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 10월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세상을 떠돌다보니 집에 머물렀던 날이 이틀밖에 안되었다. 이렇게 돌아다닌 뒤 남는 것은 무엇일까? 남는 것은 이 세상의 아름답고 기이한 풍경과 역사유산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의 행복이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가슴에 품는 소원들이 있다. 선조 때의 문장가인 이수광은 그의 저서 <지봉유설>에서 세 가지 소원을 말했다. “나는 이 세상에 세 가지의 소원이 있으니, 이 세상에서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고, 이 세상에 좋은 일을 하고 싶은 것이고, 또 이 세상의 좋은 경치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송나라 사람인 조계인도 그 비슷한 소원을 말했다. “나는 평생에 세 가지 소원이 있다. 그것은 세상의 좋은 사람을 모두 알기를 원하고, 세상의 좋은 글을 모두 읽기를 원하며, 세상의 경치 좋은 산과 내를 모두 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세 가지를 다 이루고 가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다만 두 사람의 공통적인 소원이 세상에 있는 그 빼어난 경치를 다 보고자 함이었으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사람들은 먼 길을 걸어가는 동안 수많은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 풍경들을 만날 때 느끼는 감흥은 저마다 다르다. 조선 초기의 문장가였던 김시습은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주저앉아서 통곡했다고 한다. 서경덕은 아름다운 산수를 만나면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이달은 주저앉아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서양의 지식인들은 어떠했을까? 독일의 문호인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어느 순간을 보고 멈추어라, 너 정말로 아름답구나! 라고 외친다면 그때에는 네가 나를 결박해도 좋다. 나는 기꺼이 열반의 길을 걸어가겠다. 그때에는 조종을 울려도 좋다.”
괴테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서 경탄하는 순간이 곧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과 같음을 말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쌓인 분노와 슬픔을 해소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그대들의 눈에 비치는 사물들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바라보는 모든 것에 경탄하는 사람이다.” 앙드레 지드가 <지상의 양식>에서 한 말이다. 살아있는 동안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은 경탄일 것이다. 당신은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때 어떤 경탄을 하겠는가?
[출처]경향신문 입력 : 2012-06-28 21:06:07
선조 때의 문장가인 이수광은 그의 저서 <지봉유설>에서 세 가지 소원을 말했다. “나는 이 세상에 세 가지의 소원이 있으니, 이 세상에서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고, 이 세상에 좋은 일을 하고 싶은 것이고, 또 이 세상의 좋은 경치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풍경들을 만날 때 느끼는 감흥은 저마다 다르다.... 조선 초기의 문장가였던 김시습은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주저앉아서 통곡했다고 한다. 서경덕은 아름다운 산수를 만나면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이달은 주저앉아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ㅎㅎ...^-^
괴테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서 경탄하는 순간이 곧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과 같음을 말하고 있다... 현자란 바라보는 모든 것에 경탄하는 사람이다...앙드레 지드가 <지상의 양식>에서 한 말이다...ㅎㅎ..^-^
김시습이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주저앉아서 통곡했다고 하는 말에 공감한다...통곡을 안 했지만 주저앉아 그대로 자연속으로 흡수되고 싶은 욕망을 느낄 때가 있었으므로...ㅋㅋ...^-^
경탄하는 순간이 곧 ‘무아지경’이고...경탄하는 사람이 현자라고 했으니...자주 많이 경탄해야 되겠다...ㅎㅎ...^-^
- 2012년 8월5일(일)요일 런던올림픽 9일째 축구팀이 영국을 이겨 4강에 진출하여 기쁜 아침... 수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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