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묵]2023년 5월 11일 목요일[(백) 부활 제5주간 목요일]/신부님 강론 4개
[매묵]2023년 5월 11일 목요일[(백) 부활 제5주간 목요일]/신부님 강론 4개
입당송
주님을 찬양하세, 그지없이 높으신 분.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셈. 나를 구원하셨네. 알렐루야.
본기도
거룩한 은총으로 죄인들을 용서하시고
불행한 이들을 행복하게 하시니
몸소 저희를 믿음으로 의롭게 하시고
한결같이 하느님을 섬길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15,7-21
그 무렵 7 오랜 논란 끝에 베드로가 일어나 사도들과 원로들에게 말하였다.
“형제 여러분,
다른 민족들도 내 입을 통하여 복음의 말씀을 들어 믿게 하시려고
하느님께서 일찍이 여러분 가운데에서 나를 뽑으신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다.
8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그들에게도 성령을 주시어 그들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9 그리고 그들의 믿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정화하시어,
우리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차별도 두지 않으셨습니다.
10 그런데 지금 여러분은 왜 우리 조상들도 우리도 다 감당할 수 없던 멍에를
형제들의 목에 씌워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11 우리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주 예수님의 은총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믿습니다.”
12 그러자 온 회중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바르나바와 바오로가 하느님께서 자기들을 통하여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표징과 이적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13 그들이 말을 마치자 야고보가 이렇게 말하였다.
“형제 여러분, 내 말을 들어 보십시오.
14 하느님께서 처음에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서
당신의 이름을 위한 백성을 모으시려고 어떻게 배려하셨는지,
시몬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15 이는 예언자들의 말과도 일치하는데,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16 ‘그 뒤에 나는 돌아와 무너진 다윗의 초막을 다시 지으리라.
그곳의 허물어진 것들을 다시 지어 그 초막을 바로 세우리라.
17 그리하여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내 이름으로 불리는 다른 모든 민족들도 주님을 찾게 되리라.
주님이 이렇게 말하고 이 일들을 실행하니
18 예로부터 알려진 일들이다.’
19 그러므로 내 판단으로는,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서 하느님께 돌아선 이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말고,
20 다만 그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우상에게 바쳐 더러워진 음식과 불륜과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피를 멀리하라고 해야 합니다.
21 사실 예로부터 각 고을에는,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모세의 율법을 봉독하며 선포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모든 민족들에게 주님의 기적을 전하여라.
또는
◎ 알렐루야.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주님께 노래하여라, 온 세상아. 주님께 노래하여라, 그 이름 찬미하여라. ◎
○ 나날이 선포하여라, 그분의 구원을. 전하여라, 겨레들에게 그분의 영광을, 모든 민족들에게 그분의 기적을. ◎
○ 겨레들에게 말하여라. “주님은 임금이시다. 누리는 정녕 굳게 세워져 흔들리지 않고, 그분은 민족들을 올바르게 심판하신다.” ◎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 알렐루야.
복음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5,9-11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9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10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11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이 거룩한 교환의 제사로
한 분이시며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과 저희를 하나 되게 하셨으니
저희가 거룩한 진리를 깨닫고 삶으로 실천하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주님, 언제나 주님을 찬송함이 마땅하오나
특히 그리스도께서 저희를 위하여 파스카 제물이 되신 이 밤(날, 때)에
더욱 성대하게 찬미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죄를 없애신 참된 어린양이시니
당신의 죽음으로 저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저희 생명을 되찾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부활의 기쁨에 넘쳐 온 세상이 환호하며
하늘의 온갖 천사들도 주님의 영광을 끝없이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그리스도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네. 살아 있는 우리가 이제는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분을 위하여 살게 하셨네. 알렐루야.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이 거룩한 신비의 은총으로 저희를 가득 채워 주셨으니
자비로이 도와주시어
저희가 옛 삶을 버리고 새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1.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강론
예전에 성소국에 있을 때입니다. 직원이 출산 휴가를 가면서 임시로 직원을 뽑았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의 유형은 4가지 정도 있습니다. 해야 할 일도 잘 못하고, 출근은 늦고, 퇴근은 빠른 직원입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은 하고, 출근과 퇴근이 정확한 직원입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믿음이 갑니다. 해야 할 일도 잘 하지만, 사람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직원입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해야 할 일도 잘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로 분위기를 바꾸는 직원입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오래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임시로 온 직원이 4번째 경우였습니다. 잘 모르는 것은 늦게까지 배우려고 하였습니다. 어수선한 책장도 깔끔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일정표 관리도 늘 해야 하는 일과 특별한 일을 구분하여 정리하였습니다.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는 것도 주제별로 보기 좋게 올렸습니다.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 두었는데 결혼 생활도 아름답게 할 것 같았습니다.
