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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글·자녀교육·시사

[230212 글/시]< 산수유꽃 진 자리 >(나태주)/성실한 성당 종지기

[2023년 2월12일(일)연중 제6주일, 오늘의 글/시]

 

< 산수유꽃 진 자리 >
                                           나 태 주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 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 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 꽃이 외워 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 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꽃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산수유 꽃
산수유 열매


  

성실한 성당 종지기

 

영국 런던 캔터베리 대성당에 '니콜라이'라는 매사에 아주 성실한 집사가 있었습니다.

열일곱 살에 성당을 관리하는 사찰 집사로 평생을 성당 청소와 심부름을 했습니다.

하지만 자기 일이 허드렛일이라고 여기지 않고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가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시간에 맞춰 성당 종탑의 종을 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종을 얼마나 제 시간에 쳤던지 런던 시민들이 그의 종소리에다 시간을 맞추었답니다.

 

두 아들을 둔 그가 그렇게 자신에게 엄격한 생활을 하는 게 자식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그들 역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노환으로 임종을 앞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두 아들은 아버지가 걱정되어 말했습니다.

"아버지, 오늘은 그만 좀 쉬세요."

 

그 말에 의식이 점점 멀어지던 그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가족들이 놀라는 가운데 그는 비틀거리며 종탑으로 갔습니다.

바로 그때가, 그가 평생 성당 종을 쳤던 바로 그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정확한 시간에 종을 치고 종탑 밑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소식에 감동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영국 황실의 묘지에 그를 안장해 주었습니다.

또한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은 공휴일로 되었고, 가족들을 귀족으로 대우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상가와 시민들은 그날만은 일하지 않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때에 수많은 성직자가 죽었으나 왕실의 묘지에 묻히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성실한 니콜라이는 자기가 죽은 날이 공휴일이 되는 명예도 함께 얻었습니다.

 

니콜라이의 직업은 청소부이자 심부름꾼, 그리고 종 치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고귀한 것으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자신의 하는 일이 하찮거나 고귀한 것인지는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헌신하고 노력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비록 하찮은 일일지라도 세상은 일의 종류에 그리 차등을 두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탈렌트의 비유는 이런 손쉬운 허드레 일과 같은 하찮은 일에 대해

우리에게 매우 많은 묵상거리를 예나 지금이나 주는 것 같습니다(마태 25,14-30).

 

하늘 나라는 어떤 이가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기는 것과 같다.

그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서 다섯, , 한 탈렌트씩 맡겨두고는 먼 길을 떠났다.

다섯 탈렌트를 받은 이는 곧 가서 그 돈을 활용하여 다섯을 더 벌어들였다.

두 탈렌트를 받은 이도 그렇게 하여서 가진 것만큼 둘을 더 벌어들였다.

그러나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물러가 땅에다 주인의 그 돈을 숨겼다.

 

오랜 뒤에 종들의 주인이 와서 그들 셋과 함께 셈을 하게 되었다.

다섯과 둘을 받은 종은 받은 것만큼 더 벌인 돈을 주인에게 바쳤다.

그러자 주인이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작은 일에 성실했으니 더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 함께 기쁨을 나누자.”

 

그런데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원금만 들고 나아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 것을 땅에 숨겨 두었습니다. 이를 도로 받으십시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 하며 나무라며 호통을 쳤다.

저 쓸모없는 종은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거기서 울며 이를 갈도로 두어라.”

 

그렇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기에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캔터베리 대성당에의 니콜라이 집사는 성실한 종 치기였습니다.

그는 맡은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고귀한 것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자신의 일이 하찮거나 고귀한 것인지를 남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노력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비록 하찮은 일일지라도 세상은 일의 종류에 그리 차등을 두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

 

  

산수유 꽃봉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