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철의 히스토리아] [53] '몇 어찌'
조선일보/오피니언/주경철 서울대교수 서양근대사
입력 : 2010.04.09 23:06 / 수정 : 2010.04.10 01:45
원로 경제학자이신 정기준 선생께서 이 문제에 대해 대단히 흥미로운 글을 써서 수학학회지에 발표하셨다. 그 내용을 요약하여 설명하면 이러하다. 1607년 마테오 리치와 서광계는 유클리드의 'Elementa'를 '幾何原本'이라는 책이름으로 번역했는데, 제1권의 머리에 "무릇 역법·지리·악률·산장·기예·공교 등 여러 가지 도(度)와 수(數)를 다루는 분야는 모두 십부(十府)에 의뢰할 때 그 가운데 기하부(幾何府)에 속한다"는 아리송한 말을 써놓았다. 십부라는 것은 곧 아리스토텔레스의 10카테고리이며, 그 가운데 두 번째 것이 수량카테고리이다. 수량카테고리는 그리스어로 peson인데 이 단어의 의미는 영어로 how much이고, 이를 직역하면 기하(幾何, 중국어에서 '얼마'의 뜻으로 쓰이는 부사이다)가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나 저울로 재서 알 수 있는 연속수량(連續數量)과, 세어서 알 수 있는 이산수량(離散數量)이 모두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리치와 서광계는 이 두 수량을 각각 도와 수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이다. 정리하면 기하라는 단어는 지오메트리의 음역이 아니라, 도와 수를 다루는 모든 분야, 곧 수학 일반을 가리킨다. 우리가 400년 동안 당연시했던 오해가 드디어 풀린 것이다. 이런 일들이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이(幾何!) 있을까.
기하라는 단어는 지오메트리의 음역이 아니라, 도와 수를 다루는 모든 분야, 곧 수학 일반을 가리킨다. 우리가 400년 동안 당연시했던 오해가 드디어 풀린 것이다. 우리가 400년 동안 당연시했던 오해가 드디어 풀린 것이다. 이런 일들이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이(幾何!) 있을까.
- 2013년 1월19일 토요일...수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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