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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글·자녀교육·시사

[250214 글/시]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421) 이쓸개/날마다 일어나는 기적들(김홍신)

2025년 2월14일(금) 오늘의 글/시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421) 이쓸개

온 고을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3년 옥살이를 한 이쓸개가 감옥에서 나올 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쓸개가 감옥에서 작성했다는 살생부가 입에서 입을 타고 날아다녔다.

이쓸개는 태생부터가 의문투성이다. 주막을 맴돌던 들병이(술장수)가 회임 계산을 잘못해 태어났다느니, 주모가 암행어사의 씨를 받아 내질렀다느니 온갖 설이 난무했지만 누구도 똑 부러지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주막집에서 먹고 잔 것만은 틀림이 없었다.

서당 다니는 학동에게 엽전 빼앗는 일, 장날 소매치기, 장돌뱅이 봇짐 털기…. 하여튼 이쓸개는 못된 짓을 도맡아 저질렀다. 쓸개의 몸놀림은 고양이처럼 빨랐다. 혼례날짜를 잡아놓은 집에 스며들어 비단필·은주발·금목걸이 훔치는 것은 여반장이다. 저잣거리 가게마다 보호세라며 매달 스무닷샛날 빼앗아 가는 돈이 장사꾼의 큰 부담이 돼 관가에 고발하면 포졸도 겁이 나서 함부로 이쓸개를 잡아가지 못했다.

금은방 유 첨지가 참다 참다 사또에게 돈 보따리를 갖다 바치고 금은방을 털어간 이쓸개를 고발해 그를 옥에 처넣었다. 이쓸개가 3년 옥살이를 하고 내일이면 출옥을 할 참이다.

한로가 지난 새벽 날씨는 쌀쌀했다. 아직도 깜깜한 새벽에 옥문이 열리고 이쓸개가 옷깃을 여미며 옥문을 나와 동헌 마당을 지나 삐거덕 현청 대문이 열리자 문밖으로 나왔다. 초롱을 들고 기다리는 사람은 놀랍게도 금은방 유 첨지다.

유 첨지가 들고 온 뜨끈뜨끈한 두부를 아구가 찢어질 듯이 먹고 난 이쓸개가 유 첨지를 따라갔다.

“이 처사, 내가 요즘 잠을 잘 수가 없네그려. 해결할 사람은 이 처사뿐일세.”

유 첨지 사랑방에서 유 첨지가 아양 끼가 흐르는 목소리로 이쓸개 두 손을 잡고 애걸했다. 묵직한 전대를 병풍 뒤에서 꺼내 쓸개 품에 안겼다.

가난한 소작농의 열일곱살 딸 춘심을 거금을 주고 첩으로 데려와 깨가 쏟아지는데 세달도 안돼 마누라 조카뻘 되는 금 세공사 총각놈과 눈이 맞아 도망을 친 것이다. 유 첨지는 쓸개에게 3년 전에 고발한 걸 무마도 할 겸 두둑한 전대를 건네 도망간 연놈을 잡아오라고 시킨 것이다.

스물한살 이쓸개가 우두둑 우두둑 손가락 마디마디를 꺾었다. 유 첨지의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이 쓸개는 금 세공사를 잘 알고 있었고 한 인물 하는 춘심이도 알고 있었다.

“세공사 그 자식은 죽여도 좋지만 춘심이는 손가락 하나라도 긁히면 안돼. 알았지!”

“걱정 놓으세요.”

유 첨지 집에서 나온 쓸개는 번듯한 옷을 사 입고 부하인 촉새와 거머리를 데리고 밤이면 기생집을 전전하고 낮이면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했다. 장돌뱅이들 가운데 금붙이를 취급하는 방물장수가 기생집에서 쓸개로부터 술을 얻어 마시고 도망간 연놈의 정보를 귀띔해줬다.

