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묵상

[매묵]2023년 11월 1일 수요일[(백) 모든 성인 대축일]/신부님 강론 4개

마르티나 2023. 11. 1. 07:12

[매묵]2023년 11월 1일 수요일[(백) 모든 성인 대축일]/신부님 강론 4개

 

오늘 전례

오늘은 하늘 나라의 모든 성인을 기리는 대축일로, 하느님과 함께 영광을 누리는 성인들의 모범을 본받고자 다짐하는 날이다. 특히 전례력에 축일이 따로 지정되지 않은 성인들을 기억하고 기린다. 이 축일은 동방 교회에서 먼저 시작되어 609년 성 보니파시오 4세 교황 때부터 서방 교회에서도 지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5월 13일이었는데, 9세기 중엽에 11월 1일로 바뀌었다. 교회는 이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 뒤의 새로운 삶을 바라며 살아가도록 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고, 우리와 천국의 모든 성인 사이의 연대성도 일깨워 준다.

입당송

주님 안에서 다 함께 기뻐하세. 모든 성인을 공경하며 축제를 지내세. 천사들도 이 큰 축제를 기뻐하며, 하느님의 아드님을 찬양하네.
<대영광송>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이 성대한 축제로 모든 성인의 공덕을 기리게 하셨으니
성인들의 전구를 들으시고
저희가 바라던 하느님의 자비를 풍성히 베풀어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내가 보니, 아무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민족과 종족과 백성과 언어권에서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7,2-4.9-14
나 요한은 2 다른 한 천사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인장을 가지고
해 돋는 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가 땅과 바다를 해칠 권한을 받은 네 천사에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3 “우리가 우리 하느님의 종들의 이마에 인장을 찍을 때까지
땅도 바다도 나무도 해치지 마라.”
4 나는 인장을 받은 이들의 수가 십사만 사천 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인장을 받은 이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의 모든 지파에서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9 그다음에 내가 보니, 아무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
모든 민족과 종족과 백성과 언어권에서 나온 그들은,
희고 긴 겉옷을 입고 손에는 야자나무 가지를 들고서
어좌 앞에 또 어린양 앞에 서 있었습니다.
10 그들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구원은 어좌에 앉아 계신 우리 하느님과 어린양의 것입니다.”
11 그러자 모든 천사가 어좌와 원로들과 네 생물 둘레에 서 있다가,
어좌 앞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하느님께 경배하며 12 말하였습니다.
“아멘. 우리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영예와 권능과 힘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13 그때에 원로 가운데 하나가,
“희고 긴 겉옷을 입은 저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느냐?” 하고
나에게 물었습니다.
14 “원로님, 원로님께서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고

내가 대답하였더니, 그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다.
저들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24(23),1-2.3-4ㄱㄴ.5-6(◎ 6 참조)
◎ 주님, 이들이 당신 얼굴을 찾는 세대이옵니다.
○ 주님의 것이라네, 온 땅과 그 안에 가득 찬 것들, 온 누리와 그 안에 사는 것들. 그분이 물 위에 세우시고, 강 위에 굳히셨네. ◎
○ 누가 주님의 산에 오를 수 있으랴? 누가 그 거룩한 곳에 설 수 있으랴? 손이 깨끗하고 마음이 결백한 이, 헛된 것에 정신을 팔지 않는 이라네. ◎
○ 그는 주님께 복을 받으리라. 구원의 하느님께 의로움을 얻으리라. 이들이 야곱이라네. 그분을 찾는 세대, 그분 얼굴을 찾는 세대라네. ◎

제2독서

<우리는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입니다.>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3,1-3
사랑하는 여러분,
1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알지 못하는 까닭은
세상이 그분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2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3 그분께 이러한 희망을 두는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자신도 순결하게 합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마태 11,28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리라.
◎ 알렐루야.

복음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1-12ㄴ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
그분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2 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그들을 이렇게 가르치셨다.
3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4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5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6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7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8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9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10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11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12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신경>

예물기도

주님,
모든 성인을 공경하며 드리는 이 예물을 기꺼이 받으시고
언제나 주님과 함께 살고 있는 성인들의 전구로
저희도 영원한 구원에 이르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성인 감사송 3 : 우리의 어머니인 예루살렘의 영광>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 오늘 저희 어머니인 천상 도읍 예루살렘을 보여 주시니
거기서 저희 형제들은 이미 승리의 월계관을 받아 쓰고
아버지를 영원히 기리고 있나이다.
나약한 저희도 성인들의 뒤를 따라 영광을 기뻐하며
그들의 도움과 모범으로 힘을 얻어
활기찬 믿음으로 영원한 고향을 향하여
나그넷길을 서두르고 있나이다.
그들의 모범은 나약한 저희에게 힘이 되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도 모든 성인과 천사와 함께
주님을 찬미하며 기쁨에 넘쳐 큰 소리로 외치나이다.

