 버려진 욕망은 아직도 썩지 않고 버티고 있을 테지만 저 혼자 무르익는 가을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다. 고개 숙일 수밖에.
〈사진 노재덕 포토에디터·글 오광수 기자 photoroh@kyunghyang.com〉
난지도(蘭芝島)... 쓰레기 더미 위 해발 98m 높이에 조성된 하늘공원...장관이다...^-^
난지도에 가서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 했다...ㅎㅎ...^-^
- 2012년 12월10일 월요일 오전 8시50분...수산나 -
하늘공원~ 탐방객안내소
하늘공원~ 황토볼지압로
하늘공원~ 쉼터
하늘공원~ 산 하늘문
하늘공원~ 하늘을 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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