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8일(월) 부활 제5주간 월요일, 오늘의 글/시]
아름다운 어머니의 거짓말 솔솔 비린 내음과 함께 커저 오는 어머니의 얼굴! 한 입 두 입 국물을 떠 먹다 말고 아들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명태 머리와 꼬리만 드시던 어머니 생각에. 어려웠던 시절 오랫만에 장에 가신 어머니는 큰 맘 먹고 명태 한 마리를 사 들고 오셨다. 그날 저녁 맛있게 명태국을 끊인 어머니, 아마도 어머니는 생선을 여덟 등분했나 보다. 국자를 이용해 가장 큰 가운데 토막은 할아버지 국그릇에, 다음으로 살이 많은 것은 할머니 그릇에, 다음 큰 것은 아버지 그릇에…. 그렇게 차례대로 형, 나, 막내의 그릇에 생선 한 토막씩을 넣어 주셨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머리와 꼬리는 어머니 차지였다. 한번은 어린 막내가 “엄마는 왜 항상 머리와 꼬리만 먹어?” 하고 묻자 어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응, 어두육미라고 머리와 꼬리가 맛있거든…” 하셨다. “그럼 나도 좀 줘.” 어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다 머리와 꼬리부분을 막내 국그릇에 넣어 주셨다. “에게게, 살이 하나도 없잖아. 나 안 먹을래. 엄마 먹어.” 막내에게서 도로 받은 생선의 머리와 꼬리 부분을 어머니는 정말 맛있게 잡수셨다. 어린 우리는 그때 어머니 말씀이 참인 줄 알았다. 그 뒤로도 오랫동안 그 말을 참이라고 믿었다. 그러기에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한자성어까지 생겨났겠지 그렇게 여겼다. 네번째 알찬 부분을 먹던 큰아들은 어른이 된 다음에야 어머니의 그 말이 거짓임을 알았다. 결혼 뒤 아내와 모처럼 시장에 가 생선을 샀다. “머리랑 꼬리 부분 잘라 드릴까요?” “예.” “아니 왜 그 맛있는 데를 버리세요?” “네? 요즘 이걸 먹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아저씨는 어두육미라는 말도 모르세요?” “어두육미요? 소꼬리는 맛있는지 모르지만 생선대가리를 무슨 맛으로 먹어요. 옛날에야 먹을 게 워낙 없으니까 그거라도 끓여 먹었는지 모르지만….” 순간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는 아브라함 링컨의 고백이 비수처럼 가슴에 와 꽂혔다. 그 뒤로도 아들은 어버이날이 돌아오면 명태국을 끓인다. 맛없는 물고기의 머리와 꼬리 부분을 그렇게도 맛있게 드시던 어머니의 그 큰 사랑을 가슴에 새기기 위해…. 지금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흐른다. - 옮겨온 글 5월8일 어버이날입니다 어버이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자녀들의 효 많이 받으시며 행복 가득 하시옵소서 |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어머니 넓은 들판을 갉아먹고 사는 들쥐처럼 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허리를 갉아 먹으며 그래도 당신은 웃기만 하십니다. 자식 얼굴에 웃음짓는 걸로 허리를 대신하겠다고 하시며 당신은 그저 웃기만 하십니다. 자식들 때문에 죄인으로 목을 매며 사시면서도 자식들 입에 밥술이라도 넣어줄 수 있어 행복했다며 당신은 그저 웃기만 하십니다. 철이 들어가는 자식들을 보며 설움도 웃어 넘길 수 있었다는 당신은 가녀린 허리를 더 자식들에게 떼어주지 못하는게 늘 안타깝다고 하십니다. 어머니 이제는 그 가녀린 허리를 대신해 제가 당신의 허리가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어디에 계시든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는 자식들에게 더러 잊혀지면서도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안은 어머니 당신의 고통속에 생명을 받아 이만큼 자라 온 날들을 깊이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기쁨보다는 근심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어머니의 언덕길에선 하얗게 머리 푼 억새 풀처럼 흔들리는 슬픔도 모두 기도가 됩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 눈물속에서 불러보는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 아름답게 열려 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어제의 기억을 묻고 우리도 이제는 어머니처럼 살아있는 강이 되겠습니다.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푸른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 이해인 수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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