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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글·자녀교육·시사

[230222 글/시] 나의 생일/매일이 새로운 축복이다.(안젤름 그륀)/신부님의 한 달 살이

[2023년 2월22일(수) 재의 수요 , 오늘의 글/시]

 

나의 생일


어느 이른 아침 커피 가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내 앞에 남루한 옷을 입은 비쩍마른

한 여인이 커피 한 잔의 값을 치루기 위해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세고 있자
계산대에 있던 직원이 말했다.
“저기 있는 빵도 하나 가져 가세요.”


여인이 잠시 멈칫하자,
직원은 다시 큰소리로 말했다.
“제가 사는 거에요.

오늘이 제 생일이거든요!
좋은 하루 되세요.”
그 여인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빵 하나를 들고 나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내가 그 남자 직원에게 말했다.
“생일 날 그 여인을 위해

빵을 사 주다니 멋집니다!
생일을 축하해요!”
계산대의 직원이 고맙다는
시늉으로 어깨를 으쓱하자,
그 옆에서 일하고 있던 다른 직원이 말했다.
“가난한 사람이 오는 날은 언제든 이 친구의
생일이에요. 하하하“
그러면서 내가 말을 이을려고 하자
계산대의 직원이 말했다.
“저는 그저 그 분이 먹을 것을 살만한

충분한 돈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서..”


나는 커피를 들고 나오면서

잔돈은 필요 없다며 말했다.
“그것은 당신 거예요.“
“손님, 하지만 이건 너무 많은데요?"
그 때 내가 말했다.
“괜찮아요.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우리 모두 매일매일이 생일인 것처럼,
넉넉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멋진 날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행복하세요.사랑함니다...


-옮겨온 글- 

 

논병아리...물고기를 잡음

 

매일이 새로운 축복이다.


나는 매일 아침 왜 눈을 뜨는 것일까?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의 삶을 
스스로 선택해본다.
살아 있음에 대하여 
神에게 감사하라!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하루라는 점을 
늘 마음에 새겨라!


깨어난 자들만이 
하루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꿈속에 있는 것과 같다.
어떤 날도 똑같은 날은 없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오늘이다.
얼마나 멋진 날인가!


깨어난 자들만이 
하루를 만들어갈 수 있다.
충만한 아침을 맞는 사람은

신의 축복을 호흡한다. 매일이 새롭다.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삶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설득할 수 있겠는가?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논병아리

 

신부님의 한 달 살이

아저씨! 잠깐만요.
작년 11월 30일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한 중년 부인이 승용차 창문을
반쯤 내리고 부근에서 빗자루질
하는 미화원 ㅂ씨를 불렀다.

ㅂ씨는 부인이 부르는
'아저씨'가 자신이란 걸 
뒤늦게 알고 고개를 돌렸다.
이거(일회용 종이컵) 어디에
버려요? (그걸 몰라서 묻나.
쓰레기통까지 가기가 그렇게
귀찮은가) 이리 주세요.

ㅂ씨는 휴게소 미화원으로 
일한 지 이 날로 꼭 한 달째다.
그런데도 '아저씨'란 호칭이 낯설다.
지난 27년 동안 '신부님'이란
소리만 듣고 살았기 때문이다.

안식년을 이용해 휴게소
미화원으로 취직한 
'청소부가 된 신부님' ㅂ신부. 
그는 오전 8시부터 12시간 동안
휴게소 광장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며 빗자루질을 한다.

그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주변에 한 명도 없다.
기자의 기습에 깜짝 놀란 그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일인데"
하며 사람들 눈을 피해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   ●   ●   ●   ●   ●   ●
"사람들 사는 게 점점 힘들어
보여서 삶의 현장으로 
나와 본 거예요.
난 소신학교 출신이라 돈 
벌어본 적도 없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워요.

신자들이 어떻게 벌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집 장만하고, 교무금
을 내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소위 '빽'을 경험했다.

농공단지에 일자리를 알아
보려고 갔는데 나이가 많아
받아주는데가 없었다.
아는 사람이 힘을 써줘서 
겨우 휴게소 미화원 자리를
얻기는 했지만,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란 걸
피부로 느꼈다.
그는 출근 첫날 빗자루를
내던지고 그만두려고 했다.

