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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지에밥
가을은 해년마다 돗바늘을 들고 와서 촘촘히 한 땀 한 땀 온 들녘을 누벼 간다 봇물이 위뜸 아래뜸 고요를 먹이고 있다 절인 고등어 같은 하오의 시간 끝에 하늘은 또 하늘대로 지에밥을 지어 놓고 수척한 콩밭 둔덕에 두레상을 놓는다
―박기섭(1954~ )
태풍 뒤 가을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피해엔 시침 뚝 떼듯, 바람과 햇살이 청량하기 그지없다. 금햇살을 받아든 들녘은 곡식이며 과일 익히기에 분주하다. 물기 걷힌 벼이삭들도 고슬고슬 익어가며 저마다 지에밥을 지어낸다. 지에밥은 물에 불린 쌀을 시루에 찐 고두밥으로, 술이나 감주를 빚을 때도 짓곤 했다. 갓 쪄낸 지에밥을 조금씩 베어 먹을 때의 고소하고 고슬한 맛이 이맘때면 더 생각난다.
한가위 고향으로 가는 길목마다 가을 지에밥이 한창이겠다. 금물결 넘실대는 가을 들판보다 풍요로운 게 또 있으랴. 우리네 밥심의 근원인 저 들판―. 아무리 고되고 지쳐도 힘을 낼 수 있는 건 그런 섭리를 받아 키우는 농심(農心), 땅심 덕분이다. 고향길에도 힘내라고 금빛 지에밥이 여기저기 한 시루씩 훈훈하게 지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 금빛 훈김이 고루 스미는 넉넉한 한가위이길―.
[출처]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조(201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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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대구 달성출생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저서
<키작은 나귀타고>,<默言集>,<비단헝겁>,<하늘에 밑줄이나 긋고> <역음 愁心歌>
지에밥이란 시루에 찐 고두밥이라고 한다...먹어본 적이 없어 고소하고 고슬한 맛의 진가를 모르겠으나...하늘이 지에밥을 지어놓고 콩밭둔덕에 두레상을 놓아주심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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