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12 글/시]용서의 기쁨(이해인)/정상 경험(안젤름 그륀)
[2023년 4월12일(수) 부활팔일축제 수요일, 오늘의 글/시]
용서의 기쁨/이해인
산다는 것은 날마다 새롭게
용서하는 용기
용서 받는 겸손이라고
일기에 썼습니다
마음에 평화가 없는 것은
용서가 없기 때문이라고
마음에 기쁨이 없는 것은
사랑이 없기 때문이라고
나직이 고백합니다
예수님도 말씀하시네요
일곱번씩 일흔번이라도 용서하라고
마음에 드는 사람 뿐 아니라
원수까지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고--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하늘문 가까이 이를 수 있겠지요?
수백 번 입으로 외우는 기도 보다
한 번 크게 용서하는 행동이
더 힘있는 기도일때도 많습니다.
누가 나를 무시하고 오해해도
용서할 수 있기를
누가 나를 속이고 모욕해도
용서할 수 있기를
간절히 청하며 무릎을 꿇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용서하는 기쁨
용서 받는 기쁨입니다.
정상 경험
정상 경험의 한 가지 관점은
우리가 완전히 혼자라는 것이다.
다비드 슈타인들 리스트는
'혼자'allein라는 단어를 모든 것과
하나all-sein가 되고 또 자기 자신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이것은 초기 수도승 생활에서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기타
Dionysius Areopagita
(6세기 초 저술가)는
'수도승'monachos이라는
단어를 '하나'monos에서
유래된 것으로 해석한다.
수도승은 자기 자신과 하나인 동시에
모든 사람 그리고 모든 것과
하나인 사람, 즉 완전히 '하나'인 사람이다.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는
기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수도승은 모든 사람과 떨어져 있지만,
모든 사람과 하나로 결합된 인간이다.
수도승은 그들이 자신과
하나라는 사실을 안다.
왜냐하면 그는 늘 모든 인간에게서
하느님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수도승은 온 우주와 하나임을 느낀다.
베네딕도 성인은 한 줄기 햇빛 속에서
온 세상을 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이 묵상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온 세상과 하나가 된다는 말은
내가 모든 것을 순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모든 것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는 심연을 바라본다.
이 심연에서 나는 창조와 하나이고,
하느님과 하나이고,
공간 및 시간과 하나이다.
이러한 묵상 안에서 나는 공간과
시간이 멈추는 것을 경험한다.
그 순간 나는 영원을 만나게 되고,
영원이 나의 삶으로 들어온다.
Buch der Lebenskunst
「삶의 기술」
안셀름 그륀 지음/ 안톤 리히테나우어 엮음
-이온화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