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청개화성, 그 잊혀진 여름의 풍류
예나 지금이나 어떤 모임을 만들어 서로 만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세상사 풍경이다. 하지만 만나서 노는 방법만큼은 예와 지금이 확연히 다르다.
지금은 봄·가을에 꽃구경을 가는 모임도 있고, 꽃사진을 찍는 모임도 있으며, 우리나라의 길과 산천을 걸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걷기 모임도 있다. 그뿐인가. 골프 모임, 식도락 모임, 산악 모임, 낚시 모임, 바둑 모임, 심지어 도박 모임까지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제각각의 형태로 놀이를 즐기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옛사람들은 어떤 모임을 만들어 어떻게 놀았을까?
다산 정약용은 잘나가던 학인관료였다. 그러나 정조의 서거 이후 곧 신유사옥이 일어났고, 그 뒤 다산은 유배지로 내몰렸다.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많은 저작을 남긴 다산도 젊은날에는 풍류를 즐겼다. 당시 정약용과 친교를 맺었던 이치훈, 이유수, 한치응 등 열네명의 뜻 맞는 선비들이 죽란시사(竹欄詩社)라는 풍류계를 맺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규약을 정했다.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이 필 때와 한여름 참외가 무르익을 때 모이고, 서련지(西蓮池)에 연꽃이 만개하면 꽃구경하러 모인다. 국화꽃이 피어 있는데 첫눈이 내리면 이례적으로 모이고, 또 한 해가 저물 무렵 분(盆)에 매화가 피면 다시 한 번 모인다.
연꽃이 필 때 모였던 서련지는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13번지에 있던 연못이었다. 서울 서쪽에 있으므로 서편 연못, 또는 서지(西池)라고 불렀던 서련지는 연꽃이 많기도 했지만 연꽃이 크기로도 소문이 자자했다. 죽란시사로 맺은 선비들이 동이 트기 전 새벽에 모여서 배를 띄우고 연꽃 틈에 귀를 댔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숨을 죽인 채 무엇인가를 기다렸다. 그것이 바로 연꽃이 필 때 내는 소리였다. 잎이 필 때 청랑한 미성을 내며, 꽃잎이 터지는 그 연꽃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옛 선비들은 마치 꽃이슬을 마음속에 떨어뜨리는 듯한 그 청량감, 즉 청개화성(聽開花聲)을 소중하게 여겼다. 하지만 그윽하고도 절절한 멋인 풍류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잎에 가득 술을 따라놓고 연근처럼 구멍이 뚫린 연대로 그윽한 연의 향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풍류 역시 오래전에 사라졌다.
온 나라에 연꽃이 무성하게 피는 시절이다.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전주 덕진 연못이나 나라 안 곳곳의 연지에서 여름 새벽에 청개화성을 체험해 볼 일이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운치 있는 일인가.
[출처]경향신문 입력 : 2012-07-05 20:58:00
죽란시사(竹欄詩社)라는 풍류계...정약용과 친교를 맺었던 이치훈, 이유수, 한치응 등 열네명의 뜻 맞는 선비들이 맺은 계...규약: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이 필 때와 한여름 참외가 무르익을 때 모이고, 서련지(西蓮池)에 연꽃이 만개하면 꽃구경하러 모인다. 국화꽃이 피어 있는데 첫눈이 내리면 이례적으로 모이고, 또 한 해가 저물 무렵 분(盆)에 매화가 피면 다시 한 번 모인다...1년에 5~6번...대충 2개월만에 모이는 거구만...ㅎㅎ...^-^
청개화성(聽開花聲)...연꽃이 필 때 내는 소리...동이 트기 전 새벽에 모여서 배를 띄우고 연꽃 틈에 귀를 대고 듣는 소리...그윽하고도 절절한 멋인 풍류이다...ㅎㅎ...^-^
연잎에 가득 술을 따라놓고 구멍이 뚫린 연대로 그윽한 연의 향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풍류 역시 오래전에 사라졌다...ㅎㅎ...^-^
죽란시사(竹欄詩社)...이름은 '대나무-난초-시모임'인데...대나무와 난초 만나는 규약은 없네...술 따른 연잎을 들고 연근처럼 구멍이 뚫린 연대로 술 마시고...새벽에 배 띄어 연꽃이 필 때 내는 소리...청개화성(聽開花聲)을 듣는다니...절절한 멋의 풍류이다...ㅎㅎ...^-^
- 2012년 8월5일(일)요일 런던올림픽 9일째 축구팀이 영국을 이겨 4강에 진출하여 기쁜 아침에... 수산나 -
홍련
홍련
백련
연밥
홍련
백련
백련
연밥
홍련
'한국 역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세설신어]도하청장(淘河靑莊)/해오라기 5장 (0) | 2012.08.15 |
---|---|
[신정일의 길]경치, 그리고 경탄의 경지/원도봉 망월사 3장 (0) | 2012.08.05 |
[정민의 세설신어]풍중낙엽 (風中落葉)/선인장 5장 (0) | 2012.08.03 |
[정민의 세설신어] 애여불공(隘與不恭)/선인장 5장 (0) | 2012.08.02 |
[정민의 세설신어]잡채판서(雜菜判書)/분재 4장 (0) | 2012.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