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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유기열)

삼지구엽초. 남정네면 누구나 먹고 싶은 약초

삼지구엽초. 남정네면 누구나 먹고 싶은 약초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만큼 남자들이 먹고 싶어 안달인 풀도 드물다. 많은 남정네들은 이름만 들어도 솔깃해 한다. 강장강정제(强壯强精劑)로 그만이기 때문이다.

정력에 얼마나 좋은지는 이름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한 마리 숫양이 암컷과 백번 이상 교미하고도 지치지 않자 목동이 그 양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더니 특정 풀을 열심히 뜯어 먹었다. 목동도 그 풀을 뜯어 먹었더니 허기도 들지 않고 정욕이 왕성해졌다.

 

이래서 음탕한 양이 먹는 콩잎을 닮은 풀이라는 뜻의 음양곽(淫羊藿)이라 불렸단다. 지팡이를 내던지게 한 풀이란 뜻의 방장초(放杖草)나 기장초(棄杖草)라는 이름도 있다. 옛날 칠순이 넘은 노인이 산에 갔다가 배가 고파 이상한 풀을 뜯어먹었다. 그러자 갑자기 성욕이 발동하여 주체할 수 없어 지팡이를 집어던지고 불이 나게 집으로 내려와 아내와 사랑을 나눈 데서 유래하였단다.

삼지구엽초는 한 줄기 끝에서 가지가 3개가 나고, 각 가지 끝에 3장의 잎이 달리는 풀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삼지구엽초는 정력은 물론 여러 가지 병에 약효가 있어 붙여진 이름도 많은 데 앞서 말한 이름 말고도 선령비(仙靈脾), 선령비(仙靈毘), 강전(剛前), 천량금(千兩金), 건계근(乾鷄筋), 황연조(黃連組), 우각화(牛角花), 동사초(銅絲草), 철타저(鐵打杵), 삼차골(三叉骨), 폐경초(肺經草), 철릉각(鐵菱角), 팔팔이, 팔파리, 방송초 등이 있다.

 

열매는 양 끝이 좁고 뾰족한 늘어진 S모양의 원기둥이다. 열매가 익으면 씨가 들어 있는 부분이 튀어나와 울퉁불퉁하여 겉은 갈비뼈를 연상하게 한다. 세로로 맥이 1개 있고, 2개의 얕은 능선이 세로로 있다. 열매자루는 길이 1~3cm, 지름 0.5㎜이다.

열매는 열매자루에서 아주 쉽게 떨어지나 열매자루는 이삭줄기에서 잘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다. 열매자루가 붙은 이삭줄기에는 개개 열매자루 아래에 길이 4~8㎜의 피침 형 턱잎이 붙어 열매자루 아래를 덮고 있다. 열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을수록 연한 황록색으로 변하나 완전히 익으면 흰빛이 도는 누런색을 거쳐 회흑색이나 흑갈색이 된다. 열매 크기는 길이 1~4cm, 지름 4~6㎜이다. 광택은 없다. 물에 뜬다.

열매는 3갈래로 갈라진 줄기 아래 부위에서 5~15cm 길이의 이삭이 나와 거기에 위로 올라가며 여러 개의 열매자루가 어긋나 나오고, 각 열매자루에 1개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에는 수개에서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열매 껍질은 0.2㎜로 얇고 부드럽다. 씨는 열매의 맥에 2줄로 붙은 채 굽은 등 쪽을 위로하여 약간 비스듬하게 누워있다.

열매
삼지구엽초 열매를 조사하는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났다. 첫째는 줄기와 잎이 무성하고 생육상태가 좋아도 열매가 익는 율(結實率)이 낮아 익은 열매를 보기가 어렵다.

 

둘째는 다른 풀과 달리 열매가 무성한 잎 아래에 숨은 듯 달려 있다. 잎을 제치고 찾지 않으면 열매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열매가 달린 줄기와 잎은 무척 작아 열매가 달리지 않은 것보다 줄기는 길이와 굵기가 2~3배, 잎은 4~5배 작다.

