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
종일 물결 철썩이는 여긴 차가운 감옥이다
목 치켜든 나무마다 하나 둘 호명하면
한 생을 비우고 비워도 푸른 꿈들 뒤척인다
혁명에 실패했던 어느 왕조의 민초일까
비바람에 쓸리어 무덤은 수장되고
저 안의 뼈들이 자라 하늘 밀어 올린다
―박현덕(19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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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조(2012.9.13)이다. 정수자 시조시인의 평이다.
경북 청송 주산지(注山池)에는 묘한 아름다움이 살고 있다. 150여세로 추정되는 왕버들은 마치 주산지의 제왕(帝王) 같다. 주변 풍경을 관장하는 위엄이 때로는 거꾸로 서 있는 듯 기이한 잔영(殘影)을 남긴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출연하며 또 다른 풍광의 깊이와 유명세도 얻었다. 특히 물안개 피어오르는 주산지 모습은 많은 사진가가 밤이슬을 맞으며 탐하는 진경(珍景)으로 자자하다.
하지만 어찌 보면 주산지가 '차가운 감옥'일 수도 있겠다. 종일 물결만 철썩이는 곳이니 수장(水葬)의 느낌도 강하다. 허리까지 물을 차고 있는 왕버들, 그 발치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의 무덤이 있을까. 혁명에 실패한 민초(民草) 이미지가 나옴직도 하다. 그렇게 보면 수몰(水沒)의 기억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더 큰 살림을 위한 죽임을 품고, 오늘도 갇힌 물들이 여기저기 출렁인다.
주산지의 목 치켜든 나무...수장된 왕버들들...민초들의 왕...그들의 서러움과 한이 서려...그로테스크한 풍광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런지??...ㅎㅎ...^-^ | |
<박현덕시인의 약력> 1967년 전남 완도 출생. 광주대 문창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7년 <시조문학> 천료.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당선 199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중앙시조대상,한국시조 작품상, 시조시학상 등 수상 시집<겨울 삽화> <밤길><주암댐, 수몰지구를 지나며><스쿠터 언니> 현재, 광주대 강사. '역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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