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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유기열)

길마가지나무-쌍쌍이 피는 꽃, 열매는 한몸 되다

길마가지나무-쌍쌍이 피는 꽃, 열매는 한몸 되다

 

 

이름이 특이하다. 길마가지가 무슨 뜻일까? 물어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듣기 어렵다. 어떤 이는 꽃향기가 너무 좋아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므로 꽃이 길을 막는다 하여 길마가지라고 했단다. 그럴 듯 하다.

어떤 이는 ‘마가지’는 소에 씌우는 멍에를 말하는데 열매가 그와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다른 이는 2개의 꽃이 나란히 밑으로 받친 듯하여 길마가지라고 했단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고 그런 논리적 근거도 빈약했다.

뾰족한 수가 없어 그냥 길마가지나무의 이름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충정로의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을 들릴 기회가 있었다. 거기에 길마라는 농기구와 그에 대한 설명이 있어 유심히 살펴보고 나니 의문이 풀렸다. 길마가지는 길맛가지가 변한 것이 틀림없다.

길맛가지는 길마를 만드는 편자(말굽쇠, 蹄鉄) 모양으로 구부러진 나무를 말한다. 보통은 두툼한 나무 널 판지 2쪽을 합쳐 만드나 때로는 편자 모양으로 된 나무를 골라 그대로 사용한다.

길마는 짐을 실어 나르기 위하여 소의 등에 얹는 일종의 안장이다. 이것은 길맛가지 2개를 소 등에 얹기에 알맞은 간격으로 떼어 앞뒤로 나란히 놓고 안쪽 양편에 2개의 막대기를 대거나 질러박아서 이들을 고정시키고, 소의 등이 헐거나 상처가 나지 않도록 안쪽에 짚이나 천으로 짠 어치를 대어서 만든 농기구다.

그런데 길마가지나무 열매가 길맛가지를 닮았다. 따라서 열매모양이 길마를 만드는 길맛가지와 비슷하여 길맛가지나무라 한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부르기 쉬운 길마가지나무로 변한 것이다.

꽃은 2조각의 포안에 2송이가 쌍을 이루어 핀다. 꽃받침은 원통형으로 꽃의 아래를 아주 조금 싸고 있으며, 꽃은 2송이로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지만 꽃받침은 아래부위가 붙어 하나로 되어 있다.

이것은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쌍쌍이 피는 꽃과 달리는 2송이 꽃이 맺는 열매는 한 개다. 2송이 꽃이 맺는 열매가 하나라니, 참 특이하다.

열매는 하트모양으로 길맛가지와 비슷하다. 2개의 둥근 막대모양의 열매 아래를 붙이고 위를 약간 벌려 하나로 만든 듯 하다. 위 끝에는 중앙에 둥근 홈이 파여 있다. 포는 열매가 익어도 붙어 있으나 꽃받침은 없어진다. 열매자루는 길이 5~20㎜, 지름 1㎜정도다.

포는 위 끝이 좁고 뾰족한 줄 모양으로 2조각이며 크기는 길이 8~12㎜, 너비 1.0~1.5㎜, 두께 0.2㎜정도다. 열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을수록 연노란 녹색으로 되고 나중에는 주황이나 주홍을 거쳐 익으면 빨갛다.

크기는 길이(높이) 8~15㎜, 너비(위의 벌어진 끝과 끝) 1~2cm, 두께(막대모양의 지름) 5~10㎜이다. 광택은 없고 꽃받침, 포와 꽃잎 겉, 잎 앞뒤, 가지 등 거의 모든 부분에 하얀 털이 있으나 열매 겉에는 털이 없고 매끄럽다.

물에 뜬다. 즙이 많고 무거워 보이는 데 물에 뜨는 것이 신통하다. 그러나 겉에 상처가 나거나 구멍이 난 것은 물에 넣는 처음에는 뜨나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기도 한다. 맛은 약간 달다.

열매는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는다. 열매에는 수개에서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껍질은 0.1㎜이하로 얇아 살짝 눌러도 껍질이 터지고 즙과 함께 씨가 빠져나온다.

열매살 안에는 씨와 즙액 말고 연 노란색의 섬유질로 보이는 실이 여러 가닥 들어 있다.

껍질이 터지거나 찢어진 열매는 쉽게 곰팡이가 슬어 하루 밤만 지나도 하얀 곰팡이가 핀다. 이것을 보면 곰팡이가 좋아하는 성분이 있는지 모르니 이 성분을 추출하거나 합성하여 곰팡이 배양액을 만드는데 이용하거나 이런 분야를 연구하여 생활에 활용하였으면 한다.

씨는 납작한 타원형으로 안쪽 면은 편평하거나 2면이 가운데로 모여 얕은 능각모양을 하기도 하며, 바깥 면은 약간 볼록하다.

색은 초기에는 희거나 연녹색이며 익으면 연노란 갈색이나 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3~5㎜, 너비 1.5~3.0㎜, 두께 0.5~1.0㎜이다. 씨 알갱이는 희며 씨껍질은 0.2㎜정도로 얇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매끄러운 듯하며 때가 낀 듯 보인다. 물에 가라앉는다.

젊은 날 사랑하는 둘이 만나 살다가 나이 들면 등 돌리며 사는 사람이 많다. 그토록 연애하던 시절이나 신혼시절 그대 없으면 죽고 못 산다며 야단이던 사람들이여. 혹여 늙어감에 따라 권태기가 와 서로가 싫어질 듯하면 길마가지나무를 만나라.

아름다운 꽃인 때에는 둘로 나누어 있다가 아름다운 시절 보내고 나이가 들수록 가까워지고 가까워져 한 몸이 되어 열매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달라질 거다. 진정한 사랑은 아름다운 때에는 손만 잡고 있다가도 늙어 아름다움을 잃을 때에는 서로에게 한 몸이 되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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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