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08 글/시]맹상학 마르첼리노 신부님의 유서/'화'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2023년 4월8일(토) 성토요일, 오늘의 글/시]
2023년1월 31일에 선종하신 대전교구
맹상학 마르첼리노 신부님의 (이주사목부 전담, 향년 53세) 유서입니다.
♡ 내가 사랑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
바람처럼 홀연히 이 세상에 왔다가 구름처럼 하느님 품으로 흘러갑니다.
'하느님은 정말 사랑이십니다' 는 말씀처럼 천년을 하루같이 사시는 그분 속으로 홀로 걸어 들어갑니다.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마음 때문에' 두렵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믿고
섬기고 사랑했던 그분을 이제 곧 만날 수 있다는 '마음 덕분에' 설렙니다.
사제는 '사랑에 빚진 자'라고 했죠. 하느님 사랑에 빚지고 부모님 사랑에 빚지고 세상 사람들 사랑에 빚만
진 한 사제가 사랑하는 어머니와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가슴속 깊이 묻어뒀던 글을 남깁니다.
이 세상에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 마리아! 불교도였던 어머니!
자식들이 사제품을 받지 못할까봐 낯선 종교에, 낯선 기도문, 낯선 세례명을 십자가처럼
평생 걸머진 사랑 많은 나의 어머니!
천주교 신부되면 마누라 없이 평생 혼자 살아갈 것이 걱정되셔서 뒤돌아
눈물을 훔치시던 호수 같은 우리 어머니!
남편 요셉을 성요셉축일에
하늘로 먼저 보내시고 홀로 밤을 지새우셨던 어머니!
그래도 아버지 곁에 묏자리를 사놓으셨다고 죽어서도 남편 곁에 있을 수 있다고
마냥 소녀처럼 행복해 하셨던 우리 어머니! 평생 쌓아둔 중압감을 못 이겨 중풍까지 끌어안고
휠체어에 앉아 홀로 집에서 수도자 처럼 수행생활을 하고 계신 어머니 마리아!
어머니가 그렇게 바라던 지혜로운 며느리와 토끼 같은 손자손녀를 품에 못 안겨드려서 미안합니다.
외로워하시는 어머니 곁에 있어 주지 못하고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간간이 드리는 용돈, 생활비로 스스로 아들 노릇 다했다고 자족했던 이 불효 자식을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어머니! 바람이 찹니다.몸 건강하세요!
이제 둘째 아들, 둘째 신부(神父)는 먼저 떠납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마셔요!
언젠가 형님 신부님이 아버지 장례미사 강론 때 이야기한 것처럼 어머니가
힘들 때마다 천사가 돼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 곁에 머무를 겁니다
어머니가 외로울 때면 어머니 꿈속에 나타날게요.
우리 아주 가끔씩 꿀같은 데이트를 해요!
어머니 덕분에 이 아름다운 세상 잘 쉬다 갑니다.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하고 먼저 가서 미안합니다.
엄니! 행복하세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영원히 주님 안에서….
제가 평생 섬겼던 주님은 아무 것도 없이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제 사제관을 뒤져보면 남은 것이 많이 나올 겁니다.
하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 주십시오.
그리고 만약 교회가 허락한다면 화장해서 뿌려주십시오.
사제품을 받고 첫 사순시기 때 장기기증을 서약했습니다. 쓸 수 있는 장기는
필요한 사람에게 주시고 각막은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선물해주십시오.
2명에게 각막을 선물 해줄 수 있다 해서 사제로 사는 동안 세상에 더러운 것보다 거룩한 것, 아름다운 것
많이 많이 보려고 노력했으니, 제 각막을 갖게 되는 사람은 여생 동안 사랑스럽고 행복한 것만 바라보길 원합니다.
끝으로 행여 이 부족한 사제로 말미암아 상처 받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수행이 부족해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하고,
더 나누면서 살지 못하고, 더 용서하며 살지 못하고,
더 겸손하지 못하고, 더 사랑하며 살지 못해서
나와 관계를 맺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사람으로, 교회의 종으로 살게 해주셔서….
사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늘나라 가서 하늘 아버지 만나면 청하고픈 한 가지가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하느님 사제로 살고 싶습니다."
2023년 01월
대전교구 맹상학 마르첼리노 신부 선종(2023. 1)
* 신부님의 평화로운 안식을 위해 기도부탁드립니다.
'화'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울화병이라 불리는 '화병'은
분노와 같은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여
화(火)의 양상으로 폭발하는 증상이 있는
병을 말합니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화병(火病)을
'hwa-byung'이라고 등재됐을 정도로
한국 문화에서 특히 자주 발생하는
독특한 현상입니다.
특히 신체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는 시기에
많이 나타나기에 노년기를 아름답게 맞으려면
무엇보다 '화'를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심지어 '앵그리 올드'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노년기에 접어들면 젊은 세대의 싸늘한 시선에
소외감과 무시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을 느끼며
이런 감정들이 쌓여 쉽게 분노가 생긴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년기 분노의 큰 원인으로
'상실감'을 꼽는데,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건강과
은퇴를 기점으로 상실하는 경제적 능력은
사회로부터 큰 소외감과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년기는 인생에서 후반전일 뿐입니다.
미켈란젤로는 90세 때까지 피에타를 조각하고
성 베드로 성당의 벽화를 그렸습니다.
베르디는 85세 때 '아베마리아'를 작곡했으며
시인 괴테는 대작 '파우스트'를 83세에
완성했습니다.
화를 뜻하는 단어 'anger'가
위험이라는 단어 'danger'에서 'd'만 빼면 완성됩니다.
화를 내는 것은 곧 위험의 신호임을 깨닫고
노년기를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를 찾아야 합니다.
화가 날 상황과 마주할 때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첫째, 평소 느끼는 감정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속상하다', '슬프다' 등 표현을
직접 말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둘째,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에너지를 분출합니다.
운동하기, 글쓰기 등 자신만의 취미는
감정을 환기시켜줍니다.
셋째,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합니다.
감사는 상대와 자신을 모두 기분 좋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기에 긍정적인 말과
감사의 말을 아끼지 마세요.
화를 내면 주위의 사람들은 많은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상처를 입는 사람은
바로 화를 내는 당사자 당신이다.
- 레프 톨스토이 –
<따뜻한 하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