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그 잔을 네가 마실 수 있느냐? <18 >

우리에게는 너무나 자주 자신의 삶의 모습을 남으로부터 숨기
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치심이나 죄의식 같은 것들이, 내가 사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장합니다.

우리는 “혹시 내 가족이나 친구들이 내 맘속에 있는 이 어두운
갈망이나 정신적 방황 같은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나를 멀리
하고 그들 가운데에 끼워주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만
진실은 그 반대입니다.

내가 용감하게 나의 잔을 높이 들고 그 안에 든 것을 다른 이에
게 보여줄 때에야 그들도 용기를 내어 불안하게 감추고있던
비밀이 들어있는 자신들의 잔을 마주 쳐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갖고있는 불안이나 근심, 기우 같은 것들이 나 혼
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거기에 놀랄만한 치
유의 공간이 마련됩니다.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잔을 높이 든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나
눈다는 뜻이며 또 그렇게 서로 나누는 것을 축하한다는 이중의
의미가 있습니다.

나의 삶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불리움 받았다는 사실을
내가 진정으로 믿을 때에만 남들에게 감추고 있던 내 삶 속의 것
들을 보여줄 용기가 생기는 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나는 내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도 안
전하다고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있는가?“하는 물음입
니다.

우리가 믿고 사랑하는 가까운 사람들을 향해서 건배하는 것처럼,
더 이상 나를 감추지 않고 내 삶의 모습을 다 보여주고픈 다른 이
들을 원할 때 바로 거기서 공동체의 모습이 생겨납니다.

내가 힘든 삶의 잔을 들고 바닥까지 비우기를 원할 때, 내 곁에서
함께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끼게됩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항상 모든 것을 서로 털어놓고 고백하며 또
함께 기뻐 해 줄 수 있는 공동체를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다른 이들이 나와 함께 이 삶을 축하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그 사
람들에게 내 삶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잔을 높이 들고 “삶에게 건배!” 라고 말할 때는,
힘들고 고통과 슬픔으로만 가득 찬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축하할
수 있는 기쁨 또한 가득한 진짜의 우리 삶을 위해 함께 축배를 든
다는 뜻입니다.




출처 : 숙명여고61회 동문회
글쓴이 : 김미영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