영성체송

마태 5,8-10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보리라.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리라.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영성체 후 묵상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듣는 이에 따라 울림이 다른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성인들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산 이들입니다. 예수님 때문에 모욕과 박해를 받으면서도 기뻐하고 즐거워한 이들입니다. 우리도 성인들처럼 살아가기로 굳게 다짐하며 성인들의 전구를 청합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홀로 거룩하시고 놀라우신 하느님,
모든 성인과 함께 하느님을 경배하며 은총을 간청하오니
저희가 하느님의 넘치는 사랑으로 거룩하게 되어
현세의 나그네 식탁에서 천상 고향의 잔치로 건너가게 하소서.
우리 주 …….
사진설명: 모든 성인 대축일입니다.

오늘의 묵상

1.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강론

 

모든 성인 대축일

 

성지 순례 중에 우연히 아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한분은 31년 전에 혼배 성사를 했던 분입니다. 제가 사제서품을 받고 처음으로 혼배 미사 주례를 했습니다. 큰 딸은 시집갔다고 하니 세월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그때는 앳된 청년이었는데 지금은 중년의 멋진 신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흰 머리의 사제가 되었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많은 것이 변했지만 성지순례를 열심히 다니는 걸 보니 신앙은 더욱 깊어진 것 같았습니다. 30년 전에 본당 기획 분과 위원으로 봉사했던 형제님도 만났습니다. 70이 훌쩍 넘은 형제님은 성지순례를 오셨고, 제가 봉헌하는 미사에 함께 참례하였습니다. 평화의 인사를 하면서 제게 인사하였고, 저도 그제야 형제님을 알아보았습니다. 본당에는 많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형제님은 본당의 행사가 잘 진행 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주었습니다. 주일학교 친구도 만났습니다. 저는 신학생이었고, 친구는 주일학교 교사였습니다. 친구는 서소문 역사박물관에서 해설사로 봉사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현실의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불의한 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고, 약한 이들의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친구는 순교자들의 열정과 영성에서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친구의 해설을 들으니 기뻤고, 감사했습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입니다. 성지 순례 중에 많은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황사영의 아내 정난주(명연)의 무덤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천국에서 헤어졌던 남편과 만나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2살 때 헤어졌던 아들을 만나고 있을 것입니다. 밀양에서는 김범우의 무덤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명례방에서 함께 기도했던 형제와 자매들을 만나고 있을 것입니다. 거제에서는 유섬이의 무덤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아버지 유항검을 만나서 그리운 정을 나누고 있을 것입니다. 9살 때 헤어졌으니 사무치는 정이 더욱 컸을 것입니다. 해미에서는 이름 없는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들은 생매장 당했고, 물에 빠져 죽었고, 돌에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환한 웃음으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베티에서는 최양업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부님은 부모님과 동생들을 만나서 그리운 정을 나눌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들었던 것처럼 순교자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입니다.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습니다. 순교자들은 모두 부활하여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을 지내는 이유입니다.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을 닮았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하느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사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람이 되어 오신 예수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참된 행복을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이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모두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본인은 물론 이웃들까지 변화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언제가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삶을 살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모든 성인들은 바로 그런 삶을 사셨습니다. 낙엽 지는 가을 뒤엔 반드시 눈 내리는 겨울이 오듯이 우리의 삶도 반드시 어떤 종점이 있습니다. 우리들 또한 신앙의 별이 되어서 우리 후손들에게 신앙을 물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2.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강론

 

모든 성인 대축일

 

우리 모두 성인이 됩시다!

 

오늘 모든 성인의 날과 내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이 딱 붙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아는 바처럼, 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지상에서 우리의 목숨 역시 영원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우리가 원치 않는다 할지라도 각 개인의 종말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은 필연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죽음 이후의 삶은? 살아생전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향방이 달라집니다. 평생토록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 가난한 이웃에 대한 나눔이나 배려라고는 단1도 없이 그저 흥청망청 떵떵거리며 살아온 사람들, 가까운 사람들을 끝도 없이 힘들게 만든 사람들의 미래는 암담할 것입니다.