보름 후 머나먼 백여리 밖 큰 고을에 쓸개와 부하 두 놈이 나타나 금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달밤에 쓸개가 장물아비 멱살을 잡고 강변에 패대기를 쳤다. 장물아비를 앞세워 외딴 산속 오두막집에 들어섰다. 튈세라 촉새와 거머리는 대문 밖에 잠복시켰다. 한손에 단검을 든 쓸개가 소리 없이 담을 넘어 문을 잡아당기자 문고리가 빠지고 이불 속에 끌어안고 누웠던 금 세공사와 춘심이 벌떡 일어나 “누구냐” 고함쳤다

그때, 바로 그때 뒤에서 “쓸개 이놈, 그 칼을 놓지 못할까”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머리가 달빛에 반짝이는 웬 탁발승이었다.

마당에서 휙휙 날아다니는 고수들의 결투가 벌어졌다. 이럴 수가! 삼사합 끝에 내팽개쳐져 개구리처럼 마당에 뻗은 놈은 천하의 쓸개였다. 탁발승이 칼로 쓸개의 뒤꿈치 인대를 끊어버렸다. 절름발이를 만든 것이다. 쓸개의 비명이 싸늘한 밤 공기를 찢었다.

유 첨지도 쓸개 못지않은 악덕한 인간이다. 장인의 가업을 물려받아 금은방을 해서 여유가 생기자 마누라를 버리고 어린 기생 머리 얹어주고 첩을 얻어 딴살림을 차렸다.

유 첨지의 부인은 유 첨지가 쓸개를 이용해 친정조카를 죽이려 하자 다니는 절의 주지스님께 도움을 요청해 중국까지 가서 소림권법을 익힌 무술고수 젊은 스님에게 쓸개를 미행토록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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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가 된 이쓸개는 더는 악행을 저지를 수 없게 됐고 안방마님의 친정조카인 금 세공사와 춘심이는 먼 곳으로 사라졌다.

 

고란초

 

날마다 일어나는 기적들


코를 꼭 잡고 입을 열지 않은 채
얼마쯤 숨을 쉬지 않을 수 있는지 참아보십시오.
30초를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숨을 쉬지 않고 참아보면
그제야 비로소 내가

숨쉬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숨을 쉬려고 노력했습니까?


훗날 병원에 입원해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숨을 쉴 때야 비로소
숨쉬는 게 참으로 행복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이미 행복을 놓친 것입니다.

뛰는 맥박을 손가락 끝으로 느껴보십시오.
심장의 박동으로
온몸 구석구석 실핏줄 끝까지
피가 돌고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날마다 무수히

신비롭게 박동하고 있는 심장을
고마워했습니까?

우리는 날마다 기적을 일구고 있습니다.
심장이 멈추지 않고
숨이 끊기지 않는 기적을
매일매일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아침에 눈을 뜨면
벌떡 일어나지 말고
20초 정도만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읊조리듯 말하십시오.

첫째, 오늘도 살아있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둘째, 오늘 하루도 즐겁게 웃으며 건강하게 살겠습니다.
셋째, 오늘 하루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서너달만 해보면 자신이 놀랍도록
긍정적으로 변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물론 말로만 하면
자신에게 거짓말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말한 대로 실행하십시오.
그러면 잔병치레도 하지 않게 됩니다.

아픈곳에 손을대고 읊조리면 쉽게 낫거나
통증이 약해지기도 합니다.

당신은 1년후에 살아 있을 수 있습니까?
1년후에 우리 모두 살아 있다면
그것이 바로 기적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합니다.

살던대로 대충,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웃고, 재미있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신나게,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자신을 면밀히 살펴보십시오.
내 육신을 학대하지는 않았는가,
마음을 들쑤시지는 않았는가
돌아보아야 합니다.

몸이 원하는 것 이상의 음식을 먹는 것도 학대이며,
몸이 요구하는 편안함을 거부하는 것도 학대이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는 것도 학대입니다.


- 김홍신 《인생사용 설명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