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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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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오늘 시와 글]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1945~)/글: 예수는 왜 어린이를 품에 안았는가(도올 김용옥) ※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755〉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1945~)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1978년 시집 (창작과 비평사) *돌이켜보면 1970년대에는 급속한 경제개발과 함께 산업화와 도시화가 한창 진행되며, 많은 이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집중되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배움이나 별다른 기술 없이 도시로 몰려온 대부분은 산업화의 혜..
[0505 시/글]시:고백 (고정희, 1948~1991)/글: 책임을 지는 태도 [2021년 5월5일(수) 오늘의 시] ※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754〉 ■ 고백 (고정희, 1948~1991)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감 전 되 었 다. - 1987년 시집 (문학과 지성사)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는 상대방의 모든 것이 좋기만 할뿐 단점이 보이지 않게 되며. 그를 위해서라면 죽음을 무릅쓰고 어떤 일이라도 하려고 할 것입니다. 특히 한눈에 반해 그에게 푹 빠져버리면 그와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고 숨이 막히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만 요즘 들어서는 사랑보다 돈을 선택하는 것이 사회적 추세로 고착되는 게 아닐까 생각되고 있습니다만. 이 간결한 詩는 사랑에 빠진 미묘한 감정에 대해 노래하는 작품인데, 하나의 행에 한 글자씩 써서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이 흥..
[0504 시]피아노 (전봉건, 1928~1988) 외 기타 글 [2021년 5월4일(화) 오늘의 시 ※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753〉 ■ 피아노 (전봉건, 1928~1988)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 1980년 시집 (근역서재) *요즘에야 피아노가 흔하디흔한(?) 악기입니다만 1970, 80년대 만해도 시골 중소도시에서는 보기조차 어려운 게 사실이었습니다. 한참 꿈에 젖던 중학교 3학년 때,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생전 처음 피아노를 눈으로 보았는데 친구 누나가 직접 친 피아노에서 나오는 아름답고 영롱한 소리에 넋이 빠졌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당시 연주한 곡이 ‘소녀의 기도’ (The Ma..
[0503 시]신록 新綠 (1915~2000) [2021년 5월3일(월) 오늘의 시] ※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752〉 ■ 신록 新綠 (1915~2000)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 1968년 시집 (민중서관) *며칠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럽던 하늘이 맑게 개인 후 눈부신 햇살이 비추자 더욱 화사하고 싱그러운 5월 초순의 신록이 우리를 ..
[시]splendor in the grass(초원의 빛)/'흐르는 강물처럼' 브래드피트 사진 splendor in the grass william wordsworth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초원의 빛 윌..
[시]공부-김사인/어농성지 백당나무 열매 사진 등 2장 공부 ​- 김사인(1956~ ) ​ ​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 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사족) 6시30분~7시, 유튜브의 세바시 강연 시청. 정재찬의 -정재찬(88년도 창덕여고 현대문학 선..
[시]나무학교-문정희/이팝나무 열매 사진 3장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민음사, 2004) (사족) 2020년 12월7일 월요일 6시30분~7시: 세바시 강연 -정재찬(88년도 창덕여고 현대문학 선생님, 2..
[기도문]메리 델빌 추기경님의 겸손의 기도 / 백할미새 8장 메리 델빌 추기경님이 늘 바치셨다는 겸손의 기도를 소개해드립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마음을 다해 이 기도를 드린다면 우리도 겸손의 덕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겠지요? ◎겸손의 기도 오! 마음이 겸손하고 온유하신 주님, 존경받고 싶은 욕망에서 저를 해방하소서. 사랑받고 싶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