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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조선[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21]세월을 탓하지 말라, 大義는 망설일 수 없는 것-임경업 초상/소나무 분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1] 세월을 탓하지 말라, 大義는 망설일 수 없는 것

조선일보 사외칼럼 종합 손철주 미술평론가

입력 : 2012.08.09 23:31

 

 

호피(虎皮) 깔개에 앉았는데도 호랑이 등에나 올라탄 듯이 당당한 사나이다. 비록 죽은 놈이지만 호랑이가 그의 발아래에 머리를 잔뜩 조아린 꼴이다. 그는 떳떳하고도 날카롭다. 눈은 앞을 노려보며 부라렸고, 귓불은 뺨 뒤로 숨어 역삼각형 얼굴이 더 매섭다. 짙푸른 관복(官服) 차림과 공수(拱手)한 자세가 모난 구석을 도리어 감싸주는 구실을 한다. 누굴까, 이 사내는. 그림 속에 그의 정체가 적혀 있다. '충민공(忠愍公) 임장군(林將軍)'. '임 장군'이란 바로 조선 인조 때의 무신 임경업(林慶業·1594~1646)이다.

임경업은 병자호란 당시 붙들려가던 백성들을 구출한 영웅이었고, 청(淸)에 맞서 명(明)을 도와 나라 밖으로 용맹을 떨친 장수였다. 고집스레 대의와 명분을 좇았던 그의 말년은 불운했다. 역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쓴 그는 형장에서 스러졌다. 그의 불우한 이미지는 후대의 가슴에 남아 소설로 각색되었고, 무속에서는 수호신으로 등극했다.

'임경업 초상' - 작자 미상, 비단에 채색, 150.2×91.5㎝, 19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임경업의 생김새를 더 뜯어보자. 눈시울은 위로 뾰족하고 콧대는 다릿기둥처럼 단단하다. 얇고 가는 입술은 쌀쌀한 기색을 띤다. 수염은 흉배(胸背) 가운데로 늘어질 만큼 길렀고, 웃자란 눈썹 털 서너 개가 눈두덩을 찌르고 있다.

무엇보다 탁자 위의 기물(器物)들이 흥미롭다. 왼쪽에 사자처럼 생긴 것은 산예(�s猊)다. 용(龍)의 아들인 이 녀석은 불과 연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향로 장식에 맞춤하다. 아닌 게 아니라 입에서 파르스름한 향을 뿜고 있다. 꽃병에도 동물이 새겨져 있다. 도마뱀을 닮은 석룡(蜥龍)이다. 석룡은 싸움을 무척 즐긴다. 병에 꽂힌 것은 소나무·대나무·매화인데, 문인들이 흔히 일컫는 '힘든 세월을 건너가는 세 벗'에 해당된다. 문(文)과 무(武)의 상징을 슬며시 초상화 주인공에 끼워넣은 셈이다. 위인을 기리는 마음씨가 정성스럽다.

 

소원을말해봐 조선 인조 때의 무신 임경업(林慶業·1594~1646) 그림이다....그는  병자호란 당시 백성들을 구출한 영웅이었고, 청(淸)에 맞서 명(明)을 도와 용맹을 떨친 장수였다. 고집스레 대의와 명분을 좇았던 그의 말년은 불운했다. 역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쓴 그는 형장에서 스러졌다. 그의 불우한 이미지는 후대의 가슴에 남아 소설로 각색되었고, 무속에서는 수호신으로 등극했다.

 

탁자 위의 기물(器物)들이 흥미롭다...사자처럼 생긴 것은 산예(�s猊)...꽃병에는 도마뱀을 닮은 석룡(蜥龍)이 새겨져 있다...병에 꽂힌 것은 소나무·대나무·매화이다...문(文)과 무(武)의 상징을 슬며시 초상화 주인공에 끼워넣은 셈이다. 위인을 기리는 마음씨가 정성스럽다.

 

- 2012년 10월8일 월요일 분당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다녀온 날 오후 10시10분...수산나 - 

소나무 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