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선[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5] 분 냄새 넘실댈 듯, 한껏 달뜬 女心이여/부용 2개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5] 분 냄새 넘실댈 듯, 한껏 달뜬 女心이여

조선일보/오피니언/손철주 미술평론가 

입력 : 2013.02.26 22:46

내간(內間) 풍경을 좀 훔쳐보련다. 여인이 거울 앞에서 머리를 다듬는다. 보암보암이 어엿한 집안의 규수는 아닐 테다. 꾸민 티가 색스럽고 하는 짓이 들떠 있다. 치마가 강동해서가 아니라, 무릎 한쪽을 올리는 바람에 속곳이 살짝 드러났다. 는실난실하게 구는 꼴이 으레 저렇다. 신분은 기생으로 봐야 옳다.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나. 그녀 입매가 자꾸 생글거린다. 아마 오기로 약조한 임이 있을 거다. 저 경대는 또 몇 번이나 눕혔다 세웠을꼬.

'미인 화장'… 전(傳) 김홍도 그림, 종이에 담채, 24.2×26.3㎝, 18세기, 서울대박물관 소장.
보는 김에 꾸밈새까지 따져보자. 요샛말로 '깔맞춤'한 코디다. 컬러를 매치시키는 감각이 여간내기가 아니란 얘기다. 가체머리에 드린 댕기, 저고리 깃과 고름, 바닥에 놓인 거울을 눈여겨보라. 한가지로 주홍색이다. 그것만도 아니다. 치마는 소맷부리에 회장(回裝)한 색과 똑같은 쪽빛이다. 또 있다. 동정에 차린 색은 하얀데, 허리에 잘록하게 맨 띠와 외씨버선이 마찬가지로 흰색이다. 마치 화보 사진을 찍는 듯 연출한 낌새가 엿보이는데, 기방(妓房)이라서 그런지 색정적인 공기가 더 유난해졌다.

이 그림, 지분 냄새가 화면 밖으로 번진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색한 곳도 더러 눈에 띈다. 기울어진 거울 받침이 잘못됐고, 속바지 사이로 나온 버선발은 비례가 틀렸다. 화가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단원(檀園)'이란 글씨는 김홍도(金弘道·1745~?)의 필력에 떨어지고 묘사력도 그의 솜씨에 모자란다. 다만 표정을 그린 붓질이 마침가락이다. 눈동자가 또랑또랑하고 앵두 빛 입술이 남정네를 호릴 만하다. 이 저녁에 기생이 부릴 수작이 눈에 선하다. 조선 후기 문인 이안중(李安中)이 본 듯이 시를 썼다. '술잔 들고 낭군이 말하길/ 맑은 향기에 술맛이 더 좋구려/ 웃음 지으며 낭군에 던진 말/ 제가 마시고 남긴 술이거든요.' 그 그림에 그 대거리다. 다들 참 잘 논다.

 

놀아줘화가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단원(檀園)'이란 글씨는 김홍도(金弘道·1745~?)의 필력에 떨어지고 묘사력도 그의 솜씨에 모자란다. 다만 표정을 그린 붓질이 마침가락이다.

 

조선 후기 문인 이안중(李安中)이 본 듯이 시를 썼다. '술잔 들고 낭군이 말하길/ 맑은 향기에 술맛이 더 좋구려/ 웃음 지으며 낭군에 던진 말/ 제가 마시고 남긴 술이거든요.' 그 그림에 그 대거리다....다들 참 잘 논다.

 - 2013년 3월27일 수요일...수산나 -

 

- 부용 -

 

 

 

- 부용 -

딴이름 부용화, 산부용, 땅부용, 부용목연, 목부용

분 포 전국 산야지

꽃 색 분홍색

개화기 8-10월

크 기 높이 2m 내외

용 도 관상용, 약용(뿌리 껍질)

 

낙엽 관목으로 무궁화과에 속하며, 꽃의 모양이나 잎의 생김새가 거의 비슷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곧잘 무궁화라고 우기곤 하지요. 그러나 줄기를 제외하고 잎과 꽃의 크기에 있어서 부용이 더 크고 꽃색도 화려합니다. 또한 나무 종류라 하지만 줄기는 녹색을 띤 반관목성 초본 식물이라는 점도 확연한 구별법입니다.

옛사람들은 이 꽃을 특히 아름답다고 보았나 봅니다. 거의 손바닥 하나를 다 가릴 만한 크기에 흰색, 붉은색, 분홍색 등으로 아주 다양한 색깔로 피는 모습은 정말 반할만 합니다.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관상용으로 길가나 정원에 흔히 심는데, 부산의 경우엔 올해 대부분의 공원에 심어져서 여름 내내 시원하고 화사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신시가지 대천공원, 광안리 수변공원, 온천천공원, 이기대 공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남해 고속도로 마산 톨게이트 앞 100미터 지점에 무리지어 핀 모습과 경부고속도로 언양 툴게이트 부근에도 잘 볼 수 있지요. 한방과 민간에서는 뿌리 껍질을 해독, 해열, 관절염, 늑막염 등에 처방합니다.

 

꽃말은 "섬세한 미모"인데 우연히라도 이 꽃을 보게 되면 "아하!"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겁니다.


 

부용은 평안도 성천의 유명한 기생으로,

춘향전과 비슷한 내용의 ‘부용상사곡’에도 등장하는 실존 인물입니다.

당시 황진이, 이매창과 더불어 3대 명기 중에 한사람입니다.

=부용상사곡=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여주인공 부용(芙蓉)이 애인 김유성(金有聲)과 이별하면서 지은 <상사별곡(相思別曲)>이 그대로 작품명이 되었다. 미모의 평양기생과 서울선비 김유성이 파란만장한 연애의 역정을 거쳐 혼인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애정소설이다. 김유성의 구애의 시와 음률로써 인연을 맺은 지 10여일 후 이별을 하게 되자 부용은, <인간리별 만▷?에 ▷리별이 더욱 ?다>로 시작하는 60행의 <상사별곡>을 지어 심정을 달랬다. 그 뒤 평소 부용을 흠모하던 통인 최만흥의 간계로 부용은 역경을 겪게 되나, 등과하여 성천부사가 된 유성과 더불어 행복을 누리며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1책. 국문. 구활자본.

 

부용상사곡(芙蓉相思曲)은 영조·정조 이후의 작품으로 짐작되며,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처럼 작품 속의 가사명을 표제로 삼았습니다. 주인공인 김유성(金有聲)이 평양을 유람하다 명기(名妓) 부용(芙蓉)과 백년언약을 맺고 서울에 간 사이에, 부용은 못된 신임 감사의 수청강요에 못이겨 대동강에 투신하였으나 어부의 손에 구출됩니다. 유성의 과거 급제 소식을 접한 부용이 《상사곡(相思曲)》을 지어 보내자 그녀의 소재를 알게 된 두 사람이 만나 해로(偕老)하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마치 심청전과 춘향전을 섞어 잘 다듬어 놓은 것 같죠? 우리 국문학에도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답니다.

 

미모가 너무 아름다워 고을 원님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죽은 신라 때의 부용아씨 설화나 실화를 바탕으로 조선 후기에 지어진 "부용상사곡"이라는 고대소설 속의 기생 부용을 보면 옛사람들의 그런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