신앙생활도 4가지의 유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신앙생활을 시작했지만 곧 시들어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의 일에 금세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입니다. ‘때문에’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덥기 때문에, 춥기 때문에 성당에 못 나온다고 합니다. 본당 신부님 때문에, 대모 때문에 성당에 못 나온다고 합니다. 몸에 걸치는 장신구처럼 마음에 들면 성당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가지 않습니다. 주일 미사에 참례를 하고, 피정과 교육에도 참석하지만 의무감으로 성당에 오는 사람입니다. 죄책감과 두려움 때문에 성당에 오기에 기쁨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 분들의 마음이 활짝 열려서 신앙이 감사와 기쁨으로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주일미사는 물론 평일 미사에도 참례하는 사람입니다. 본당의 여러 단체에서 봉사합니다. 반 모임에도 자주 참석하고, 대자들에게도 신앙의 모범을 보입니다. 밤하늘에 별들이 있어서 아름답듯이 이런 분들이 있어서 공동체가 활력이 넘치게 됩니다. 기름진 땅에 떨어진 씨앗이 많은 열매를 맺듯이 성령이 충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산해숭심(山海崇深)’이란 말처럼 영성이 깊은 분입니다. 이 세상에서 이미 하느님의 나라를 살고 있는 분들입니다. 기도, 말씀, 봉사의 삼위일체를 이루는 분들입니다.
성직자들의 유형도 4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듯이 목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사제입니다. 편을 가르기도 하고, 말과 행동에 품위가 없습니다. 성사를 기분대로 집전하고, 강론 중에 훈계를 하거나 야단치는 사제입니다. 취미활동에 집중하느라 공동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사제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제입니다. 형식과 법에 얽매여 있는 사제입니다. 예수님께서 비난하셨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의 모습을 보이는 사제입니다. 복음의 기쁨이 아니라 복음의 의무로 사는 사제입니다.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타인의 작은 티를 먼저 보는 사제입니다. 겸손하고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제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사제입니다. 어르신들에게 예의를 다하고, 청소년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사제입니다. 장례가 나면 거리가 멀어도 기꺼이 연도를 가는 사제입니다. 본당에 활력이 넘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사는 사제입니다. 교우들은 물론 동료 사제들에게도 존경받는 사제입니다. ‘덕향만리(德香萬里)’라는 말처럼 사제의 인품이 주위에 진한 감동을 줍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재물보다 가난을 택하고, 건강보다 아픔도 택하고,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도 택하는 사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임시직이었지만 아름다운 향기를 보여준 성소국의 직원처럼 우리 신앙인들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성직자들이 주님께서 지고 가셨던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가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땅이 ‘새 하늘과 새 땅’이 될 것입니다.
- 2.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강론
언제 어디서든 주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으로 인해 충만한 생명력으로 넘쳐나고 있습니까?
몇 년 전 이맘때 150여 그루의 매실나무를 심었습니다. 그저 작은 꼬챙이 같은 묘목을 땅에 꽂으면서, 제 마음속으로 긴가민가했습니다. 과연 이 연약한 친구들이 자리를 잡을 것인가? 혹독한 추위와 강풍을 잘 이겨내고 무럭무럭 성장할 것인가?
그런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넘어가면서,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별로 해준 것도 없는 데, 키가 성큼 성큼 자라났습니다. 원줄기 굵기도 굵어지고, 이리저리 가지가 뻗어 나가더니, 드디어 올봄에는 그리도 기다렸던 매화꽃이 눈물겹게 피어났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대견스럽고 감사하던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십여 그루 남짓 되는 묘목들은 채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비실비실, 시들시들해지더니 말라 죽고 말았습니다. 미안한 마음 한 가득이었지만, 흉물이 된 친구들을 그냥 두기도 뭣해 뽑아 버렸습니다.
