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40] 눈보라 치는 밤, 나그네의 가슴은 서러웠네
조선일보/사외칼럼/손철주 미술평론가
입력 : 2013.01.09 23:15
새해 들어 추위가
모질다. 눈이 자주 내리고 바람이 나우 매섭다. 옛 그림에 겨울을 그린 풍경은 쌔고 쌨다. 이 작품은 그중에서 맹추위로 따져 첫손가락에 든다.
화면 가득 뼈저린 겨울 한기(寒氣)가 몰아친다. 보는 이마저 몸을 옹송그릴 정도다.
그림 속에 제목이 있다.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이라, 그 뜻은 '눈보라 치는 밤에 돌아온 사람'이다. 당나라 유장경(劉長卿)의 오언시(五言詩)에서 따온 제목인데, 화가는 그 시를 곧이곧대로 그림에 옮겼다. 그것도 그림 위에서 아래로, 시가 한 구절씩 차례로 펼쳐지는 구도다.
그림 속에 제목이 있다.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이라, 그 뜻은 '눈보라 치는 밤에 돌아온 사람'이다. 당나라 유장경(劉長卿)의 오언시(五言詩)에서 따온 제목인데, 화가는 그 시를 곧이곧대로 그림에 옮겼다. 그것도 그림 위에서 아래로, 시가 한 구절씩 차례로 펼쳐지는 구도다.
- '풍설야귀인'… 최북 그림, 종이에 담채, 66.3×42.9㎝, 18세기, 개인 소장. 오른쪽은 그림의 아랫부분 확대.
다음 구절은 '날이 차가워 초가집 초라하구나(天寒白屋貧)'다. 산 아래 찌그러진 초가 한 채가 쓸쓸하다. 거센 바람은 집 앞 나무들의 허리를 사정없이 꺾어버린다.
이어지는 구절이 '사립문 밖 개 짖는 소리 들리자(柴門聞犬吠)'다. 얼기설기 엮인 사립짝 사이로 검둥개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뛰쳐나온다.
마지막 구절이 바로 제목인 '눈보라 치는 밤에 돌아온 사람'이다. 그림 맨 아래, 아이와 함께 나그네가 걸어간다. 지팡이를 짚은 그의 등짝이 꾸부정하다. 눈보라 날리는 이 밤에 누군가 싶어 개는 사납게 컹컹거린다. 반겨주는 이 하나 없는 나그네의 귀로(歸路)가 고단해 보인다.
그린 이는 조선 화단에서 미치광이로 소문났던 화가 최북(崔北·1712~1786 무렵)이다. 그는 자기를 몰라주는 세상에 분노해 스스로 한쪽 눈을 찔렀고 그림 팔아 술을 사먹은 겨울날, 눈구덩이에 쓰러져 죽었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화가의 이력이 그림과 겹친다. 눈보라가 생애를 쓸고 간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날이 차가워서가 아니라 마음이 시려 불우해진다.
조선 화단에서 미치광이로 소문났던 화가 최북(崔北·1712~1786 무렵)...그는 자기를 몰라주는 세상에 분노해 스스로 한쪽 눈을 찔렀고 그림 팔아 술을 사먹은 겨울날, 눈구덩이에 쓰러져 죽었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그림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 '눈보라 치는 밤에 돌아온 사람'이다....^-^
- 2013년 1월10일 목요일...수산나 -
십장생도...해 달 물 산 구름 소나무 대나무 거북이 학 사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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