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덕수궁서 전시회 개막
조선일보/아트 전시뉴스/곽아람 기자
['명화를 만나다 -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걸작 100점 보험價만 1000억 "일생에 단 한 번뿐일 眼福"
"여기 걸린 작품들은 100년 후면 모두 국보·보물이 될 겁니다. 100년 후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20세기의 보물들을 보고 있다고 상상한다면, 감개무량하지 않겠습니까."
유홍준 전(前) 문화재청장이 이렇게 말하며 건배를 제의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그의 말처럼 이 행사는 단순한 미술 전시회를 넘어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함께 주최하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전이 28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막했다. 1920~1970년대를 풍미한 한국 작가 57명의 유화 70점, 수묵채색화 30점 등 모두 100점을 선보인다. 출품작 보험가 총액만 10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전시다.
- “여기 걸린 작품 모두가 100년 후엔 국보·보물이 될 것이다.”(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내 평생 다시 보기 힘든 전시를 봤다.”(표미선 한국화랑협회장)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에서 열리는‘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이 개막했다. 28일 개막식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이중섭이 1953년경 그린‘소’(왼쪽)와‘황소’를 감상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출품작은 국내 최고의 미술비평가와 큐레이터, 화랑 대표가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500점→300점→100점 식으로 추리는 과정을 거쳐 엄선됐다. 배운성의 '가족도'(1930-1935), 오지호의 '남향집'(1939) 등 근대문화재로 등록된 작품도 두 점 포함됐다.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세기 초 역사의 격랑 속에서 관람객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작품들을 골랐다. 작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 근현대 회화의 반세기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출품작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리움, 환기미술관, 국회도서관 등 전국 각지의 미술관 및 기관 외에도 30여명의 개인 소장자로부터 빌려왔다. 보물처럼 아끼는 소장품을 선뜻 내놓기 주저하는 소장자를 찾아 주최 측이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모셔온' 작품이 대다수다.
유홍준 전 청장은 "개인 소장품뿐 아니라 미술관 소장품 중에서도 수장고에 모셔져 있다가 30~40년 만에 나온 작품들이 많다. 이런 명작들을 다시 직접 볼 수 있은 기회가 또 없을 것 같아 개막 1시간 30분 전부터 전시장을 둘러봤는데도 다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 28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전 개막식 참석자들. 왼쪽부터 김성령 근현대회화전 홍보대사, 이창원 롯데그룹 상무,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오광수 한솔뮤지엄 관장, 서양화가 박돈·장리석씨,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성김 주한미국대사, 황창화 국회도서관장,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대사,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표미선 한국화랑협회장, 강기수 한화그룹 상무. /오종찬 기자
표미선 한국화랑협회장은 "내 생애 이런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작품을 점점 더 빌려오기 힘들 텐데 이런 전시가 다시 열리는 것이 가능하겠느냐. 일생에 단 한 번뿐일 안복(眼福)"이라고 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전시 작품 선정에 참여한 운영위원 오광수 한솔뮤지엄 관장·김현숙 한국 근현대미술사학회장·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과 성김 주한 미국 대사,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 황창화 국회도서관장,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 재단 이사장,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 관장,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유희영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이창원 롯데그룹 상무, 강기수 한화그룹 상무,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 화가 장리석·박돈·오원배씨, 근현대회화 100선전 홍보대사 탤런트 김성령씨,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변용식 조선일보 발행인 등 모두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작품들, 지금 덕수궁에 걸려있다
조선일보/아트 전시뉴스/곽아람 기자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출품작 100점 下
2014. 3. 30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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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줄이 꿈틀거린다. 근육이 춤을 춘다. 굳건히 땅을 짚은 네 다리, 한 번 위로 뻗었다가 꼬인 꼬리. 어깨를 곧추세운 황소가 눈을 크게 부릅뜨고 화면 밖을 내다본다. 이중섭(李仲燮·1916~1956)은 '우직함과 근면'이라는 한국 소의 전형(典型)에서 탈피해 분노, 열정, 광기에 들뜬 강력한 소를 창조했다.