 

물론 죄인을 부르러 오신 자비의 하느님이시기에 그들에게도 당신의 크신 자비를 베푸실 것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회개하지 않고 악이란 악만 골라 저지르는 사람들의 최후는 그 대가가 혹독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과 복음적 권고에 충실했던 사람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에 있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이 세상에서나 또 다른 세상에서나 행복이 흘러넘칠 것입니다.

 

오늘 모든 성인의 날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기억하는 대축제의 날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충실했던 사람들, 존재 자체로 하느님께 영광이 되고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어준 모든 사람들, 비록 이름이 온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계시는 모든 익명의 성인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을 맞아 저는 확신합니다. 성인이란 우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별세계에서 살다간 유별난 사람이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보다 한 3분 정도 더 인내한 사람, 우리보다 조금 더 친절했던 사람, 우리보다 조금 더 사랑했던 사람들이 분명합니다.

 

우리보다 조금 더 따뜻함을 지녔던 사람들, 우리보다 조금 더 인간미를 풍겼던 사람들, 우리보다 조금 더 영적 생활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성인들이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머무는 빛인 사람들, 이제는 어둠의 세력과 결연히 단절하고 떳떳하고 당당한 빛의 자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확실한 성인 후보자들입니다.

 

어렵고도 어려운 길이 성화의 길이지만, 어떻게 보면 조금도 어렵지 않은 길이 성화의 길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충실히 함을 통해서, 좀 더 기쁘게 살아감을 통해서, 조금만 더 기도함을 통해서, 조금만 더 양보하고 물러섬을 통해서 우리 역시 충분히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3. 이영근 신부 복음 묵상

 

231031.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루카 13,19)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한 쌍의 비유를 전해줍니다. 곧 ‘겨자씨의 비유’와 ‘누룩의 비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루카 13,19) 
 
‘겨자씨’는 유다문학에서 ‘작은 것’의 전형적인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겨자씨’는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자라나서 큰 나무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비유에서 그것은 ‘정원’에 심었을 때를 말합니다. 아무 데나가 아니라 ‘정원’에, 그것도 “자기 정원”에 심었을 때를 말합니다. 그러면 하늘의 새들이 깃들이게 됩니다.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라는 말에서, “깃들다”는 단어의 뜻은 “밑에 거주하다” 곧 “장막에 들어가다”, “장막을 치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곧 새들이 단순히 가지 위에 잠시 내렸다가 다시 날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안전하고 영속적인 거처를 마련하고 지속해서 거주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교회’라는 혹은 ‘가정’이라는 생명의 말씀나무에 한 둥지를 틀고 사는 새 떼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미 한 그루의 생명나무입니다. 당신께서 뿌려진 생명의 씨앗이 자라나 사랑으로 피어난 나무입니다.
 
한편, ‘겨자씨의 비유’가 하늘나라의 외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누룩의 비유’는 내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곧 누룩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위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룩”은 밀가루에 들어가 자기의 능력을 전체에 돌려줍니다. 그러나 반드시 먼저 반죽되어야 하고, 섞여야 됩니다. ‘누룩’은 밀가루에 속에 묻혀 보이지 않지만, 결코 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밀가루 속으로 들어가 섞여서, 부풀리고 변화시킵니다. 예수님께서는 ‘누룩’을 밀가루 “속에” 집어넣었다고 하십니다. 우리도 이 ‘누룩’을 우리 ‘속에’ 받아들여야 할 일입니다. 그러면 적은 양의 ‘누룩’이 자루 서 말을 모조리 부풀리듯이, 갈라진 우리의 내부를 통합할 것입니다. 그렇게 성장시키고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누룩’이 되어 세상 속으로, 형제들 속으로 들어가야 할 일입니다. 그러면 우리를 통하여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시작된 것처럼 보이는 하늘나라의 복음은 세상을 해방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적은 양의 ‘누룩’이 가루 서 말을 모조리 부풀리듯이 말입니다.
 
또한 “집어넣다”(εγκρυπτω)는 동사는 “숨기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밀가루 서 말 속에 숨긴 ‘누룩’이 온통 부풀어 오르듯이, 하늘나라도 현재 숨겨져 있는데 미래에 엄청나게 확장되리라는 전망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누룩”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위력’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겨자씨’가 이미 ‘우리’라는 밭에 뿌려졌고, ‘누룩’이 이미 ‘우리 가정, 우리 공동체’라는 밀가루 안에 넣어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맘껏 자라나고, 맘껏 부풀어야 할 일입니다.
 
