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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글·자녀교육·시사

[230427 글/시]귤화위지 (橘化爲枳)/피천득 지음 <인연>

[2023년 4월27일(목) 부활 제3주간 목요일, 오늘의 글/시]

 

**  귤화위지 (橘化爲枳)  **

귤이 탱자가 된다는뜻으로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맛이 달라지듯이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이 사람도  주위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것을 비유한 고사입니다.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안영(晏嬰)은 중국 역사상 드물게보는 명 재상입니다.

그는 재상이 된 뒤에도 밥상에는 고기반찬을 올리지 않았고 아내에게는 비단옷을 입히지 않았고 조정에 들어가면 임금께서 묻는 말에  대답하되 묻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고 스스로의 품행을 조심하였습니다.

또한 유창한 달변 임기응변으로도 유명합니다.

어느 해 초(楚)나라의 영왕(靈王)이 그를 초청 하였다.

초(楚)나라 영왕은 인사말을 끝내기가 바쁘게 이렇게 입을 열었다. 

"제나라에는 사람이없소? 
하필 경(卿)과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낸 이유가 뭐요?" 

안영의 키가 작은 것을 비웃는 말이었다.

안영은 서슴지 않고 태연히 대답하였다. 
"그 까닭은 이러하옵니다. 

우리나라에선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서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즉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臣)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초나라로 오게 된 것 이옵니다."

안영의 능수능란한 말솜씨에 기세가 꺾인 영왕은 은근히 부아가 끓어 올랐는데 마침 그  앞으로 포리(捕吏)가 제나라 사람인 죄인을 끌고 가자 영왕은 안영에게 들으라고 큰소리로죄인의 죄명을 밝힌 다음

"제나라 사람은 도둑질을 잘하는군." 하였다.
이에 안영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가 듣기로는 귤이 회남(淮南)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淮北)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잎은 서로 비슷하지만 그 과실의 맛은 다릅니다.

그러한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백성들 중 제나라에서 나고 성장한 자는 도둑질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나라로 들어오면 도둑질을 합니다. 

초나라의 물과 땅이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을 잘하게 하는 것입니다."

왕은 웃으면서 말하였습니다. 

"성인(聖人)은 농담을 하지 않는다고 하오. 
과인(寡人)이 오히려 부끄럽군요"

제나라 출신의 죄수를 안영에게 보여줌으로써 안영의 명성을 눌러 보려던 초왕의 계획은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같은 상황에 있으면서 어떤 사람은 희망을 보고 어떤 사람은 절망을 보게 됩니다.

누구를 만나고 어느곳에 있느냐에 따라서 행복한 삶을 살수도 있고 불행한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희망을 볼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희망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불행을 예측하는 혜안에 불행을 미리 대처해 피하는 삶도 있습니다.

좋은 친구 좋은 인연들과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우리 자신이 먼저 좋은 생각과 바르게 처신을 해야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이어갈수 있습니다.

귤과 탱자를 만드는 방법은 모두 내 안에  있습니다.
[받은 글]

 

폐튜니아

추천하는 책

피천득 지음 <인연>

누구나 한번쯤 잔잔한 문학의 향기에 취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교과서에 실린 '피천득' 님의 글을 보고 문학이 아름답다는 것을 처음 느겼다.
그의 글 중,  '나의 사랑하는 생활'이라는 수필이 너무 좋았다.

​2003년 처음 직장에 들어간 해, 중소도시로 발령이 났다.
가끔씩 집근처에 있는 서점에 들르곤 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산 책이 피천득 님의 <인연>이었다.

​작년 어느날, 문득 '나의 사랑하는 생활'이 생각나 책을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서재에 책이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바로 인터넷 서점에서 피천득님의 <인연>을 주문했다.
받고 보니 출판사가 민음사로 바뀌었고, 판형도 작아졌다.

20여년만에 피천득 님의 책 '인연'을 꼼꼼히 다시 읽었다.
그리고, 그 안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다시 만났다.
피천득님의 '사랑하는 생활'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이다.

 '나는 잔디 밟기를 좋아한다.  

고무창 댄 구두를 신고 아스팔트 위를 걷기를 좋아한다. 

아가의 머리칼 만지기를 좋아한다. 

새로 나온 나뭇잎을 만지기 좋아한다. 

나는 보드랍고 고운 화롯불 재를 만지기 좋아한다. 

나는 아름다운 얼굴을 좋아한다. 웃는 아름다운 얼굴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수수한 얼굴이 웃는 것도 좋아한다. 서영이 엄마가 자기 아이를 바라보고 웃는 얼굴도 좋아한다. 

내가 아는 여인들이 인사 대신으로 웃는 웃음을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이를 가는 우리 딸 웃는 얼굴을 나는 사랑한다.

나는 우리나라 가을 하늘을 사랑한다.

나는 오래된 가구의 마호가니빛을 좋아한다. 

늙어 가는 학자의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좋아한다.

나는 이른 아침 종달새 소리를 좋아하며, 꾀꼬리 소리를 반가워하며, 봄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즐긴다. 

갈대에 부는 바람 소리를 좋아하며,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으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나는 골목을 지나갈 때에 발을 멈추고 한참이나 서 있게 하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한다.

나는 젊은 웃음소리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 없는 방안에서 내 귀에다가 귓속말을 하는 서영이 말소리를 좋아한다. 

나는 비 오시는 날 저녁 때, 뒷골목 선술집에서 풍기는 불고기 냄새를 좋아한다. 

새로운 양서(洋書) 냄새, 털옷 냄새를 좋아한다. 

커피 끓이는 냄새, 라일락 짙은 냄새, 국화․수선화․소나무의 창기를 좋아한다. 

봄 흙 냄새를 좋아한다.

나는 사과를 좋아하고, 호도와 잣과 꿀을 좋아하고, 친구와 향기로운 차를 마시기를 좋아한다. 

군밤을 외투 주머니에다 넣고 길을 걸으면서 먹기를 좋아하고, 겨울날 찰스 강변을 걸으면서 핥던 콘 아이스 크림을 좋아한다.'

특히, 학창시절 새 사전을 펼칠 때면 '새로운 양서' 냄새라는 저 구절이 자동반사적으로 떠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전혀 예상못한 마지막 구절이 내 감정을 건드렸다.

'고운 얼굴을 욕망 없이 바라다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 없이 찬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 사람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하며, 몇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점잖게 늙어가고 싶다. 내가 늙고 서영이가 크면 눈 내리는 서울 거리를 같이 걷고 싶다.'

한참동안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책을 읽다 그렇게 울어본 것은 처음일 것이다.
주말 대낮에, 스타벅스에서 흐느껴 울고 있는 중년남자를 
만약에 누군가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피천득님의 가장 유명한 수필인 '인연'에서 그는 아사코와 총 3번의 만남을 가졌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수필을 3번 만났다.
중학교 1학년인 14살,
직장 초년생이었던 29살, 
그리고 중년에 접어든 48살.

​피천득 님이 인연에서, 아사코와 세번째는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난 세번째에 가장 큰 감동을 얻었다.

​피천득 님의 수필엔, 그의 딸 '서영이'가 자주 등장한다. 
나에게도 당시 서영이 또래의 초등학생 딸이 있다.
이제서야, 그가 얼마나 딸을 지극히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춘기가 다가오는 외동딸이 질색할 이야기지만,
나에게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딸과, 멋진 서재를 공유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딸과, 카페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책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