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조(2012.9.20)이다.
이름은 존재의 상징이다. 이름을 가진 후부터 우리는 비로소 의미 있는 존재로 서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입학날, 손수건에 처음 달았던 이름표의 추억! 이름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이지 싶다. 그래서 다시 보면 우리 이름에는 참 많은 연(緣)이 얽혀 있다. 부모 형제와 가문은 물론 고향의 명예나 수치까지 다 들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당부는 무서운 경고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여된 이름이지만, 그 아래 우리 삶의 전부가 기록되니 일생의 구속이기도 하다. 저승 올 때 잘 달고 오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더 두렵게 받들 수밖에 없다. 소중히 닦으며 나를 비추는 거울로 삼으며…. 머리가 맑아지는 가을 새벽에 이름을 새삼 쓰고, 오래 들여다본다.
나는 요즘 원래 이름 보다는 성당 세례명에 더 익숙하다...사람들이 "수산나"라고 불러주는 것이 듣기에 편안하고 들으면 기분이 좋다...처음 세례 받을 때는 생일축월에 맞추어 4자 세례명으로 했는데...마음에 들지 않아 견진성사를 받을 때 세례명을 바꾸었다..시간이 갈수록 이름이 마음에 들고 정이 간다...성당을 다니게 되면서 가장 뿌듯한 것이 세례명을 가졌다는 것 이다...학창시절에 친구들이 예쁜 세례명을 갖는 것을 부러워 했던 어렴풋한 기억도 난다...가끔은 세례명을 갖고 싶어서 혹시 영세 받은 것은 아닐까 하고 내가 나를 의심하고 자문 할 때가 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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