아직도 서 있는 묘목들은 잘 챙겨드려야지 하면서, 퇴비도 뿌려주고, 지지대도 세워주고, 잔가지도 쳐주고, 이런저런 케어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도 같은 맥락입니다.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요한 복음 15장 1~2절)
우리는 모두 주님 포도밭에 서 있는 한 그루 작고 미약한 묘목들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지속적으로 주님 포도밭에 머물면서, 원줄기이신 그분께 딱 붙어 있어야겠습니다.
우리가 비록 한없이 작고 나약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분 가까이 머무르고, 그분과 굳게 결속되어 있을 때, 그분으로부터 넘치는 생명력과 활기를 무상의 선물로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우리 얼굴 상태를 확인해 볼 일입니다. 주님과의 결속이 해이해지면서 우리의 영혼이 시들시들, 메말라가는 것은 아닙니까? 언제 어디서든 주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으로 인해 충만한 생명력으로 넘쳐나고 있습니까?
3. 이영근 신부 복음 묵상
230510.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요한 15,4)
오늘 <복음>은 “참 포도나무와 가지”에 대한 비유입니다. <구약성경>에서 “포도나무”는 ‘이스라엘 백성’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이라는 형용사가 붙어서, 예수님의 진리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참된 진리는 “참 포도나무와 가지와의 관계”, 곧 “참된 진리이신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이 ‘관계’를 “붙어있다, 머물다, 열매 맺다”라는 세 가지 동사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여덟 번이나 반복되고 있는 “머물다”라는 단어입니다.
“머물다”라는 말의 의미는 오늘 <복음>에서 우선 “붙어있음”을 말합니다. 곧 포도나무에 붙어있어서, 다른 데서가 아닌 바로 그 포도나무로부터 수액을 받아먹는 것, 그리하여 “열매를 맺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제자는 예수님께 ‘붙어있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 맺으실 수 있도록 자신을 비워드림이요, 그분의 말씀의 권능이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하여 그분의 ‘참 생명’을 공유하고, 그분과 결합하여 있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사도 바오로 <코린토인들에게 보내는 둘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과 결합하는 이는 그 분과 한 영이 된다.”(1코린 6,17)
그러기에, “머물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상호 불가분의 긴밀한 관계”로 ‘붙어있음’ 말합니다. 곧 “상호내주 혹은 상호공유의 관계”로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벌리는 역동적인 활동이 벌어지는 ‘상호 친교’요, ‘상호교제’요, ‘상호 교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예수님께서는 <사도 베드로가 그의 둘째 편지>에서 밝히듯, 우리를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 하셨습니다.”(2베드 1,4). 참으로 우리는 참 포도나무이신 그분과 이토록 신비롭게 결합되어 있고, 참으로 신비로운 방식으로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 계시며 활동하십니다. 바로 이 ‘공동본성’이 우리에게 신적 진리, 참된 진리를 가능케 하는 자리요, 사랑이 피어나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신비로운 “공동본성”(Connaturality) 결합을 두고, 천사적 박사라 불렸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경탄하여 이렇게 탄성을 질렀습니다. “아, 우리가 하나라는 걸 그토록 모르는가?” 그리고 그는 공동본성에서 오는 사랑의 지혜를, ‘하느님 사랑으로 주어지는 신적 지혜’ 혹은 ‘관상’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신적 진리, 참된 진리에 참으로 머물러 있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가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오늘 <복음>에서 찾아본다면,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라는 말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곧 가지는 나무에 속해 있을 뿐 스스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곧 가지가 나무를 지탱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가지를 존속시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요, 그분께 승복하여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여 참된 사랑의 열매를 풍성히 맺는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요한 15,4)
주님!
당신께서는 무너뜨리지만 열매를 맺어주셨고
부서뜨리지만 새싹을 틔워주셨습니다.
이토록 제 자신이 부서지고서야, 제 자신을 건네주고서야,
당신께 머무르는 법을 배워갑니다.
꽃이 지듯, 제가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게 하소서.