하오니, 주님! 제 안에 넣은 누룩이 제 속을 파고들게 하소서!
제 안에 뿌려진 씨를 묻어두고만 있지 않게 하소서!
섞여들지 못한 까닭에 부풀어 오르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
죽지 못한 까닭에 싹을 피우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루카 13,19)
 
주님!
당신께서 작은 자로 오신 것은 저희를 너무도 사랑하신 까닭입니다.
누구나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늘 작은 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 위에 군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이유로 제가 형제들 앞에 작아지게 하소서! 아멘.


4.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 강론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우리 하나하나 “하느님의 나라”가 되어 삽시다-

 

하느님의 소원은 무엇일까요? 우리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나라가 되어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주 늘 바치는 주님의 기도가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도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느님의 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이점 잊지 말고 늘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하루하루 평생 날마다 쓰는 강론이지만, 제일 힘든 일이 강론쓰는 일입니다. 첩첩산중疊疊山中 매일 산을 넘는 마음으로 강론을 씁니다. 강론을 쓰는 일은 살아 있음의 확인이기에 살아 있는 그날까지 하루하루 산을 넘듯 강론을 쓰려합니다. 때로 생각이 안날 때, 막막할 때 옛 시집을 펼쳐 봅니다. 18년전 2005년도 이때쯤 시가 눈에 띄었습니다.

 

-주님은 말씀하셨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두지 마라

보아라, 

내가 이제 새일을 시작하였다(이사43,18-19ㄱ)

그렇다

흘러간 것들에 마음

아파해하지 말자

아쉬워하지 말자

쓸쓸해하지 말자

흘러간 물이 다시 돌아오지 않듯

흘러간 사람은

사랑은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사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이다

오늘 지금 여기서 

만나는 사람에, 사랑에, 시간에 충실한 게 제일이다

이게 영원한 현재를, 젊음을 사는 길이다

흐르고 흘러도

늘 새롭게 만나는 주님이 우리의 기쁨이요 행복이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새롭게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이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죽어서 가는 나라가 아니라 오늘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를 살지 못하면 죽어서도 못삽니다. 예수님의 평생 화두가, 평생 희망이자 꿈이 하느님의 나라였고 하느님의 나라를 사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예수님의 삶자체가 하느님 나라 꿈의 실현이었습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하느님 나라를 꿈꾸는 사람이, 하느님 나라의 꿈이 실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꿈의 사랑, 희망의 사람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입니다.

 

“형제 여러분,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우리가 이 시대에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

 

바오로 사도가 고백하는 꿈은, 희망은 바로 하느님이요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아니 이미 이런 하느님의 나라 꿈을 앞당겨 살고 있는 바오로입니다. 이런 궁극의 꿈이, 희망이 있어야 비로소 인내심을 지니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29일 교황님의 주일 강론중 한 대목도 감동적입니다.

 

“형제자매들이여! 우리는 ‘꿈꾸도록(dream)’ 불림을 받았으니 ‘꿈꾸는 교회’ 바로 이게 교회입니다. 모든 이의 종, 가장 미소한 형제자매들의 종인 교회의 꿈입니다. 교회는 결코 좋은 행동의 증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환영하고, 섬기고, 사랑하고, 용서합니다. 교회는 모두에게 활짝 열린 문들을 지닌 ‘자비의 안식처’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꿈의 실현이 교회라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겨자씨와 누룩의 한쌍의 비유도 하느님 나라의 비유입니다. 현실과 유리된 하느님의 나라가 아니라 이미 오늘 지금 여기서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임을 가르쳐주고 깨우쳐줍니다. 이 비유자체가 우리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고 구원이 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다. 그랬더니 자라서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었다.”

 

너무 평범하고 자명한 하느님 나라의 현실입니다. 비단 겨자씨만 아니라 눈만 열리면 곳곳에 하느님 나라의 표징들로 가득합니다. 봄에 꽃피고 가을에 큰 열매들을 낸 배나무들, 연약한 배추모종이 큰 배추가 되어 먹게 된 일 등, 참 놀라운 하느님 나라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놀랍다, 새롭다, 좋다 이게 하느님 나라의 특징입니다. 눈만 열리면 늘 놀랍고 새롭고 좋은 하느님 나라의 현실입니다.

