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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오피니언

지역주의 감방 문 따는 열쇠

[지역주의 감방 문 따는 열쇠 국민이 쥐고 있다…]
- 우리 마음속 '융합 에너지' 풀어내 정신적 새 動力 얻을 때-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대구로 내려갔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광주로 내려갔다. 김 의원은 경북 상주, 이 의원은 전남 곡성 태생이지만 대구와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바람 많은 소년 시절 또래들과 부대끼며 꿈을 키웠던 곳이라서 두 사람에겐 두 도시가 고향 마을보다 더 살갑게 가슴에 다가서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오는 4·11 총선에서 두 사람의 대구·광주 출마는 화제다. 대구에서 민주당 계열 정치 씨앗이 싹을 틔운 일이 없고 광주에선 새누리당 집안 후보가 햇빛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다. 두 의원을 바라보는 눈길에 답답하다, 안쓰럽다는 엇갈린 생각이 실려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광주에서 새누리당 족보의 후보가, 대구에서 민주당 내림의 후보가 마지막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게 1985년 12대 총선이다. 그로부터 강산(江山)이 세 번 바뀔 만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한국 정치, 그 안에 갇힌 두 도시 분위기는 변한 것 같지 않다. 두 당이 두 도시에서 겨루는 선거에선 아슬아슬한 승부를 가리키는 백중지세(伯仲之勢)라는 단어 자체가 오래전 사라졌다. 대통령 선거건 국회의원 선거건 '90 대 10'의 승부가 두 곳 선거의 공식으로 아예 터를 잡았다. 이런 세월 속에 두 도시 '지역 패권(覇權)정당'의 반대당은 인적 자원 자체가 동나버렸다. 당선을 목표로 공천을 신청하는 사람이 끊기고, 낙선 후 한자리 주겠다는 걸 보장해야 출마할 수 있다는 '뒷거래 후보'가 그 빈자리를 메웠다.

'지역 패권정당' 소속이면 마른 지팡이를 땅에 꽂아도 당장 새싹이 움트는 이 상식 밖의 기적에는 반작용(反作用)이 따랐다. 두 곳 출신 의원들은 당선 횟수를 쌓아가도 중앙정치 무대에서 좀체 다음 시대를 걸머질 재목(材木) 대우를 받기 힘들어진 것이다. 대구와 광주는 정부 수립 이후 오랫동안 '정치 도시'라는 이름을 자랑 삼던 도시다. 두 곳 선거의 바람을 살피면 전국 민심의 풍향(風向)을 앞서 내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광주와 대구 선거는 전국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지역의 특별한 선거' 취급을 받게 됐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원래 고향 땅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 세계를 떠도는 유태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요즘은 타의(他意)로 대대로 살아온 공동체에서 밀려나 꿈속에서나 고향길을 더듬는 고단한 신세들을 일컫기도 한다. 우리의 탈북 동포, 재일 동포, 나라를 잃은 시절 중앙 아시아를 헤매다 그곳에 둥지를 튼 구(舊)소련의 카레이스키들이나 과거 유태인과 처지가 뒤바뀐 현재의 팔레스타인 난민 같은 경우다. 그들은 고향 바깥을 떠돌며 항상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어느 재일(在日)동포는 어린 시절 일본 아이들에게 '조센진(朝鮮人)은 조선으로 돌아가라'는 놀림을 받는 순간 '나는 왜 여기 와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벼락 치듯 머리를 때리더라고 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를 알려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더 무겁고 근원적인 질문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그곳에도 답(答)은 없다.

이 바윗돌처럼 무거운 질문을 들어올리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지기에 유태인 가운데 걸출(傑出)한 사상가나 철학자가 나온다는 말도 있긴 하다. 그러나 참으로 팍팍한 인생이고 희망도 평화도 이런 인생을 비켜간다. 그들은 새 뿌리를 내리려는 곳에서도 늘 '당신이 누군데 여긴 왜 왔어'라고 묻는 눈길과 부딪히며 살아가야 한다. 견디고 견디다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리듯 고향길을 더듬었다가 차갑던 예전 그 눈길과 마주치는 순간 통째로 무너지고 만다. 지역주의는 지역의 지배적 분위기와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 등을 떠밀어 바깥으로 내쫓는 각박한 정치다. 김부겸·이정현 의원도 그런 정치에 쫓기던 '정치적 디아스포라'들이다.

우리는 600여만명에 이르는 재외(在外)동포들이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낯선 땅을 떠돌며 겪었던 온갖 신고(辛苦)를 보고 들어왔다. 더구나 우리는 머지않아 2500만 북한 동포를 가슴에 품어야 하는 형편이기도 하다. 그런 뜻에서 마음속 지역의 울타리를 허무는 일은 다가올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마음 연습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지역 울타리에 갇혀 잠겨 있던 '융합의 에너지'를 세상에 한껏 풀어놓을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속에 다시 떨치고 일어설 정신적 동력(動力)을 새로 얻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거의 여러 대통령들이 기대온 '한국형 선거 필승(必勝)방정식'이 물려준 '지역이란 감옥'의 을 박차고 나올 때가 됐다. 그러나 감옥에 갇힌 사람이 감방 열쇠를 쥐고 있는 감옥은 진짜 감옥이 아니다. 열쇠를 구멍에 넣어 돌리기만 하면 문은 열리게 돼 있다. 오는 4월 총선 우리가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어 돌리는 것으로 자유인의 새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출처: 조선일보 2012.2.17]

 


놀아줘광주의  '지역 패권(覇權)정당'은 민주당이고...대구의  '지역 패권(覇權)정당'은 새누리당이다...반대당 후보는 절대 국회의원에 입성할 수 없다는 공식이 있다...올해도 어김없이 그 공식은 깨어지지 않았다...지역 울타리에 갇혀 잠겨 있던 '융합의 에너지'를 과연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나 죽기전에 볼 수 있을런지 궁금하다...ㅋㅋ...^-^

 

- 2012년 수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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