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글·자녀교육·시사

[230921 글/시]할머니의 지갑-따뜻한 하루[204]/한평생(반칠환)

마르티나 2023. 9. 21. 19:44

[2023년 9월21일(목) 오늘의 글/시]

 

할머니의 지갑 / 따뜻한 하루[204]

 

저희 할머니는 작은 체구이시지만 오래전 할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신 이후로

저희 아버지를 포함해서 삼 남매를 키우면서 억척스럽게 생활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방학이 되면 시골에 계신 할머니 집에 방문하였는데,

할머니는 제 손을 잡고 재래시장에 자주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참 장을 보다가 가방을 여시더니 할머니가 깜짝 놀라셨습니다.

아마도 물건을 사시고는 가시는 길에서 소중한 지갑을 떨어뜨리신 모양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급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시며 혹시 떨어져 있을 지갑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여기저기를 살피는 저와 할머니에게, 웬 초라한 아저씨가 조심스레 다가왔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에다 불편한 다리, 몇 걸음 앞에 다가오자 안 좋은 냄새까지 진동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할머니가 잃어버린 지갑을 불쑥 내밀면서 말했습니다.

"어르신, 이 지갑을 떨어트렸어요, 제가 다리가 아파서 빨리 못 쫓아왔네요."

 

그러자 할머니는 건네받은 지갑을 빨리 열어서 먼저 꼼꼼하게 내용물을 확인하셨습니다.

지갑 속에는 돈을 포함해, 소지품이 그대로 전부 들어있었던 것 같은 모습이셨습니다.

 

그렇게 뒤돌아 가려는 아저씨에게 할머니가 급하게 말했습니다.

"아니, 왜 남의 지갑에다 이렇게 당신의 큰돈을 많이 넣어둔 거예요?

지갑 찾아준 것도 고마운데 이런 경우는 아니니, 이 돈 당신거니 가져가요?"

 

할머니는 아저씨에게 절반 정도 되는 돈을 억지로 쥐여 주시고는 제 손 잡고 가셨습니다.

한동안 할머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모세 율법대로 돌로 쳐 죽일까요?’ 라고 따지는 바람에 재치를 보이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

그러자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다들 떠났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 마음이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 때로는 오해와 의심으로 상처 줄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그것들이 상대의 마음을 건드려, 안 좋게 바꿀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

 


🌿 <한평생> ♡
ℒℴνℰ*࿐⚪꙰🎋˚ྀ
/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

☞재미있고 해학적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詩다. 

하루를 살았건 
천 년을 살았건 한평생이다. 

하루살이는 시궁창에서 태어나 하루를 살았지만 제 몫을 다하고 갔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간다고 외쳤다니 
그 삶은 즐겁고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다.


매미는 7년을 넘게 땅 속에서 굼벵이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7일을 살고 가지만 
득음도 있었고 지음도 있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인간은 음을 알고 이해하는데 
10년은 걸리고 
소리를 얻어 자유자재로 
노래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자면 한평생도 부족하다는데

매미는 짧은 生에서 다 이루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사람은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있어도 즐기지 못하고 모두 다음으로 미룬다.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다니 

이 얼마나 허망하고 황당한 일인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맹목적으로 허둥대며 
살다가 후회만 남기고 가는 게 인생인가보다.

천 년을 산 거북이는 모든 걸 달관한 듯 
세상에 바쁜 일이 없어 보인다. 

느릿느릿 걸어도 제 갈 길 다 가고 
제 할 일 다 하며 건강까지 지키니
천 년을 사나 보다. 

그러니까 하루를 살던 
천 년을 살던  모두가 일평생이다.

이 詩에서 보면 하루살이는 하루살이대로 
매미는 매미대로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모두가 후회 없는 삶인데

유독 인간만이 후회를 남기는 것 같다. 
사람이 죽은 뒤 무덤에 가보면 
껄 껄 껄 하는 소리가 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웃는 소리가 아니라 
좀 더 사랑할 껄,
좀 더 즐길 껄,
좀 더 베풀며 살 껄, 
이렇게 껄껄껄 하면서 후회를 한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미련한 일인가. 

일면 재미있어 보이는 이  詩가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과 깨달음을 주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