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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강론

[굿강]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연중 제30주일. 2019년 10월 27일)/치명자산 성지 6장

연중 제30주일. 20191027.

 

루가 18, 9-14.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화(例話) 하나를 말씀하십니다.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바리사이와 세리,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습니다.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감히 들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합니다.  “,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이 예화의 바리사이는 실제로도 율법을 충실히 지켰을 것입니다. 유대교 신로 지킬 것 다 지키고, 바칠 것도 다 바쳤을 것입니다 . 그는 유대교가 요구하는 단식은 일주일에 한 번인데 이 사람은 두 번이나 단식하였습니다그리고 유대교가 요구하는 십일조는 주된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치는 것인데 그는 자기의 부수입까지 포함하여 모든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쳤습니다 한 마디로 그는 지키고 바치는 일에 있어서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하느님이 감동하실 일만 남았습니다그러나 세리는 그 시대 모든 이들로부터 죄인이라 지탄받던 사람입니다그는 하느님이 불쌍히 여겨주실 것을 빌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의 복음 말씀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도 겸손하라는 교훈으로 전락시키지 말아야 합니다이 예화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열린 하느님의 지평(地平)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인류역사 안에 신()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있었습니다그 이야기들은 모두 신이 준 계명을 잘 지키고, 제물을 잘 바쳐서 신으로 하여금 호감을 갖게 해서 소원성취 하라고 권합니다.  ‘태초에 두려움이 있었고, 그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신을 생각하게 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신에게 무엇을 바쳐서 두려움에서 해방되고어떤 혜택을 받아 내겠다는 민속(民俗) 종교들의 발생을 지적하는 말입니다정화수(井華水)를 떠놓고 비는 이들의 마음혹은 공양미 삼백 석을 바치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 심청이가 생각하던 종교입니다하느님의 힘을 빌려 자기의 소원을 성취하겠다는 마음이 생각하는 종교입니다.

 

그리스도신앙은 인간이 자기 소원을 성취 하는 길을 가르치지 않습니다신앙은 내가 잘 지키고 잘 바쳐서하느님을 감동시키거나그분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서 나 한 사람 잘 되고나 한 사람 잘 사는 길을 가르치지 않습니다소원성취는 인간 각자가 노력하여 할 일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을 자기 안에 모셔 들이고, 그분이 하시는 일을 자기도 실천하는 데에 있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을 비는그리스도신앙인입니다신앙인은 하느님의 자비와 불쌍히 여기심을 스스로 실천하여 하느님이 우리 안에 살아계시게 합니다.

 

우리의 생명을 비롯하여 이 세상 모든 것을 하느님이 은혜롭게 베푸셨습니다그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베풀어진 것을 하느님의 시선(視線)으로 보려 합니다나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앙인입니다 잘 지키고, 잘 바쳐서 소원성취 하겠다는 마음은 독재자 밑에 사는 기쁨조가 하는 일입니다아니면조직 폭력배가 그 두목 앞에서 하는 행동방식입니다 그것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의 혜택을 얻어내겠다는 마음이 하는 일입니다예수님이 믿으신 하느님은 독재자도 아니고, 조폭의 두목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셨습니다하느님 덕분에 우리가 잘 살아보겠다고 붙여진 호칭이 아닙니다 불쌍히 여기고돌보아 주시는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이어받아 그분의 뜻을 존중하고, 그분의 뜻을 이루면서 살겠다는 자녀의 결의(決意)가 담긴 아버지라는 호칭입니다.

 

그 아버지의 일을 실천한 예수님입니다하느님을 아버지라 말할 때는 어머니와 대립된 아버지를 뜻하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자녀를 낳아 기르고그 자녀가 사람노릇 하도록 가르치는 아버지를 의미합니다옛날 남성(男性) 위주의 가부장(家父長)사회에서 자녀들과 관련지어 아버지를 말할 때는 자녀를 위한 어머니의 역할도 당연히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아버지는 생명을 주신 분아버지의 배려로 생명이 성장하고자녀가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하여 산다고 말할 때아버지라는 호칭 안에는 어머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수가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때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하는 일을 하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버리지 않고 세심히 돌보듯이, 우리를 돌보시는 하느님, 부모가 자녀의 연약함을 불쌍히 여기듯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는 하느님우리가 부모에게서 세상사는 법을 배웠듯이, 우리가 배워 실천하며, 그분의 생명을 살아야 하는 하느님이라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기가 잘 한 일에 만족하고 하느님 앞에 그것을 자랑하고 있습니다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는 우리들이 흔히 하는 자만자족 현상입니다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우열(優劣)을 논하라고 주어진 우리의 삶이 아닙니다다른 사람은 우리의 경쟁자가 아닙니다다른 사람은 하느님이 베푸신 우리의 이웃입니다불쌍히 여기시는 하느님의 시선으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는 우리의 형제자매들입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사람은 모두 불쌍합니다그 앞에서 우리가 가지는 우월감 혹은 열등감은 현실을 바로보지 못한 착각입니다나만 바라보기에 생긴 착각일 뿐입니다.

 

오늘 복음의 세리는 하느님이 불쌍히 여기실 것을 빌고 있습니다하느님의 자비를 부르고 있습니다오늘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바리사이와 세리 두 사람 중에 의롭게 되어 돌아간 사람은 세리라고 말씀하십니다그것이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자녀로 사는 인간의 올바른 자세라는 말씀입니다하느님의 자녀는 하느님의 자비가 자기 안에 살아 있을 것을 빕니다그리고 그 자비를 스스로 실천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고, 유대교가 죄인이라며 버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을 하느님이 용서하신다고 가르쳤습니다하느님의 자비를 당신 주변에 넘쳐흐르게 하셨습니다 하느님이 자비하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자기 한 사람 잘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죄인입니다예수님은 유대교 지도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느님의 자비를 소신껏 실천하셨습니다그것이 하느님의 생명이었기 때문입니다그래서 그분은 하느님의 아들이었습니다.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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