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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문인

지현곤 <달달한 인생>

지현곤의 <달달한 인생>

 

한국사람이 잘 난다는 화병을 나도 꽤 잘 느끼는 편이다. 가슴 속에 쌓이는 스트레스를 제때 풀거나 해소하지 못하면 감정파괴나 내적아픔이 심해진다. 말초신경 계통으로 움직임이 없다보니 혈관에 찌꺼끼가 고여 손끝이 간혹 저려온다. 신장이 좋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쌓이면 소변이 탁해지기도 한다.

작가로 알려지기 전에는 어떠한 돌파구도 찿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다. 그런데 작가라는 돌파구가 생기고 나니 이제는 더 빨리 나아가고 이루어야 한다는 심정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더니 내가 바로 그 짝이다. 스트레스의 규모가 달라진 셈이다. 전보다는 어느 정도 다스린다고 생각하지만 완전하지 않다. 아니, 외려 전보다 요즘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멋모르고 시작해 느끼는 막막함으로 인해 힘들었던 예전에 비하면 이제는 욕심에 지배되어 이런 것이니까.

나름 격한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다스린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약간의 잠을 통해 풀기도 한다. 일반 수면제는 정식 처방을 받기 어려워서 수면 보조제를 활용하느데, 사실 나는 체력이 약한 편이라 수면보조제도 하나를 다 먹지 못한다. 한알을 반으로 쪼개고 그것을 다시 세조각으로 나누어 총 여섯조각을 낸뒤 그 중 한 알맹이를 섭취한다. 그렇게 해서 한두시간 자고 일어나면 피로나 스트레스 등이 풀린다.

물론 이것도 완전한 방법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게 스트레스를 완전히 떨쳐낼 만한 마땅한 방법이 있느냐면 그렇지도 못하다. 자유롭게 외출이라도 한다면 해소할 수 있는게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사정이 사정인 만큼 결국 어지간하면 화산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잠시 두었다가 가라 앉히는 정도이다. 내 자신을 다스릴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을 찿아내어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스스로를 다스려 남들이 보기에도 뛰어난 사람으로 내 자신을 내세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일전에 <마음>을 그린 적이 있다. 스트레스 등을 단숨에 깨부수거나, 뛰어넘거나, 혹은 치워내거나, 하다못해 비껴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나. 그런 나를 가로막는 저 거대한 배 너머를, 태연히 문을 열고 지나가 한가로이 낚시를 드리우고 싶은 마음.

육체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정신적으로 극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체념을 통해 배웠으니, 마음을 좀 더 편안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벌써 내 노트북 바탕화면도 눈에 편안하게 초록색으로 바꾸어 두었으니!!

 

 

※장애를 딛고 뉴욕을 뒤흔든 카투니스트 지현곤씨의 인생 이야기가 에세이집 ‘달달한 인생’에 담겼다.

지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척추 결핵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후 외부 활동을 사실상 포기한 채 만화책을 베껴가며 홀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1994년과 1995년 각각 대전 국제만화전과 국제 서울만화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2008년 한국 카툰 작가로는 처음으로 뉴욕의 아트게이트 갤러리 초청으로 단독 전시회도 열었다.

이후 그의 작품은 '아픔을 이겨낸 따뜻하고 깊은 울림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달달한 인생’에는 지현곤씨가 장애인으로서, 작가로서, 그리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다.

 

 

 

귤빛부전나비 1

 

 

귤빛부전나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