화장실 구역을 배정받았는데
허리 펴 볼 틈도 없이 바쁘고
힘이 들었다.
대소변 묻은 변기 닦아내고,
발자국 난 바닥 걸레질하고,
담배 한대 피우고 돌아오면 
또 엉망이고….

그래도 일이 고달픈 건 견딜만
했는데 사람들 멸시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 한 여성이 커피 자판기
앞에서 구시렁거리며 불평을 했다.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커피가
걸쭉하게 나와 도저히 마실 수
없는 상태였다. 
ㅂ신부는 휴게소 직원으로서
자신의 동전을 다시 넣고 제대로
된 커피를 뽑아주었다.

그랬더니 그 여성이 "고마워요.
저건(걸쭉한 커피) 아저씨
드시면 되겠네"라며 돌아서는
게 아닌가.
"제가 그때 청소복이 아니라
신사복 차림이었다면 그 여성이
어떤 인사를 했을까요?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되죠.
" ㅂ신부는 "그러고 보면 지난
27년 동안 사제복 덕분에 분에
넘치는 인사와 대접을 받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눈물 젖은(?) 
호두과자도 먹어 보았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나왔는데
허기가 져서 도저히 빗자루질을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호두과자 
한 봉지를 사들고 트럭 뒤에
쪼그려앉아 몰래 먹었다.
손님들 앞에서 음식물 섭취와
흡연을 금지하는 근무규정
때문이다. 

그의 한 달 세전 월급은 120만 원. 
그는 "하루 12시간씩 청소하고
한 달에 120만 원 받으면 많이
받는 거냐, 적게 받는 거냐"라고
기자에게 물었다.

또 "언젠가 신자가 사다 준 반팔
티셔츠에 10만 원 넘는 가격표가
붙어 있던데…"라며 120만 원의
가치를 따져보았다. 

이번엔 기자가 "신부님이
평범한 50대 중반 가장이라면
그 월급으로 생활할 수
있겠어요"라고 물었다. 

"내 씀씀이에 맞추면 
도저히 계산을 못하겠네요.
그 수입으로는 평범한 가장이
아니라 쪼들리는 가장밖에 
안 될 것 같은데."

그는 "신자들은 그런데도
헌금에 교무금에 건축기금까지
낸다"며"이제 신자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강론대에서
'사랑'을 입버릇처럼 얘기했는데
청소부로 일해보니까 휴지는
휴지통에, 꽁초는 재떨이에 버리는 
게 사랑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누군가가 그걸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 합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평범한 일입니다. 

또 과시할 것도 없고, 누가
알아주기를 바랄 필요도 없죠.
시기 질투도 없습니다. 
그게 참 사랑입니다." 

그는 "신자들이 허리 굽혀 하는
인사만 받던 신부가 온종일
사람들 앞에서 허리 굽혀 휴지를
주우려니까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웃었다.

그는 "퇴근하면 배고파서
허겁지겁 저녁식사하고 곧바로
곯아떨어진다"며"본당에
돌아가면 그처럼 피곤하게 
한 주일을 보내고 주일미사에 
온 신자들에게 평화와 휴식 같은
강론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은 그의 마지막 근무 일이다. 
애초에 한 달 계획으로 들어왔다.
그는 '낮은 자리'에서의 한 달
체험을 사치라고 말했다"
난 오늘 여기 그만두면 
안도의 한숨을 쉬겠죠.

하지만 이곳이 생계 터전인 
진짜 미화원이라면 절망의
한숨을 쉴 것입니다.
다시 일자리를 잡으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나도 '빽'써서 들어왔는데.

그리고 가족들 생계는 당장
어떡하고, 그래서 사치스러운
체험이라는 거예요."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일터로 뛰어갔다.

한 시간가량 자리를 비운 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 것 같다.
미화 반장한테 한소리
들었을지도 모른다.
쓸고 닦고 줍고… 

몸을 깊숙이 숙인 채 고속도로
휴게소를 청소하는 ㅂ신부.
그에게 빗자루질은 사제생활
27년 동안 알게 모르게 젖어든
타성에서 벗어나고, 마음의 때를
씻어내려는 기도인지도 모른다.

 

논병아리...물고기를 잡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