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23 글/시]망각의 호수-따뜻한 하루[332]/내 안의 쉼터(안셀름 그륀)/가장 큰 행복은 베품
[2024년 2월23일(금) 오늘의 글/시]
망각의 호수 / 따뜻한 하루[332]
고대 그리스 민족이 만든 신화로 망각의 호수인 레테 호수 이야기에 나오는 한 부분입니다.
여인이 호수를 건너려던 때 "이 호수 물을 마시고 건너면 어떻게 되죠?"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뱃사공이 "지난날의 괴로웠던 일들을 모두 잊게 됩니다."하고 답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는 그 여인은 "그거 잘 됐군요, 물을 마시겠어요." 하고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여인이 기쁜 얼굴로 청하자 뱃사공은 한 번 더 여인에게 물었습니다.
"한 가지 명심할 건, 과거의 기쁜 추억도 모두 잊히는데 그래도 마시겠습니까?"
이에 여인은 한참 망설이다가 사공에게 "물을 마시지 않겠어요."하고 말했습니다.
희로애락이 뒤섞인 인생에는 슬픔과 괴로움, 기쁨과 사랑의 기억이 함께 공존합니다.
지나간 어제의 괴로움보다 현재의 행복한 순간을 소중하게 찾아보세요.
행복한 기억은 위기를 견디고 버틴 자산이자 힘이 됩니다.
어쩌면 신앙은 신비이자 확신이고, 그 믿음은 전능하신 하느님의 기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믿음을 확신시켜 영생을 주시려고 성찬례를 제정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그렇습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인생을 두 번 사는 겁니다.
어쩌면 신앙은 기쁨이자 기도이고, 그 믿음은 감사이며 기억하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
내 안의 쉼터
요즘은 불평과 한탄이
하루의 일과에 속한다.
어떤 이는 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또 다른 이는 자신이 계획하고
성취한 일로부터
내버려진 느낌이라고 말한다.
일상생활이 아주 많은
불평의 동기를 제공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의무수행자, 위기관리자,
갈등해결사만이 아닌 그 이상의 존재다.
우리 내면에는 일상적인 문제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공간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잠시 쉴 수가 있는데,
이곳은 하느님이 직접 우리를
사람들의 권력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초자아로부터,
죄의식과 자책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실수를 하고 죄를 짓지만
그 실수나 죄가 반드시 나 자신은
아님을 이곳에서 깨닫게 된다.
여기서는 나의 모든 행동이 상대화되며
나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권력이 없다.
여기에는 분노와 불안,
실망과 자책이 없다.
여기서 나는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긍정할 수 있고,
더 이상 나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싸우면서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
나는 이미 치유되었고 내가 전부이다.
나는 스스로와 화목하게 잘 지낸다.
Buch der Lebenskunst
「삶의 기술」-안셀름 그륀 지음-
안톤 리히테나우어 엮음
-이온화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가장 큰 행복은 베품에서 옵니다.
“성인의 무심한 은혜는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는 말이 있습니다.
성인은 자기가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보답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잘 안 됩니다.
내가 베푼 것은 꼭 기억하고
남이 나에게 베푼 것은 곧 잊어버리고 맙니다.
‘베푼 것은 모래 위에 새기고
받은 것은 돌판에 새기라.’했지만,
그 반대입니다.
가끔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같은 무리끼리 서로 왕래하며 사귄다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끼리끼리입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만 모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신앙인이라면 그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부족하고 허물이 많은 사람과도
함께 해야 합니다.
약한이들의 상처를 싸매주고
필요를 채워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런 내색도 없이 그리고 요구도 없이
댓가를 바라지 않고 모두를 품어주기를
주님께서는 기대하십니다.
끼리끼리가 아니라
소외된 이를 먼저 챙기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사랑의 법칙입니다.
받는 기쁨보다 베푸는 사랑이
더 큰 기쁨과 행복을 가져옵니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시다.
가장 큰 행복은 베품에서 옵니다.
<반영억 신부님 강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