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노복 [시낭송과 창작반] 14차시(2017년 11월8일 수요일)
장소와 출석: 생태교실, 12명
활동내역: 11월29일 수요일 시낭송 대회 발표할 시 선정 및 연습
상세내역: 발표할 시 목록
1. 이 가을엔 나뭇잎 러브레터/이해인................김*자
(인연서설/문병란......................김*자)
2. 인생은 단 한번의 추억여행 / 김정한..............김*준
3. 목마와 숙녀/박인환..................남*자
4. 가파도에 가고 싶다/지용 이재섭.............배*용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배*용)
5. 세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이영근..................석*희
6. 아버지의 눈물/이채.....................오*동
7. 오우가/고산 윤선도 - 짚방석 내지 마라/한석봉..............유*호
8. 님과 함께/자작시..........................이*자
9.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이기철.......................임*일
10. 가을노트/문정희...........................한*성
11. 염전 / 송 *섭 (자작시)
12. 초혼 / 김소월.....................김*재
13. 중년의 가슴에 11월이 오면 / 이채.........................고*순
1. 나뭇잎 러브레터/이해인
당신이 내게 주신
나뭇잎 한 장이
나의 가을을
사랑으로 몰들입니다
나뭇잎에 들어 있는
바람과 햇빛과
별빛과 달빛의 이야기를
풀어서 읽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한 장의 나뭇잎은
또 다른 당신과
나의 모습이지요?
이 가을에 나도
나뭇잎 한 장으로
많은 벗들에게
고마움의 러브레터를
쓰겠습니다
2. ★ 인생은 단 한번의 추억 여행 ★ / 김정한
눈물겹도록 사랑을 하다가
아프도록 외롭게 울다가
죽도록 배고프게 살다가
어느날 문득
삶의 짐 다 내려놓고
한줌의 가루로 남을 내 육신
그래 산다는것은
짧고도 긴 여행을 하는것이겠지
처음에는 나혼자서
그러다가 둘이서 때로는 여럿이서
마지막에는 혼자서 여행을 하는것이겠지
산다는것은
사실을 알고도 모른척
사람을 사랑하고도 아닌척
그렇게 수백번을 지나치면
삶이 지나간 흔적을 발견하겠지
아... 그때는 참 잘했어
아... 그때는 정말 아니었어
그렇게 혼자서 독백을 하면서 웃고 울겠지
아마도 여행 끝나는 날에는
아름다운 여행이기를 소망하지만
슬프고도 아픈 여행이였어도
뒤돌아보면 지우고 싶지않은 추억이겠지
짧고도 긴 아름다운 추억 여행
그래 인생은
지워지지않는 단 한번의 추억여행이야
-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中 ,김정한 -
3.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귀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묵메어 우는데-
해마다 이맘때 쯤 4월이 오면
속아픈 육지 사람 하나 둘
모슬포항에 모이고
지척인 그곳 가파도로 떠난다.
너무 낮게 엎드려 애련한 섬 가파도는
발등을 씻어줄 듯 정다운 바닷물이 찰랑거리고
너른 들판엔 온 시야에 흐드러진 청보리
그곳 하늘은 바다를 닮아
섬 사람 육지 사람 가리지 않고
청춘의 살결 닮은 젊은 햇빛을 낭비하듯 쏟아낸다.
바람 가릴 곳 없는 들녁이나 바닷가 모퉁이엔
바다로 떠난 할방과 아방이 놓은
구멍 숭숭난 돌담이 흑용처럼 둘러 있어
그 안에, 미역따는 아내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돌담 위로 빨랫줄이 게으른 소처럼 한가히 늘어지고
하얀 와이셔츠며 여인네 속곳들이 수줍게 눈부시다.
어디선가 푸른 바람이 속절없이 튀어나온다.
그 바람으로 아픈 허파를 청소하고 싶다.
그 햇볕으로 찌든 얼굴을 성형하고 싶다.
해마다 이맘때 4월이면 나는
청보리 지천인 가파도에 가고싶다.
5. “세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요한 3,16)/이영근 신부
주님!
당신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십자가에 매달리셨습니다.
양손을 못에 내어주고
가슴을 열어 창을 받아들이고 머리에는 가시관을 쓰고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그 사랑의 멍에를 지고
거부되고 배척받을지라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게 하소서!
이해받지 못하고
부당한 처사를 받을지라도사랑으로 질 줄을 알게 하소서.
약해져 꺾일 줄 알고
낮아져 밟힐 줄을 알게 하소서.
사랑으로 눈감을 줄을 알고
죄 없으면서도
뒤집어쓸 줄을 알게 하소서!
아멘.
http://cafe.daum.net/cdcla/MH12/970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며
떳떳하게 정의롭게 사나이답게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던가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더라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희망으로
하루를 걸어온 길 끝에서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
쓴 소주잔을 기울이면
소주보다 더 쓴 것이 인생살이더라
변변한 옷 한 벌 없어도
번듯한 집 한 채 없어도
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같은 자식을 위해
이 한 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
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구나
하늘을 보면 생각이 많고
땅을 보면 마음이 복잡한 것은
누가 건네준 짐도 아니건만
바위보다 무거운
무겁다 한들 내려놓을 수도 없는
힘들다 한들 마다할 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소리가 없고
소리가 없으니 목이메일 수밖에
용기를 잃은 것도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건만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아
살아가는 일은 버겁고
무엇하나 만만치 않아도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도리라는 말로 노릇을 다할 뿐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눈물이 없으니 가슴으로 울 수밖에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약해서도 울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 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내 버디 몃치나 하니 水石(수석)과 松竹(송죽)이라
東山(동산)의 달 오르니 긔 더옥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삿 밧긔 또 더하야 머엇하리
출처: http://copyi.tistory.com/429 [잔잔하고 조용한 음악의 세계로]
짚방석 내지 마라
【시조】- 한호(韓濩)
짚방석(方席) 내지 마라 낙엽(落葉)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해야 박주산채(薄酒山菜)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출처] 한호 : 시조 <짚방석 내지 마라> |작성자 재봉틀
9.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듯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10. 가을노트...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초혼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인연서설
문병란(시낭송 박운초)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 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 가는 일이다.
- 문정희 -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 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 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란이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행운목
파키라
자마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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