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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글·자녀교육·시사

[230116 글] 재난자본주의/<흰 눈 내리는 날> (이해인)/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이생진)

[2023년 1월16일(월) 연중 제2주간 월요일, 오늘의 글/시/]

 

 재난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




재난은 당사자에겐 절망이지만 시장에는 기회이다. 절망을 복구하는 과정 자체가 수요를 창출하는 까닭이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어떤 극단적인 시장만능주의자들은 재난을 틈타 시장의 외연을 확장한다. 이것을 재난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라고 한다.

다시 말해, 실제로 사회에 중요한 위기가 오면 그걸 핑계로 통치자와 엘리트들이 실제로는 그냥 자기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을 가리켜 재난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중대한 위기나 재난이 닥치면 이를 명분으로 통치자와 엘리트들은 처음부터 그들이 원하던 것을 밀어붙인다는 재난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가 코로나19 시대에 더 집요하게 작동했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권위주의 국가들은 이 감염 팬데믹을 빌미 삼아 국민의 생명 안전이라는 명분을 가져와 국민들에게 더 강도 높은 공권력을 행사하고 감시를 일상화했다.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 사회운동가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은 저서 <쇼크 독트린(The shock doctrine : The Rise of Disaster capitalism)>에서 재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규제 없는 자본주의의 공습을 재난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라는 용어를 제시하며 재난 자본주의 복합체가 위기를 틈타 실상 경제적 폭력의 극치인 새로운 경제를 창출해내고 있다고 설파했다.

 

 


<흰 눈 내리는 날>
                     -이해인-


​흰 눈 내리는 날 밤새 깨어 있던
겨울 나무 한 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가끔은 울어야 하지만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자주 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여야지


이름 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 나무 한 그루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이생진

 


시 읽는 건 아주 좋아
짧아서 좋아
그 즉시 맛이 나서 좋아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동정할 수 있어서 좋아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도 배고플거라는 생각이 나서 좋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찿아올 것 같아서 좋아
시는 가난해서 좋아
시 쓰는 사람은 마음이 가난해서 좋아



그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시 속에 그 사람이 남아 있어서 좋아
시는 짧아서 좋아
배고파도 읽고 싶어서 좋아
시 속에서 만나자는 약속
시는 외로운 사람과의 약속같아서 좋아


시를 읽어도 슬프고 외롭고
시를 읽어도 춥고 배고프고
그런데 시를 읽고 있으면
슬픔도 외로움도 다 숨어버려서 좋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눈에 파묻힌 집에서 사는 것 같아서 좋아

시는 세월처럼 짧아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