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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글·자녀교육·시사

[250110 글/시]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395) 새가슴 선비/인생의 계단

2025년 1월10일(금) 오늘의 글/시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395) 새가슴 선비

과거 낙방만해 낙심한 선비에
한 노인이 말을 걸어오는데…

정월대보름, 또래 친구들은 둑방에서 쥐불놀이를 하는데 우환이는 다락방에서 들창을 열고 새어 들어오는 달빛에 책을 펴 글을 읽었다. 어릴 때부터 우환이는 책벌레였다.

고루한 선비였던 부친을 일찍 여의고 홀어미를 모시고 살려니 살림살이가 말이 아니었다. 우환이는 열대여섯살이 되도록 책만 읽고 있어 그 어미가 화전에서 호미질을 했지만 두 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벅찼다. 툭하면 빈 자루를 들고 친정엘 갔다.

우환은 열아홉에 장가를 들어 새색시를 맞았는데 입 하나가 늘어 살림은 더더욱 쪼들렸다. 우환 어미가 넉넉하지도 못한 친정에 빈 자루를 들고 가는 대신에, 이제는 시집온 지 몇달도 안된 새색시가 친정에 가서 겉보리 몇 됫박을 얻어 와 보릿고개에 목숨을 이어갔다.

남은 희망은 오로지 우환의 과거시험뿐이다. 그러나 이 심약한 백면서생은 낙방만 거듭할 뿐이다. 쓸데없이 큰 키에 가느다란 손마디, 골방에만 처박혀 책을 읽느라 새하얀 피부의 선비는 몸만 약한 게 아니라 마음도 새가슴이다. 그렇게도 공부를 했건만 시험장에만 앉으면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 ‘물 수(水)’ 자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우환은 새색시가 머리카락을 팔아 마련한 노잣돈을 들고 과거시험길에 올랐다. 주막에 들어가면 장작을 패고 마당을 쓸고 객방에 군불을 지펴주며 노자를 아껴 한양까지 가서 과거를 봤지만 또 낙방을 하고 말았다. 우환은 종로 골목에서 빈대떡에 탁주 세 호리병을 먹고 나니 과거시험장에서 막혔던 글귀가 생각이 났다. 억울한 맘에 이마를 찧자 개다리소반이 두 동강이 났다. 터덜터덜 발길 가는 대로 걸었다. 날은 저무는데 노잣돈은 한푼도 안 남았고 갈 곳은 없었다. 서촌 골목을 헤매다가 어느 집 담 밖으로 뻗어 나온 나뭇가지가 보이는데 매화나무다. 새하얀 매화가 달빛을 머금고 밤이슬에 함초롬히 숨죽이고 있었다. “그래, 여기야. 바로 이곳이야!” 낙방 선비가 달빛에 젖은 매화를 하염없이 바라보니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두루마기를 북북 찢어 엮어 줄을 만들어서는 매화 가지에 걸고 한쪽 끝에 목을 감았다. “젊은이, 잠깐!” 서촌 골목이 쩌렁쩌렁 울렸다. 사동이 초롱을 들고 그 뒤로 한 노인이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이거늘, 네 놈이 네 목숨을 마음대로 끊을 수 있단 말인가.” 외치는 노인을 따라 골목을 나와 선술집에 들어간 우환은 여기까지 오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쯧쯧. 사내대장부가 그깟 일로 목숨을 끊으려 하다니.” 노인이 우환의 귀싸대기를 철썩 갈겼다. “과거시험은 어디 한번뿐인가? 내일모레 또 있잖아.” 이상한 노인은 우환의 손에 서른냥을 쥐여주며 귓속말을 했다. “솔개 연(鳶).” 그러곤 홀연히 사라졌다. “미친 영감.” 우환은 얼얼한 뺨을 어루만지며 주막을 찾아 나섰다. 객방에 누워서도 “솔개 연, 솔개 연, 솔개 연”을 외다가 뺨을 꼬집었다. “내가 도깨비한테 홀렸지.”

이튿날 아침, 거리로 나온 우환은 깜짝 놀랐다. 이 벽 저 벽에 비정기적 과거시험인 ‘알성시’ 개최를 알리는 방이 붙어 있었다. 궐내 시험장으로 가니 길게 줄을 선 선비들이 수두룩했다. 우환도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줄 끝에 섰다.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앞에 있던 선비가 나오고 우환이 들어갔다. 용상에 앉은 왕이 큰 글자를 들었다. 우환은 얼어붙었다. 그저께 밤, 서촌 골목에서 만나 대폿집에서 대작을 했던 그 영감이 바로 숙종 임금이라니!

그렇게 외웠던 ‘솔개 연’ 자가 새하얗게 텅 빈 머릿속에서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숙종 임금이 눈을 크게 뜨고 ‘연(鳶)’을 흔들었지만 우환은 덜덜 떨기만 하다가 문밖으로 나왔다. 기둥에 머리가 깨어져라 쾅 박고 나자 ‘솔개 연’이 떠올랐지만, 마차 지나간 뒤에 손 드는 격이렷다. 털썩 주저앉았던 우환이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다가 덕지덕지 기운 두루마기에 동정이 새까만 꾀죄죄한 선비에게 귓속말을 했다. “‘솔개 연’ 자가 생각이 나질 않아 나는 ‘빙글빙글 연’이라 해서 낙방했소.” 그 꾀죄죄한 선비 차례가 되어 숙종 앞에서 “솔개 연”이라 외치자 숙종이 활짝 웃으며 합격시켰다. 그 선비가 말했다. “우리 고을에서는 ‘빙글빙글 연’이라 하기도 합니다요.” 숙종이 우환을 찾았다. “먼젓번 선비도 불러 오너라.” 궐 밖으로 막 나가려던 우환이 불려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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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꾀죄죄한 선비와 함께 알성시에 합격했다.

 


 



인생의 계단


삶의 기준 세상에 두기보다
나의 상황, 나의 환경에 둔다면
나 됨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모든 여건은 기쁨이요 축복일 것입니다.

우여곡절이 없는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이 있고
어둠이 없다면 찬란한 별도 빛을 잃고 말겠지요.

실수는 잘하려는 연습일 뿐이며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한순간 삶을 바꿔놓는 기상천외한 일은 없으며
기적 또한 바라지 마십시오

행운은 결코 그냥 오지 않습니다.
불굴의 의지가 기회를 만들며
운이 없다는 말은
공허한 사람의 변명은 아닐런지요

행복의 기준을 물질에 두기보다
사람의 가치와 사고에 둔다면
그 뜻과 의미만큼 살게
그만큼의 자유와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행복은 가꾸는 사람의 몫이지요.
포기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씩 성실과 인내로써 전진하십시오

인생의 계단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

이채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중에서

칼세올라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