 

배수확이 끝난 “텅빈 충만”의 넉넉하고 편안한 배밭사이 오솔길 산책 역시 하느님 나라의 체험입니다. 만일 흉작이었다면 텅빈 충만이 아닌 “텅빈 허무”의 참 쓸쓸한 배밭의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새삼 우리의 가을 인생을 생각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중에 끊임없이 내적으로 성장하고 확장되는 하느님 나라의 현실이요, 바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침묵중에 활짝 깨어 관상의 눈, 관상의 귀로 하느님의 나라 현실을 잘 보고 잘 들으며 하느님께 최대한 잘 협조해 드리는 일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그것은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 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하느님의 나라는 내적변화의 현실을 가리킵니다. 누룩이 상징하는바 무궁무진합니다. 부패인생을 하늘 나라 발효인생으로 만들어 주는 누룩같은 효소들이 바로 희망이요 기쁨이요 감사요 기도요 성령이요 말씀입니다. 희망의 누룩, 기쁨의 누룩, 감사의 누룩, 성령의 누룩, 말씀의 누룩, 기도의 누룩등, 개인은 물로 공동체를 내적으로 변화시켜 하늘 나라의 현실을 체험하고 살게 합니다. 

 

성장하는 겨자씨같은 개인이나 공동체, 변화시키는 누룩같은 개인이나 공동체를 통해 실현되는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겨자씨처럼 작았던 요셉수도원이 이제는 많은 이들이 깃들 수 있는 커다란 나무로 계속 성장중에 있고, 또 알게 모르게 세상의 누룩이 되어 희망과 기쁨, 감사와 평화 가득한 하느님의 나라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것 또한 수도원의 존재이유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안에 “말씀의 겨자씨”가 잘 자라게 하시고, “성체의 누룩”으로 우리를 변화시켜 우리 모두 하느님의 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 사랑의 겨자 나무”가 되고 “주님 사랑의 누룩”이 되어 하느님 나라의 꿈을 실현하며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하느님의 궁극의 꿈이자 소원은 우리 하나하나가, 우리 공동체가 하느님의 나라가 되어 사는 것입니다. 아멘.


11/1(수) 모든 성인 대축일, 되새김 구절

 

1.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삶을 살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모든 성인들은 바로 그런 삶을 사셨습니다. 낙엽 지는 가을 뒤엔 반드시 눈 내리는 겨울이 오듯이 우리의 삶도 반드시 어떤 종점이 있습니다. 우리들 또한 신앙의 별이 되어서 우리 후손들에게 신앙을 물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조재형 신부)

 

2.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을 맞아 저는 확신합니다. 성인이란 우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별세계에서 살다간 유별난 사람이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보다 한 3분 정도 더 인내한 사람, 우리보다 조금 더 친절했던 사람, 우리보다 조금 더 사랑했던 사람들이 분명합니다. 우리보다 조금 더 따뜻함을 지녔던 사람들, 우리보다 조금 더 인간미를 풍겼던 사람들, 우리보다 조금 더 영적 생활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성인들이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어렵고도 어려운 길이 성화의 길이지만, 어떻게 보면 조금도 어렵지 않은 길이 성화의 길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충실히 함을 통해서, 좀 더 기쁘게 살아감을 통해서, 조금만 더 기도함을 통해서, 조금만 더 양보하고 물러섬을 통해서 우리 역시 충분히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양승국 신부)

 

3.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루카 13,19)
 
주님!
당신께서 작은 자로 오신 것은 저희를 너무도 사랑하신 까닭입니다.
누구나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늘 작은 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 위에 군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이유로 제가 형제들 앞에 작아지게 하소서! 아멘.(이영근 신부)

 

4.  오늘 하루도 “주님 사랑의 겨자 나무”가 되고 “주님 사랑의 누룩”이 되어 하느님 나라의 꿈을 실현하며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하느님의 궁극의 꿈이자 소원은 우리 하나하나가, 우리 공동체가 하느님의 나라가 되어 사는 것입니다. 아멘.

(이수철 신부)

 

 

11/1(수) 모든 성인 대축일, 제 312일 기도

 

복음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오늘 복음은 8가지 행복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1.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2.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3.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4.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5.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6.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7.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8.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우리보다 한 3분 정도 더 인내한 사람, 우리보다 조금 더 친절했던 사람,

우리보다 조금 더 사랑했던 사람, 우리보다 조금 더 따뜻함을 지녔던 사람,

우리보다 조금 더 인간미를 풍겼던 사람, 우리보다 조금 더 영적 생활에 투자했던 사람,

그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성화의 삶을 살게 하소서.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충실히 함을 통해서,

좀 더 기쁘게 살아감을 통해서, 조금만 더 기도함을 통해서,

조금만 더 양보하고 물러섬을 통해서

성인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게 하소서.

 

- 2023년 11월1일(수) 7시10분...수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