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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밥숟갈을 닮았다―최승호(1954~ )/파리풀 7장

 

밥숟갈을 닮았다

 

움푹해라 내 욕망은
밥숟갈을 닮았다


천만 개의 숟갈이 한 냄비에 덤비듯
꿀꿀거리고 덜그럭대는 서울에서
나도 움푹한 욕망 들고 뛰어가고
보름달 뜨면 먹고 싶어라


둥근 젖
움켜쥘 그때부터 나는 아귀였던가


부르도자가 움푹한 입 벌리며 굴러가고
기름진 돼지 머리가
웃고 있는 좌판 위의 서울


움푹해라 뒤뚱거리는 영혼도
밥숟갈을 닮았다


죽어서도 배가 부르게 해주십사
거위 주둥이를 벌린다

 

―최승호(1954~ )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2012.9.10)이다. 장석남교수의 평이다.

 

숟가락! 비루하기도 하고, 거룩하기도 한 이름. 혼자 밥을 먹다 누군가에게 들킨 일이 있다면 알 것이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을…. 하나 그게 왜 부끄러운 일이던가. 밥벌이가 없는 가여운 생(生)에게 한 끼 밥은 얼마나 거룩하고 눈물겨운 신앙인가.

왜 그랬는지 숟가락을 모아본 적이 있다. '목숨 수(壽)'자가 새겨진 옛 양은 숟가락, 하트 모양에 까맣게 때가 낀 것도 있었다. 솥바닥을 긁어 반달 모양으로 닳아진 숟가락. 그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참 인간 욕망의 형상이구나 싶었다. 영원히 배고프고 홀쭉한 몸뚱이에 머리 전부가 입인 아귀(餓鬼)의 형상. 그것을 닮은 게 솔직한 우리네 인생이라고 하면 저 '강남 스타일'은 섭섭해하려나?

숟가락 하나 차고 다니는 게 인생이다. 숟가락 들 힘도 없으면 그만 멈추는 인생이다. 하나 죽어서도 배가 부르게 해주십사 기원하는 게 종교라면 그것도 숟가락을 닮았다. 냉소적이고 유머러스한 이 시의 서늘한 깊이다.

 

 


 

밥먹자 '강남 스타일'...홀쭉한 몸뚱이에 머리 전부가 입인 아귀(餓鬼)의 형상...밥숟갈을 닮았다...하의실종 패션에 힐킬 신고 뒤뚱거리는 모습...밥숟갈을 닮았다...나풀거리는 속치마 짧게 입고, 허연 긴 다리 드러내고, 삼각팬티 살짝 걸친 패션...밥숟갈을 닮았다...ㅋㅋ...^-^

 

천만 개의 숟갈이 한 냄비에 덤비듯...꿀꿀거리고 덜그럭대는 서울에서...나도 움푹한 욕망 들고 뛰어가고...보름달 뜨면 먹고 싶어라...ㅋㅋ...^-^


 

최승호((崔勝鎬)

1954년 8월 5일 ~ )는 대한민국시인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교육대를 졸업하고 강원도 영서 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77년 〈비발디〉를 《현대시학》에 발표하여 추천을 받아 시단에 데뷔했다.

 

1982년 제6회 「오늘의 작가상」, 1986년 제5회 「김수영문학상」, 1990년 제2회 「이산문학상」, 2000년 제8회 「대산문학상」, 2001년 제47회 「현대문학상」, 2003년 제3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시 창작을 강의하고 있다.

 

 

파리풀 1

 

파리풀 2...열매 끝이 갈고리 모양이어서 다른 물체에 잘 붙는다...^-^

 

파리풀 3

 

파리풀 4

 

파리풀 5...열매 끝이 갈고리 모양이어서 다른 물체에 잘 붙는다...^-^

 

파리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