셋째는 열매가 쉽게 떨어져 줄기에서 익은 열매, 특히 잘 익어 마른 열매를 찾기가 어렵다. 녹색 열매를 보고 얼마 있다가, 익었나 싶어 가보면 열매는 떨어지고 없고 이삭줄기만 갈색이나 회색으로 죽은 채 붙어 있다.

넷째는 익은 것으로 보이는 땅에 떨어진 열매와 이삭줄기에 달린 녹색의 열매를 따서 집에 갖다 놓고 관찰했으나 껍질은 벌어지기 전에 녹아버렸다. 열매껍질은 마르기보다 썩고 녹아 물처럼 되어 없어진다. 그때 나온 씨는 숯처럼 까맣다.

어린 씨
이런 까닭으로 열매가 완전히 익으면 어떤 색을 띠는지, 껍질이 한 쪽만 갈라지는지 아니면 양 옆구리가 갈라져 2조각이 되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어느 정도 익은 열매나 땅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서 껍질을 까보니 능선이 있는 곳이 쉬 갈라졌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자료에는 열매가 골돌과라 하였으나, 이런 걸로 미루어 골돌과(蓇葖果)라기 보다는 삭과(蒴果)로 봄이 옳은 듯 하다. 그리고 흐물흐물하게 녹은 껍질이 흑갈색이나 회흑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아 익은 열매 색을 이 색으로 보았다.

씨는 양 끝이 뭉뚝한 등이 약간 굽은 원기둥이나 타원형이다. 어린 씨 아래에는 양파 속껍질 같은 흰색의 얇은 막질이 붙어 있다. 이것은 씨의 아래서부터 위로 약 1/2를 싸고 있다. 하얀 비단으로 옷을 만들어 입은 듯 하다.

흰색막질은 씨옷으로서 씨가 열매의 맥에 쉽게 붙도록 하면서 씨 끼리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 것이 엘라이오좀(elaiosome)으로서 기능을 하여 씨앗 이동에 도움을 주는지 궁금하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왜냐면 씨가 대기 중에 나오면 마르고 흰색막질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익은 씨
씨 색깔은 어릴 때는 흰빛이 도는 녹색, 연 노란색이며 익으면서 연한 갈색이나 누런 갈색을 거쳐 익으면 까만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4~6㎜, 지름 1.5~2.5㎜이다. 어린 씨는 광택이 나며 겉은 매끄러우나 익어 마른 씨는 광택이 없으며 겉에는 세로로 아주 미세한 주름이 많다. 물에 뜬다.

 

씨껍질은 0.05㎜이하로 얇고 부드러우며 알갱이는 흰색에 가깝다.

수풀처럼 우거진 삼지구엽초를 헤집으면 가끔 녹색 열매가 보인다. 열매가 익기를 기다리다 가보면 떨어져 없어져, 허탕 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삼지구엽초 가지에서 익은 열매 보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아직 이유를 모른다. 알아볼 대로 알아보았으니 기회가 되면 이런저런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벗과 삼지구엽초 술이나 마시며 힘자랑이나 해보련다.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한턱쏴삼지구엽초...음탕한 양이 먹는 콩잎을 닮은 풀이라는 뜻의 음양곽(淫羊藿)이라 불렸단다....성욕이 발동하여 주체할 수 없어 지팡이를 집어던지고 불이 나게 집으로 내려와 아내와 사랑을 나눈 데서 유래하여 방장초(放杖草)나 기장초(棄杖草)라는 이름도 있다. 

 

삼지구엽초는 한 줄기 끝에서 가지가 3개가 나고, 각 가지 끝에 3장의 잎이 달리는 풀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 2013년 1월9일 수요일...다시 읽음...수산나 -

 

삼지구엽초 꽃

 

삼지구엽초 명판

 

삼지구엽초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