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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글·자녀교육·시사

[240329 글/시]어머니의 마지막 말씀!/봄 편지-김태연

2025년 3월29일(토) 오늘의 글/시

 


♡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

세수는
남 보라고 씻는다냐?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것이 얼마나 가겄냐 마는 
날마다 새로 살겄다고 아침마다 
낯도 씻고 그런거 아니냐?

안 그런다면 
내 눈에 보이지도 않은 낯을 
왜 맨날 씻겄냐?

고추 모종은 
아카시아 핀 뒤에 심어야 되고 
배꽃 필때 한번은 추위가 더 있다.

뻐꾸기가 처음 울고 장날이 세번 지나야 
풋보리도 베어서 먹을 수 있었다.

처서 지나면 
솔나무 밑이 훤하다 안하더냐?
그래서 처서 전에 오는 비는 약비이고,
처서 비는 사방천리에 
천석을 까먹는다고 안 허냐?

나락이 피기 전에 
비가 좀 와야할텐디...

들깨는 해뜨기 전에 털어야 
꼬타리가 안 부러져서 일이 수월코,
참깨는 해가 나서 이슬이 말라야 
꼬타리가 벌어져서 잘 털린단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든 살펴 감서 해얀다.

까치가 집 짓는 나무는 베는 것이 아니다.
뭐든지 밉다가도 곱다가도 허제. 
밉다고 다 없애면 세상에 뭐가 남겄냐?

낫이나 톱 들었다고 살아있는 나무를 
함부로 찍어대면 나무가 앙갚음하고, 

괭이나 삽 들었다고 막심으로 땅을 찍어대면 
땅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 것이다. 

세상에 쓸 데 없는 말은 있어도 
쓸 데 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나뭇가지를 봐라.
곧은 것은 괭이자루, 갈라진 건 소 멍에, 
벌어진 건 지게, 가는 것은 빗자루, 
튼실한 건 울타리로 쓴다.

나무도 큰 놈이 있고 작은 놈이 있다. 
야문 놈이나 무른 놈이나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람도 한 가지다. 생각해 봐라. 
다 글로 잘 나가면 농사는 누가 짓고 
변소는 누가 푸겄냐?  

밥하는 놈 따로 있고, 묵는 놈도 따로 있듯이 
말 잘하는 놈 있고, 
힘 잘 쓰는 놈 있고, 
헛간 짓는 사람있고, 
큰집 짓는 사람 다 따로있다. 

돼지 잡는 사람, 
장사 지낼때 앞소리 하는 사람도 
다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나라도 없어봐라. 
그 동네가 잘 되겄냐?
살아보니 그닥시리 잘 난 놈도 
못 난 놈도 없더라.

지나고 보니까 
잘 배우나 못 배우나 
별 다른 거 없더라.

사람이 살고 지난 자리는 
사람마다 손 쓰고 마음내기 나름이지 
배운 것과는 상관이 없더라.  

거둬 감서 산 사람은 지난 자리도 따뜻하고
모질게 거둬 들이기만 한 사람은 
그 사람이 죽고 없어져도 까시가 돋니라. 

어쩌든지 서로 싸우지 말고 
도와 가면서 살아야제 
다른 사람 눈에 눈물 빼고 득 본다 싶어도 
끝을 보면 별거 없니라.

누구나 
눈은 앞에 달렸고,
팔다리는 두개라도 입은 한개니까 
사람이 욕심 내 봐야 거기서 거기더라.

갈 때는 두손 두발 다 비었고, 
말 못하는 나무나 짐승에게 베푸는 것은 
우선 보기에는 어리석다 해도 
길게 보면 득이라.
모든게 제 각각 베풀면 베푼대로 받고 
해치면 해친대로 받고 사니라.

그러니 
사람한테야 굳이 말해서 뭐 하겄냐?

나는 이미 이리 살았지만 
느그들은 어쩌든지 눈 똑바로 뜨고 
단단이 살펴서 마르고 다져진 땅만 밟고 살거라.

개가 더워도 털 없이 못 살고,
뱀이 춥다고 옷 입고는 못사는 법이다.

사람이 한 번 나면 아가는 두 번 된다더니,
어른은 되지 못하고 애기만 또 됐다.

인자 느그 아가들 타던 유모차에 
손을 짚어야 걸어댕기니
세상에 수월한 일이 어딨냐? 

하다보면 손에 익고 또 몸에도 익고 
그러면 용기가 생기는 것이제.

다 들 그렇게 사는것이 인생 아니겄냐...
욕심내지 말구
남 욕하지 말구
남의 탐하지 말구
콩한개라도 나눠먹어라.
그것이 최고로 사는것이여! 

 

봄 편지 
 
                 
 - 김태연
 
 
흰눈 오기를 기다리는 겨울내
건조한 바람 그렇게 불더니 
 
고갯길 돌아 아득한 그 곳
종달새 우지 짖고
봄기운 품어 내는 절기입니다
 
계절 꽃이 꽃눈 되어 내리는 날
다녀간 자리 
그 날처럼 꽃비 내리면
진하게 옅게 감돌아 흐르는
흔적을 찾아 볼 일입니다
 
코끝에 스미는 풀 향기에
혼미한 마음
저 모퉁이를 돌아서며
잔잔한 풍경 아래 
햇살에 번지는 추억 빛이 곱습니다
 
오랜 바램으로 
잎눈 틔운 새 생명 
그 빛부심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연둣빛 봄날
 
그리움으로 만날 수 있는 
그대 있어 
안부 한 장 전하고픈 봄입니다 
 
썼다 지우고 다시 쓴 한마디,
잘 있습니까.
 
 

 

 

매화 그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