열매가 떨어지듯, 제가 사라지는 것을 서러워하지 않게 하소서.
주님, 저는 오늘도 떨어져야 머물게 되는 이 신비로운 사랑 앞에
떨어지지 못함이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고개를 떨굽니다. 아멘.
4.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 강론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깨달음의 여정, 자아초월의 여정-
어제는 참 아름답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예전의 전형적인 5월 날씨같았습니다. 성모성월 5월에 계속되는 신록과 꽃들로 가득한 파스카의 계절입니다. 어제 코이노니아 자매회 월례 모임도 있었고 회원도 늘어 이젠 12명, 열두 사도 숫자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가장 행복한 분들이고 축복 받은 분들입니다. 행복은 선택입니다.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날, 가장 아름다운 곳 수도원에, 가장 아름다운 분, 파스카의 예수님을 만나고자 수도원 피정을 선택한 가장 아름다운 자매님들입니다.”
강론 시작전 드린 내용입니다. 미사시 입당성가는 244장을 부르도록 부탁했고 퇴장 성가 역시 244장 나머지를 부르니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어제 따라, 나이에 무관하게 꽃처럼 아름다운 자매님들 모습이었습니다.
“성모성월이요 제일 좋은 시절, 사랑하올 어머니 찬미하오리다.
가장 고운 꽃모아 성전 꾸미오며, 기쁜 노래 부르며 나를 드리오리.”
젊음은 나이에 있는 게 아니라 하느님을 찾는 열정의 사랑에 있습니다. 어제 '소띠' 동갑의 12세 연상의 열심한 수녀님께 드린 덕담의 메시지도 생각납니다.
“사랑하는 수녀님은 영원한 현역에, 영혼은 언제나 영원한 청춘이십니다. 축하드립니다.”
제가 요즘 가장 많이 용감하게 사용하는 “사랑하는”이란 말마디입니다. 메시지나 강복할 때 이름앞에 꼭 붙입니다. 이렇게 고백으로 던져 놓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백대로 됩니다. 우선 내 부정적이 어둔 마음이 청소되고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니 주님의 은총입니다. 새삼 사랑 역시 선택이요 훈련이요 습관임을 깨닫습니다.
알고 보면 모든 것이 사랑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무지도 허무도 욕망도 아닌 사랑이요 말씀입니다. 사랑이, 말씀이 인간의 본질입니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사랑을 추구하고 진리의 말씀을 공부합니다. “둥근 삶 둥근 마음”도 사랑이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에 대한 답도 사랑입니다. 이 둘은 제가 쓴 두권의 책명이기도 합니다.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 세 번째의 책 제목 역시 기막힙니다.
이제 마지막 책을 낸다면 “하루하루 살았습니다”가 될 것입니다. 하루하루 사랑으로 사는 것입니다. 어제 쓴 “꽃처럼, 별처럼” 짧은 시에 만족했습니다.
“꽃처럼
살라고 땅에는
꽃!
별처럼
살라고 하늘에는
별!”
“꽃처럼, 별처럼”이 상징하는 바 사랑입니다. 하늘에는 별, 땅에는 꽃, 사람에는 사랑입니다. 요즘 한국은 어디나 파스카의 기쁨 가득한 신록에 꽃세상의 천국입니다. 여기 수도원도 온갖 꽃들이 만발합니다. 파스카의 봄철에는 유독 노란꽃들이 많습니다. 노란 색깔의 파스카의 꽃들입니다. 요즘 수도원 곳곳에는 샛노란 애기똥풀꽃들이 한창입니다. 예전 써놨던 시중 ‘민들레꽃’을 ‘애기똥풀꽃’으로 ‘뒤뜰’ 마당은 ‘앞뜰’로 고쳐 쓴 시입니다.
“어!
땅도 하늘이네
구원은 바로 앞에 있네
앞뜰 마당
가득 떠오른
샛노란 별무리 애기똥풀꽃들!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 수 있겠네”-2001.4.16.
