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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22 글/시]남을 변하게 하는 지름길-송길원 교수/가끔씩은 흔들려보는거야-박성철

마르티나 2025. 4. 22. 11:07

2025년 4월22일(화) 오늘의 글/시

 

 

 

 

 

내가 변하는 것이

남을 변하게 하는 지름길

 

/ 송길원 교수 

 

 

나와 아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는 오른손잡인데 아내는 왼손잡이다. 

그래서 습관에 따라 

국그릇을 왼쪽에다 잘 갖다 놓는다. 

별거 아닐 것 같은 그 차이가 신경을 건드린다. 

 

거기다 나는 종달새 형이다. 

새벽시간에 일어나 설친다. 

늦잠을 자면 무조건 게으르다고 여긴다. 

 

그런데 내 아내는 올빼미 형이다. 

밤새 부엉부엉 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든다. 

도대체 맞는 구석이 없다. 

 

나는 물 한 컵을 마셔도 마신 컵은 즉시 씻어 둔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언제 해도 할 일이며 

내가 다시 손을 댈지 모를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내 아내는 그게 안 된다. 

찬장에서 꺼내 쓸 그릇이 없을 때까지 꺼내 쓰다가 

한꺼번에 씻고 몸살이 난다. 

 

나는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나와 달리 아내는 떠나야 할 시간에

화장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가가서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화장품 뚜껑이라는 뚜껑은 다 열어 놓고 있다. 

나는 그게 안 참아진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이렇게 두고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향 다 날아가고.

뭐 땜에 비싼 돈 주고 화장품을 사. 

차라리 맹물을 찍어 바르지.

확 부어 버려. 맹물 부어 줄까 그래.” 

 

거기다 나는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다. 

나중에는 견디다 못해 성경책까지 들이밀었다. 

 

“여보, 예수님이 부활만 하시면 됐지, 

뭐 때문에 그 바쁜 와중에 

세마 포와 수건을 개켜 놓고 나오셨겠어? 

 

당신같이 정리정돈 못하는 사람에게 정리정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으셨던 거야. 

그게 부활의 첫 메시지야. 

당신 부활 믿어. 부활 믿 냐 고?” 

 

그렇게 아내를 다그치고 몰아세울 때 

하늘의 음성을 들었다. 

 

“야, 이 자식아, 잘하는 네가 해라. 

이놈아, 안 되니까 붙여 놓은 것 아니냐.” 

너무 큰 충격이었다. 

 

생각의 전환, 그렇게 나 자신을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있다. 

나의 은사는 무얼 까? 

하지만 뜻밖에도 너무 간단하게 은사(gift)를 알 수 있다. 

 

내 속에서 생겨나는 불평과 불만 

바로 그것이 자신의 은사인 것이다. 

 

이를테면 내 아내는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고 

종이 나부랭이가 나 뒹구는데도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불편한 게 없다. 

오히려 밟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나는 금방 불편해 진다. 

화가 치민다. 

이 말은 내가 아내보다 

정리정돈에 탁월한 은사가 있다는 증거다.

 

하느님은 이 은사를 주신 목적이 

상대방의 마음을 박 박 긁어 놓고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무기로 사용하라는데 있지 않다. 

 

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섬기라고 주신 선물이다. 

바로 그 때 내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 아내한테는 뚜껑 여는 은사가 있고 

나에게는 뚜껑 닫는 은사가 있다는 사실을.... 

 

그 때부터 아내를 대하는 내 태도가 바뀌었다. 

아내가 화장한다고 앉아 있으면 내가 다가가 물었다. 

여보, 이거 다 썼어? 

그러면 뚜껑 닫아도 되지. 이거는? 

그래, 그럼 이것도 닫는다. 

이제는 내가 뚜껑을 다 닫아 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렇게 야단을 칠 때는 

전혀 꿈쩍도 않던 아내가 서서히 변해 가는 것이다. 

잘 닫는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세게 잠갔던지 

이제는 날 더러 뚜껑 좀 열어 달라고 한다. 

 

아내의 변화가 아닌 나의 변화, 

그렇게 철들어진 내가 좋아하는 기도가 있다. 

 

“제가 젊었을 때는 하느님에게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중년이 되었을 때 

인생이 얼마나 덧없이 흘러가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저와 함께 

평안히 살도록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늙어 여생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나는 나의 우둔함을 깨달아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드리는 기도는

나를 변화시켜 달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이런 기도를 드렸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변하는 것이 남을 변하게 하는 지름길'

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게 하는 글이다.

 

아름다운 기도  / 송길원 교수 






가끔씩은 흔들려보는거야


가끔씩은 흔들려보는거야

흐르는 눈물을
애써 막을 필요는 없어

그냥 내 슬픔을 보여주는 거야
자신에게까지 숨길 필요는 없어

물이 고이면
썩어들어가는 것처럼

작은 상심이 절망이 될때까지
쌓아둘 필요는 없어

상심이 커져가
그것이 넘쳐날 땐

스스로 비울 수 있는
힘도 필요한 거야


삶이 흔들리는 건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았다는 건

내 삶을 포기하지않는다는 증거니까
가끔씩은 흔들려보는 거야


하지만 허물어지면 안 돼

지금 내게 기쁨이 없다고
모든 걸 포기할 필요는 없어

늦게 찾아온 기쁨은
그만큼 늦게 떠나가니까


- 박 성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