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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글·자녀교육·시사

[230711 글/시]음악인들을 위하여(이해인)/아픈 만큼 삶은 깊어지고

[2023년 7월11일(화) 오늘의 글/시]

 


 

음악인들을 위하여 - 이해인

 

 

사계절 내내

음악을 이야기하면서도

우리는 지칠 줄 모르는

음악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음악은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희망의 언어였으며

세상과 이웃을 향해

하고 싶은 말들을 대신해주는

사랑의 편지였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결같이 함께해주는

충실한 벗이었으며

피곤한 발걸음으로 문을 두드리면

가장 따뜻하게 반겨주는

고향의 집이었습니다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을 마시듯이 음악을 마시며

힘들 때도 행복했습니다

 

음악 안에서

음악과 함께

음악을 향해 살고 싶은 마음은

깊고 넓은 바다로 열리고

 

이 바다로 떠오르는 푸른 별 하나

음악은 영원하다고

환히 웃으며 길을 밝혀줍니다

 

음악은 기쁨

음악은 평화

음악은 기도

 

음악으로 난 길을

끝까지 새롭게 `첫 마음`으로 걷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또한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음악이 되겠지요?

 

믿으면 되리라

오늘도 노래하며

즐겁게 길을 갑니다

 

 

[다른 옷은 입을 수가없네]에서

 

 

아픈 만큼 삶은 깊어지고


흐르는 물 고이면 썩어져 가듯
움직임이 정지되면 마음엔 잡초가 자라납니다.


상처받기 두려워 마음 가두어 놓고
잡초 무성히 키울 바에야
차라리 어울리는 세상에서 속마음 열어 놓고
사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들어야 할 것 듣기 싫고
가지고 있는 것 버리기 싫지만
마음은 한 시간에 머물러도
한 곳에 갇혀 있어도 아니 됩니다.


매서운 바람이
마음 한 구석에 소용돌이를 일으켜
드러난 상처에 생채기를 만든다 하여도
고통은 아픈만큼
줄 수 있는 자람이 있고 교훈이 있기에
마음은 편한 곳에
움직임이 정지 되어서는 아니됩니다.



물은 흐르기 싫어도 흘러야 하고
흐르는 물은 파도를 만들 듯
마음은 추함이 있어도 열려야 하고
아픔이 있어도 흘러야 합니다.


마음의 고통은 공기처럼 소중하여
아픔 만큼 삶은 깊어지고
자람만큼 삶은 풍성해지고 편안해 집니다.


- 좋은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