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6일(월) 사순 제2주간 월요일, 오늘의 글/시]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이해인 수녀님
주님, 제가 좀더 사랑하지 못하였기에
십자가 앞에서 사랑을 새롭히는 사순절이 되면
닦아야 할 유리창이 많은 듯
제 마음도 조금씩 바빠집니다.
제 삶의 일과표엔 언제나 당신을 첫자리에 두고서도
실제로는 당신을 첫자리에 모시지 못했음을
용서하소서.
"올해에도 우선 작은 일부터 사랑으로"
이렇게 적혀 있는 마음의 수첩에
당신의 승인을 받고 싶습니다.
주님, 성당 입구에서 성수를 찍거나 문을 열고 닫거나
화분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은 저의 조그만 행위를 통해서도
당신은 끊임없이 찬미받으소서.
식사하거나 이야기하거나 그릇을 닦거나
걸레를 빠는 것과 같은 일상의 행위를 통해서도
당신을 변함없이 사랑하게 하소서.
주님, 제가 좀더 침묵하지 못하였기에
십자가 앞에서 침묵을 배우는 사순절이 되면
많은 말로 저지른 저의 잘못이
산처럼 큰 부끄러움으로 앞을 가립니다.
매일 잠깐씩이라도 성체 앞에 끓어앉아
말이 있기 전의 침묵을 묵상하게 하소서.
제가 다는 헤아리지 못하는 당신의 고통과 수난...
죽음보다 강한 그 극진한 사랑법을 침묵하는 성체 앞에서
침묵으로 알아듣게 하소서.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익히는 사순절이 되면
잔뜩 숙제가 밀려 있는 어린이처럼
제 마음도 조금씩 바빠집니다.
성서와 성인전을 머리맡에 두고
거룩함에 대한 열망을 새롭히는 계절.
제가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던
가까운 이웃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세상 곳곳에서 기도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이웃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한번도 제대로 기도를 못한 것 같은
절망적인 느낌 속에서도
주님, 기도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믿음과 인내를 주소서.
제 안에 사제로 살아 계신 당신이
저와 함께 기도해 주심을 믿겠습니다.
그리하여 주님,
제가 먼 광야로 떠나지 않고서도
매일의 삶 속에 당신과 하나 되는
즐거운 사순절이 되게 하소서.
너의 진짜 얼굴을 발견하라
삶의 기본 원칙은 이렇다.
"다른 사람이 너의 인생을
결정하게 하지 마라.
너의 길을 가라. 너 자신이 되어라.
하느님이 네게 주신, 때묻지 않은
본래의 모습을 발견하라.
네 안에 그 모습을 간직하라.
부모가 낳기 전의 너는 누구였는가?
태어나기 전 너는
하느님 안에서 누구였는가?"
너의 영적 근원을 기억하라.
그러면 자유롭게 너의 길을
갈 수 있으리라.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진짜
얼굴만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짜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너의 참된 얼굴을 발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생의 과제이다.
과거의 병든 모습들, 위선적인 자화상,
뒤틀린 하느님의 모습을 내던져라!
예수님의 얼굴을 통해서
네 본연의 얼굴을 인식한다면,
너로 인하여 네 주변에는 치유의
기쁨이 빛을 발할 것이다.
모든 이에게서 예수님의 얼굴을
발견하도록 노력하라.
다른 사람에게서 예수님의 얼굴을
보는 사람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가리는 장막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사람들이 왜곡되지 않은 자신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라.
Buch der Lebenskunst
「삶의 기술」
안셀름 그륀 지음/ 안톤 리히테나우어 엮음
-이온화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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