이 그림 '소'(1953년경)가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에 걸려 있다. 관람객이 특히 많이 모이는 그림 중 하나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공동 주최, 1920~1970년대 한국 회화 걸작 100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가난 때문에 가족과 헤어져 평생 가족을 그리워하다 외롭게 세상을 뜬 '불우한 천재' 이중섭. 이번 전시엔 그의 대표작 다섯 점이 걸렸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소머리 부분을 그린 '황소'(1953년경) '길 떠나는 가족'(1954년) '가족'(1950년대) '통영 앞바다'(1950년대) 등이다.
- ‘황소 그림 중섭’.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서 이중섭은 이렇게 호명된다. 학생 때부터 소를 관찰하길 좋아했던 이중섭은 소의 이미지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해 광기 어린 야만성과 폭발할 듯한 에너지를 부여했다. 사진은 이중섭의 1953년작‘소’.
또 다른 '천재 화가' 이인성(李仁星·1912~1950)의 작품도 관람객을 만난다. 1931년부터 6회 연속 조선미술전람회 특선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던 그는 당시 한국 화단에서 유행했던 '조선 향토색'의 대표 주자다. 시들어가는 해바라기밭,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상반신을 드러낸 갈색 피부 여인이 소녀와 함께 거니는 '가을 어느 날'(1934년)은 조선 향토색이 짙게 묻어나는 대표적 사례. 백사장에 핀 해당화와 함께한 세 소녀를 그린 '해당화'(1944년)도 전시에 나와 있다.
천진난만한 화풍이 특색인 장욱진(張旭鎭·1917~ 1990)의 자그마한 그림은 모두 3점. 동화 속 이야기 같은 '모기장'(1956년) '가족도'(1972년) '가로수'(1978년) 등이다.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千鏡子·89)의 그림도 전시장 벽에 걸렸다. 자아도취에 빠진 몽환적 여성을 그린 '청춘의 문'(1968년)을 비롯해 '목화밭에서'(1954년) '길례언니'(1973년)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년)다.
▲관람은 내년 3월 30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료 성인 6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포함), 초·중·고생 3000원, 부모 동반 초등학생 11월 29일까지 무료 www.koreanpainting.kr (02)318-5745
두 번 모이기 힘든 작품들
조선일보/아트 전시뉴스/곽아람 기자
입력 : 2013.10.29 03:02 / 수정 : 2013.10.29 09:44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오늘부터 전시될 100점 中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2013. 10. 29.~201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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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면서도 무심한 순간에 일상은 반짝인다. 포대기로 아기를 둘러업은 아낙네가 절구질에 여념이 없다. 등 뒤의 아이, 커다란 절굿공이가 무거울 법하지만, 한마디 불평 없이 곡식 빻기에 몰두한다. 이 그림이 아름다운 것은 제 일에 충실한 여인의 묵묵함 덕분이다. '일상 예찬자' 박수근(朴壽根·1914~1965)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이다.29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에는 박수근 작품 다섯 점이 나온다. 자신이 살던 창신동 골목 풍경을 그린 '골목안'(1950년대) '빨래터'(1954) '농악'(農樂·1962) '행인'(1964) 등이다.
- 박수근이 훌륭한 것은 평범한 것들의 의미를 짚어내는 감각 덕분이다. 일상의 노동을 경건하게 치러내는 촌부(村婦), 박수근의 1954년 작 ‘절구질하는 여인’이다.
