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26] 꽃가지 꺾어 든 그녀, 쪽빛 치마 살포시 들어올렸네
조선일보/오피니언/사외칼럼/손철주 미술평론가
입력 : 2012.09.23 22:22
- '미인도' - 작자 미상, 종이에 담채, 114.2×56.5㎝, 1825년 무렵,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삼회장 노랑 저고리는 볼수록 아찔하다. 깃과 고름, 겨드랑이와 소맷부리에 댄 자줏빛 천이야 당연히 세련됐다. 하지만 품이 얼마나 작고 꽉 조이는지, 어깨에서 팔에 이르는 몸매가 훤히 비친다. 길이는 고작 한 뼘이 될까 말까다. 옷고름이 팽팽해질 정도로 솟아오른 젖가슴이 도련 아래로 보인다. 여인의 신분은 물으나 마나 기생이다.
그녀는 어인 일로 꽃을 손에 들었을까. 그림에 조선 중기 시인 어무적(魚無迹)의 시가 씌어 있다. 시 제목도 마침 '미인도(美人圖)'다. '하릴없이 봄이 늦게 올까 걱정이라/ 꽃가지 꺾어 들고 혼자서만 본다네.' 봄 소식이 늑장을 부리자 여인은 냉큼 꽃부터 꺾어 봄을 누리겠다는 속셈이다.
그녀가 입은 쪽빛 치마는 길고도 낙낙하다. 항아리 같은 저 치마를 펼치면 굽이굽이 열 폭이겠다. 여인은 치마 한 자락을 겨드랑이에 끼웠다. 그 바람에 꽁꽁 동여맨 치마허리는 가려졌지만 희디흰 안감이 살며시 드러났다. 봄마저 유혹하려 드는 기생이니 남정네 눈길이야 능준히 호릴 테다. 그림은 그 유명한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의 미인도에 버금가는 솜씨다.
화가는 다 그리고 나서 제 이름은 숨겼다. 그린 때와 곳만 적어놓았다. '을유년 3월 16일, 얹혀살던 곳에서 그리다.' 그는 어디서 더부살이했을까. 기생을 그렸으니 기방(妓房)일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그림 속에 지분(脂粉) 냄새가 여태 난다.
조선시대...'팜므 파탈'... 어깨에서 팔에 이르는 몸매가 훤히 비친다. 길이는 고작 한 뼘이 될까 말까다. 옷고름이 팽팽해질 정도로 솟아오른 젖가슴이 도련 아래로 보인다....도쿄국립박물관 소장.
- 2012년 12월23일 일요일...오후 10시...수산나 -
앵두나무
앵두나무...꽃
앵두나무...꽃
앵두나무...새로나는 잎
앵두나무...열매
앵두나무...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