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2012.5.25)이다. 장석남 시인의 시평이다.
파도의 물리적 현상이 궁금한 적이 있었다. 지구의 기우뚱거림이라고 엉뚱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파도 소리를 듣고 먹고 입고 자란 사람에게 뭐 파도의 현상이 그리 궁금하랴 싶지만 그것은 여전히 신비다. 여기 파도의 한 해석이 제시되었으니 그 소멸이 즐거워 그러할 것이라는, 게다가 저, 사나운 해협과 대양을 넘어서 온 장대한 말씀이라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신도 생애도 파도타기를 꿈꾸어야 하지 않겠나! 소멸의 아름다움을 꿈꾼다.
오세영 [吳世榮]브리태니커
1942. 5. 2 전남 영광~.
시인, 교수.
고향이나 전통의식 등 동양의 철학과 사상을 감각적이고 역설적인 모더니스트의 문체로 담아내되, 서정적 미학을 추구하면서 시대적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현하는 시인이다. 전주신흥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5~80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에서 학부,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충남대학교, 단국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1985년부터 서울대학교 교수로 있다 2007년 8월에 정년퇴임했다. 한국시학회장, 한국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1968년 〈현대문학〉에 〈잠깨는 추상〉이 박목월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초기에는 기교적이며 실험정신이 두드러지는 시를 발표했으나 이후 언어의 예술성에 동양철학, 특히 불교 철학을 접목시키는 방식을 고민했다. 그의 시는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뇌를 '무명'(無名)이라는 동양적 진리를 통해 탐구하며 이 무명의 깨달음을 통해 영원성과 무한성을 얻은 인간이 추구할 바람직한 삶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의 시에는 절제와 균형, 중용의 의미를 형상화한 것이 많으며 형이상학적이기도 하지만 삶의 체취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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