박수근의 거친 화면이 향토적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데 반해 기자 출신 화가 이마동(李馬銅·1906~1981)의 '남자'(1931)는 지극히 도회적이다. 감색 양복에 갈색 롱 코트, 오른손은 주머니에 찔러넣고 왼손에 신문을 거머쥔 남자는 그 시대 '댄디'의 전형. 우수에 찬 듯한 프로필(옆모습)마저 멋스럽게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함께 주최하는 이번 전시엔 '한국 인상주의의 선구자' 오지호(吳之湖·1905~1982)의 '남향집'(1939)도 소개된다. 인상주의의 토착화를 꿈꿨던 화가는 자신이 살던 개성 집의 오후를 맑고 밝은 색조로 그려냈다. 축대와 나무 그림자를 청보라색으로 표현한 이 그림은 최근 '근대문화재'로 지정됐다. 역시 근대문화재로 지정된 배운성(裵雲成·1900~1978)의 '가족도'(1930~1935)도 함께 소개된다. 화가가 자신의 후원자 가족을 그린 그림이다.
'금강산 화가' 소정(小亭) 변관식(卞寬植·1899~1976) 작품으로는 '내금강진주담(內金剛眞珠潭)'(1960) '내금강보덕굴(內金剛普德窟)'(1960) '외금강삼선암추색(外金剛三仙岩秋色)'(1959)을 포함한 다섯 점이 전시에 나온다.
▲관람은 10월 29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료 성인 6000원, 초·중·고생 3000원, 부모 동반 초등학생 11월 29일까지 무료
www.koreanpainting.kr (02) 318-5745
한국 근현대 걸작… 이 중 몇 작품이나 보셨나요
조선일보/아트 전시뉴스/곽아람 기자
[D-1, 미리 만나는 출품작 100점] 上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2013. 10. 29-201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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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달려간다. 피란민들을 빽빽하게 싣고, 비현실적으로 붉은 땅 위를 달려간다. 역시나 비현실적으로 파란 하늘이 붉은 땅과 맞닿아 더욱 도드라진다. 화가는 전쟁이 빚어낸 이 서글픈 상황을 추상화해 바라봄으로써 거리를 뒀다. 한국을 대표하는 모더니스트, 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1913~1974)의 '피란열차'(1951)다. 6·25 때 해군 종군 화가로 활동했던 그는 포화(砲火) 속에서도 그리고, 또 그렸다.
- 김환기가 왜 ‘한국을 대표하는 모더니스트’인가. 그의 ‘피란 열차’(1951)가 말해 준다. 화가는 전쟁의 비극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추상·단순화해 한 발짝 거리를 뒀다.
이 작품이 29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에 나온다. 김환기 작품으로는 '피란열차' 외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산월'(1958), '영원의 노래'(1957), '아침의 메아리'(1965), '12-Ⅴ-70#172'(1970), '우주 05-Ⅳ-71 #200'(1971) 등 모두 일곱 점이 나온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함께 주최하는 이번 전시엔 1920~1970년대 한국 근현대 회화사 명작 100점이 출품된다. 본지는 전시 개막에 앞서 독자들에게 출품작을 지면(紙面)을 통해 소개한다. 1차로 작가 이름 가나다순으로 33점을 골랐다.
'한국의 로트레크' 구본웅(具本雄·1906~1953)은 어릴 적 부상을 당해 평생 곱사등이로 살았다. 그는 시인(詩人) 이상(李箱·1910~1937)과 막역했다. 구본웅이 그린 이상 초상화 '친구의 초상'(1935)이 이번 전시에 나온다.
'사실주의의 거장' 김인승(金仁承·1910~2001)은 도회적이고 세련된 감각의 인물화로 잘 알려졌다. 국회 도서관에서 빌려 온 '화실'(1937)은 소파에 앉아 스케치하는 남자와 그를 보고 있는 여자를 그린 것으로 지적 분위기가 물씬 난다. 붉은 부채를 손에 쥔 미인을 단정하게 그린 '홍선'(1954)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하고 또렷한 서양화뿐 아니라 은은한 색채의 동양화도 관객을 기다린다.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1892~1979)의 '의기 논개'(1955), 심산(心汕) 노수현(盧壽鉉·1899~1978)의 '유곡'(1956),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1913~2001)의 '가을'(1934) 등이다.
