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오피니언 김경 컬럼니스트 입력 : 2012-08-27 21:17:26
얼마 전 사촌동생에게 자전거를 선물했다. 사정이 있어서 고등학교 진학을 못하고 올 한 해를 빈둥빈둥 놀고 있는 녀석이라 자전거로 그 근심스러운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자전거의 인문학적 가치를 아는 프레임 빌더 김두범이 운영하는 자전거 공방 두부공까지 불러냈다.
“어때? 멋있지? 사람마다 체형이 다 다르잖아. 자전거 타는 습관이나 취향도 다르고. 거기에 맞추어 그 사람한테 꼭 맞는 자전거를 만들어 주는 거야. 그것도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근데 특히 프레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 그래서 수제 자전거 만드는 사람들을 프레임 빌더라고 하는 거야. 저 형은 홍대 국문과를 나왔는데 머리 쓰는 일보다 손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자전거 수리 하는 것부터 배워서 프레임 빌더가 됐대. 어때? 멋있어 보이니?”
의도만큼은 아니었지만 ‘뭐 그럭저럭 괜찮아 보인다’기에 아예 그 다음주부터 김두범의 재능 기부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들레학교의 자전거 수리교실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까지 했다. 집 앞에 있는 태권도 도장에 가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는 처지라 그런지 선뜻 그러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만큼은 싫단다. “왜 헬멧을 써야 하는데? 바보같이. 내가 무슨 자전거 경주에 나갈 것도 아니고.” 생각해 보니 그렇다. 자전거를 사랑하지만 자전거 탈 때 착용하는 그 쫄쫄이 바지만큼은 정말 싫다는 주의를 고수해온 나 역시 ‘그래도 헬멧 정도는 착용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일종의 강박관념 같은 걸 갖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 제일의 자전거 도시 코펜하겐에서는 아무도 사이클링 복장이나 헬멧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헬멧을 착용한 사람 찾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파리, 바르셀로나, 세비야 등도 마찬가지죠. 코펜하겐 같은 경우 헬멧 사용이 가장 저조함에도 자전거 사고 피해가 세계 최저를 자랑하죠.” 슬로 자전거 타기 운동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미카엘 콜빌레 안데르센의 말이다.
심지어 그는 헬멧 사용 홍보를 비난하는 영화까지 만들었다. “실수하는 거죠. 헬멧은 삶의 건강을 유지해주는 자전거에 대한 두려움을 유발할 뿐입니다. 특히 헬멧 착용 의무화는 좋지 않은 마케팅 전략입니다. 우리는 자전거가 발명된 지 125년이 흐른 지금, 최초로 자전거는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헬멧 사용을 선전하고 법률화하는 것은 자전거 운전자들이 자전거의 막대한 이점보다 부정적 측면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불러옵니다.”
하긴 그렇다. 위험한 건 자전거가 아니라 자동차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도 자동차 운전자들과 보행자들에게 헬멧을 쓰라고 권유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전거를 탈 때도 안 쓰는 게 자연스러운 거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전거가 레저 스포츠가 아니라 일상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는 안데르센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스타일이 스피드를 넘어선 예’를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아예 사이클 시크(Cycle Chic, 세련되게 자전거 타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버렸다. 2007년 1월부터 ‘The Copenhagen Cycle Chic’라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일상적이면서도 패셔너블한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는 코펜하겐 시민들의 사진을 지속적으로 포스팅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 덕분에 지금은 코펜하겐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자전거 붐을 일으킨 사진가’ 겸 ‘멋있게 자전거 타기 운동의 홍보대사’로서 전 세계를 돌며 강연을 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유혹적인가? 사이클링 복장과 헬멧을 벗고 스타일과 패션을 입으라니. 그 때문에 안데르센은 블로그에서 주로 사랑스러운 복장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류들은 역시 스커트나 원피스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여자들이다. 어떻게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냐는 질문에 한 코펜하겐 여성은 이런 섹시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드레스를 입은 채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는 건 노출의 위험이 있어서 더 근사하지 않나요? 내 속옷이 보일지 말지는 바람이 정할 테니까.”
자전거를 즐기는 시민의 수를 늘리고 싶어 하는 도시를 돌며 안데르센이 연설할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 있다. 첫 번째 환경주의 마케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실패한 마케팅이라는 것. 환경에 대한 책임감과 죄책감에 사람들이 아예 귀를 막고 있기 때문에 ‘자전거는 친환경적입니다’라는 말은 사실상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대신 그는 자전거 인프라를 확실하게 구축해놓고 다음과 같이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전거를 안전하고 빠른 교통수단으로 홍보한다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더 많이 타게 될 겁니다. 북미 스포츠 산업은 자전거를 취미 활동용으로 판매하는 데 수십년을 쏟아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자전거가 스포츠만이 아니란 사실과 평상복을 입고 즐길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을 홍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안착시키는 거죠.” 멋진 주장이다. ‘패션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꿀 수 있을까’란 질문에 나는 이보다 더 좋은 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안데르센은 2007년 1월부터 ‘The Copenhagen Cycle Chic’라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일상적이면서도 패셔너블한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는 코펜하겐 시민들의 사진을 지속적으로 포스팅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 덕분에 지금은 코펜하겐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자전거 붐을 일으킨 사진가’ 겸 ‘멋있게 자전거 타기 운동의 홍보대사’로서 전 세계를 돌며 강연을 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안데르센은 자전거 인프라를 확실하게 구축해놓고 다음과 같이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전거를 안전하고 빠른 교통수단으로 홍보한다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더 많이 타게 될 겁니다. 북미 스포츠 산업은 자전거를 취미 활동용으로 판매하는 데 수십년을 쏟아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자전거가 스포츠만이 아니란 사실과 평상복을 입고 즐길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을 홍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안착시키는 거죠.” 멋진 주장이다. ‘패션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꿀 수 있을까’란 질문에 나는 이보다 더 좋은 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전거가 평상복을 입고 즐길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을 홍보하는 것...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안착시키는 것...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지만...1시간 이상이나 되는 긴 시간의 출퇴근이 과연 평상복을 입고 가능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생각한다...ㅋㅋ...^-^
- 2012년 8월28일 화요일 태풍 볼라벤(뜻:조랑말) 상륙한 날 오후 5시...수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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