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어 有所思(유소사)
허둥지둥 달려온 마흔여섯 세월 거친 꿈은 아직 식지 않았는데 가을빛은 천리 멀리 밀려오고 석양은 하늘에서 내리 비치네. 강호의 곳곳에는 아우들이 있고 비바람 속 벗들은 곁을 떠나네. 남산의 달빛 아래 홀로 섰나니 고목 가지엔 거미가 줄을 치누나.
悤悤四十六(총총사십육) 磊落未全消(뇌락미전소) 秋色生千里(추색생천리) 夕陽照九霄(석양조구소) 江湖弟子在(강호제자재) 風雨友生遙(풍우우생요) 獨夜終南月(독야종남월) 蛛絲古木條(주사고목조)
―황오(黃五·1816~?) | |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한시(2012.9.18)이다. 안대회교수의 평이다.
19세기 조선의 기이한 시인인 녹차거사(綠此居士) 황오(黃五)의 작품이다. 사십도 중반을 넘긴 중년 남자의 뒤숭숭한 마음자리가 쓸쓸하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온 중년도 막바지다. 젊은 날의 호쾌한 꿈을 접을 때는 아직 아니다. 천지를 단풍으로 물들이며 밀려오는 가을빛과 석양을 붉게 물들인 노을은 이번 생(生)의 마지막 기회인 양 찬란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벌써 동생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내 또래들은 세파에 밀려 하나둘씩 주변에서 사라진다. 나라고 별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달빛 아래 홀로 서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고목(古木)의 나뭇가지 사이로 거미란 놈이 열심히 거미줄을 친다. 헛된 꿈에서 깨어 시들어가는 몸과 나이를 받아들이라고 충고하는 걸까? 중년 남자의 허전한 심사는 그렇게 어둠에 묻혀간다.
悤悤四十六(총총사십육)에...江湖弟子在(강호제자재)하고...風雨友生遙(풍우우생요)하니...蛛絲古木條(주사고목조)하네...ㅋㅋ...^-^
총총 46세에...강호에는 아우들이 있고...비바람 속 벗들은 곁을 떠나니...고목가지에 거미가 줄을 치는 것을 보누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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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오(黃五)에 대하여
1816년(순조 16)∼미상. 조선 후기의 사인. 본관은 장수(長水). 자는 사언(四彦), 호는 녹차거사(綠此居士)‧한안(漢案)‧동해초이(東海樵夷)‧녹일(綠一).1816년(순조 16)에 경남 함양(咸陽)에서 태어났다. 모친은 영일정씨(迎日鄭氏)로, 정추희(鄭樞熙)의 딸이다.그의 저술인 《황녹차집(黃綠此集)》을 살펴보아도 그의 정확한 행적은 알 수 없고, 다만 ‘10대에 사서를 외우고 20대에 한양에 올라와 벼슬에 뜻을 두었으나 이루지 못하였고 30대에 명산대천을 유람하고 40대에 집으로 돌아왔다’는 기술을 통하여 그의 인생의 대략만 알 수 있다.그는 시와 술을 좋아하였다. 그의 뛰어난 문장력은 당대의 사대부들 사이에 두터운 교분을 쌓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와 교유한 문인들로는 김정희(金正喜), 조두순(趙斗淳), 김병연(金炳淵), 김병학(金炳學), 신석우(申錫雨), 박규수(朴珪壽), 조재응(趙在應) 등이 있다.[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