꽃사랑으로 살라고 땅에는 꽃들이요, 별사랑으로 살라고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입니다. 잠깨어 밤에 ‘자비의 집’ 숙소 문을 나설 때 맨먼저 바라보는 하늘의 별들이요, 그 다음은 하늘 배경의 언제나 거기 그 자리, 35년 동안 수도원에 정주하면서 늘 함께 해온 사랑, 불암산佛巖山 평생 도반道伴입니다. 사랑밖에 답이, 길이 없습니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요, 율법의 완성입니다. 오늘 복음 첫마디로 참 멋집니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 농사農事입니다. 주방장이 좋아야 식사食事가 좋고, 사제가 좋아야 성사聖事도 좋습니다. 이 모두에게 우선적 조건이 사랑입니다. 좋은 농부는, 좋은 주방장은, 좋은 사제는 사랑이 많은 사람입니다. 직업중 가장 하느님의 사랑과 인내를 닮은 사람이 생명을 다루는 농부農夫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복음에 유난히 눈에 띄는 “내 안에 머무르라”는 말마디입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더 구체적으로 “내 사랑 안에 머물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구구절절 너무 은혜로워 생략할 수가 없습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참으로 주님과 상호내주相互內住, 사랑의 일치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포도나무가 상징하는바 주님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를 떠난 개인은 얼마나 무력한지요! 이래서 ‘1인 가구’를 보완할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의 실현이 절실합니다. 주님 사랑의 공동체에 일치가 깊을수록 생명력 왕성한 삶입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참 고무적입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주님 사랑의 말씀대로 실천하며 살면 하느님의 뜻대로 청하는 것이 될 것이니 모두가 응답이요 만사형통萬事亨通의 삶이 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사랑의 열매 풍성한 삶이 우리 인생의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사랑의 열매가 주님의 제자임을 확증하고, 아버지께 영광이 됨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사랑이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복된 본질이 사랑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예루살렘에서의 사도회의를 다루고 있습니다. 개종한 이방인 신자들이 유다인들처럼 할례와 율법을 지켜야 하느냐가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무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반영합니다. 역시 깨달음의 여정을 통해 점점 너그러워지고, 자비로워지고, 지혜로워지고, 겸손해지고,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판단의 잣대는 할례나 율법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사도회의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주는 오늘 복음 말씀입니다.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참으로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를 때 일거에 해결되는 문제들입니다. 그러니 주님 사랑 안에 머물수록 순조로운 “깨달음의 여정”에 주님을 닮아 올바른 분별입니다. 날로 주님을 닮아가는 깨달음의 여정은 “자기초월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주님 사랑 안에 날로 깊이 머물수록 마음도 넓고 깊어져, 너그럽고, 자비롭고, 지혜롭고, 겸손하고, 자유로운 삶이겠습니다. 날마다 주님과 사랑의 일치를 깊이하는 미사은총이 이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아멘.
[5/11(목) 부활 제5주간 목요일, 되새김 구절]
1.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조재형 신부)
2. 우리가 비록 한없이 작고 나약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분 가까이 머무르고, 그분과 굳게 결속되어 있을 때, 그분으로부터 넘치는 생명력과 활기를 무상의 선물로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양승국 신부)
3.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요한 15,4)
주님!
당신께서는 무너뜨리지만 열매를 맺어주셨고
부서뜨리지만 새싹을 틔워주셨습니다.
이토록 제 자신이 부서지고서야, 제 자신을 건네주고서야,
당신께 머무르는 법을 배워갑니다.
꽃이 지듯, 제가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게 하소서.
열매가 떨어지듯, 제가 사라지는 것을 서러워하지 않게 하소서.
주님, 저는 오늘도 떨어져야 머물게 되는 이 신비로운 사랑 앞에
떨어지지 못함이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고개를 떨굽니다. 아멘. (이영근 신부)
4. 날로 주님을 닮아가는 깨달음의 여정은 “자기초월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주님 사랑 안에 날로 깊이 머물수록 마음도 넓고 깊어져, 너그럽고, 자비롭고, 지혜롭고, 겸손하고, 자유로운 삶이겠습니다.(이수철 신부)
[5/11(목) 부활 제5주간 목요일, 제138일 기도]
하느님! 임마누엘 하느님!
한없이 작고 나약하지만,
하느님으로부터 넘치는 생명력과 활기를
무상의 선물로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 2023년 5월11일(목) 18시40분...수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