▲관람은 10월 29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료 성인 6000원, 초·중·고생 3000원, 부모 동반 초등학생 11월 29일까지 무료
www.koreanpainting.kr (02) 318-5745
韓國人이라면 알아야 한다, 이 거친 황소를
조선일보/아트 전시뉴스/곽아람 기자
입력 : 2013.10.23 23:55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운영위원 4人이 뽑은 "이 작품은 봐야 한다" 베스트3
이중섭 '황소', 박수근 '절구질하는…',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소장자 설득 등 전시 준비에만 1년… 1920~70년대 작품 중 100점 엄선
이중섭(1916~1956)의 '황소'(1953년경), 박수근(1914~1965)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김환기(1913~1974)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이 세 작품이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트로이카'로 꼽혔다. 29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을 앞두고 본지가 4명의 운영위원들에게 출품작 중 '한국인이 꼭 봐야 할 작품 3점'을 꼽아달라고 부탁한 결과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1년여에 걸쳐 준비한 이 전시의 출품작 100점 선정에는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 오광수 미술평론가(한솔뮤지엄 관장), 김현숙 미술사학자(덕성여대 교수),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등이 참여했다.
◇이중섭 '황소' 14년 만에 첫 공개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거칠게 콧김을 내뿜고 있는 황소의 머리를 강조한 이중섭의 '황소'. 이 그림은 1999년 1월 이중섭이 '1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이중섭특별전 이후 처음 일반에게 공개된다. 김현숙 덕성여대 교수는 "이중섭의 소 그림 중 대표작이며, 전란으로 궁핍했던 1950년대의 시대상황과 불우했던 작가의 개인사에 대한 절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중섭의 또 다른 대표작인 서울미술관 소장 '소'(1953년경), '길 떠나는 가족'(1954) 등도 이번 전시에 나온다.
- 건장한 황소 한 마리가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는다. 금방이라도 화폭에서 뛰쳐나올 듯한 황소의 눈빛이 매섭다. 이중섭의 1953년작 ‘황소’. 가로 49.5㎝, 세로 32.3㎝의 작은 그림이지만 그림의 에너지만은 그 어떤 대작보다도 힘차다. 1999년 이후 14년 만의 일반 공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은 6·25 전쟁 중의 것으로는 드물게 캔버스에 그린 대작(가로 97㎝, 세로 130㎝)이다. 박수근은 미군부대 PX 초상화 작업을 했기에 어렵게 캔버스를 구할 수 있었다. 아기를 업고 절구질을 하는 아낙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일상의 경건한 노동이 밀레의 '만종'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이 밖에 박수근이 자신이 살던 서울 창신동 풍경을 그린 '골목 안'(1950년대), '빨래터'(1954) 등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가로 172㎝, 세로 232㎝의 대형 캔버스에 수많은 푸른 점을 찍은 그림이다. 뉴욕에 체류하던 화가는 고향에 대한 무수한 그리움을 점으로 표현했다.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화가가 시인 김광섭의 '저녁에'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이다. 서정적인 제목이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김환기 작품으로는 산, 달, 바위를 전통산수화법으로 그린 '산월'(1958), 우주의 별빛을 점을 찍어 그려낸 '우주 05-Ⅳ-71 #200'(1971) 등도 소개된다.
◇소장자들이 어렵사리 내준 귀한 작품
이번 전시작품은 한국 근·현대 회화의 르네상스인 1920~1970년대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500여점의 후보 작품군을 놓고 고심한 끝에 범위를 좁혀 '명작 중의 명작'을 엄선했다. 선정 기준은 미술사적인 의미와 함께 미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최우선으로 했다. 정형민 관장은 "낯선 작품에서 감동을 받기는 어렵다. 감동이란 '친근감'에서 온다. 그래서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이면서 굳이 해석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구상 작품 위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한솔뮤지엄 관장은 "미술사의 흐름을 짚을 수 있는 '명작(名作)'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서양화뿐 아니라 동양화에도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동양화는 30점이다. 오 관장은 동양화 중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생 금강산만 그린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의 '내금강 진주담'(1960)을 꼽았다.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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