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1 글/시]비오는날의 6월의 시(이해인)/설화(舌禍)
[2023년 6월21일(수) 오늘의 글/시]
비오는날의 6월의 시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이해인
설화(舌禍)
‘설화(舌禍)’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때문에 공든 탑을 무너트리는 경우를 말합니다.
말을 잘못했으면 즉시 인정하고
사과하면 그래도 마무리가 되는데
그것을 변명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됩니다.
중국 동진(東晉,317~420)의 9대 왕 사마요는 술김에 애첩 장귀인에게
"당신도 이제 늙었군. 진작 내칠 걸"이라고 말했습니다.
놀라고 발끈한 장귀인은 잠든 왕에게 이불을 덮어씌워
질식사시킨 뒤 도망쳤습니다.
일국의 제왕이 농담 한 마디 때문에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 셈입니다.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의
비참한 말로 역시 설화(舌禍)란 주장도 있습니다.
세자 책봉 싸움에서 패한 게 원인으로 돼 있지만
실은 그 전에 술만 마시면
"한고조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게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쓴 것이다"라고
떠든 게 화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말은 이렇게 무섭습니다.
무심코 했든, 작정하고 했든
그 말이 상대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면
이후 일어날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가. 동서고금의 말조심에 대한 경고는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렵습니다.
잠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미련한 자의 입은 멸망의 문이 되고
입술은 영혼의 그물이 되느니라.”
< 조재형 신부님 강론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