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성묘를 간다 가시나무 많은 산을 꽃 차림 하고 줄지어 오르고 있다
맨 앞엔 할아버지가 그 뒤엔 아버지가 가며 굵은 가시나무 가지라면 젖혀 주고 잔가지라면 부러뜨려 주고……
어린 자손들은 마음 놓고 산열매도 따며 산길을 오르고 있다 도란도란 말소리가 흐르고 그렇게 정이 흐른다
산 위에 동그랗게 꽃 줄을 내는 일가족 오늘밤엔 꼭 요 모양인 달이 뜨겠다
―성명진(19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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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동시(2012.9.29)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의 평이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추석 대목장에 고추랑 깨랑 내다 팔아 옷도 사 오고 신발도 사 오면 왜 그리 좋았던지. 새 신발을 머리맡에 놓아두고 잠이 들던 기억이 새롭다. 햅쌀 가루로 반죽을 해서 깨·콩·팥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송편을 빚었다. 가족들이 모여 함께 빚던 송편은 솔잎을 뿌려 쪄서 그윽한 달빛 같은 솔향기가 났다.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례를 지내고 나면 어른들을 앞세우고 추석 빔을 곱게 차려입고 성묘를 갔다. 산열매도 따서 먹고 조상님들 이야기도 들으며 성묘를 가면 도란도란 정(情)이 흘렀다. 그런 밤에 산 위에는 동그랗게 꽃 줄을 내며 가던 가족 모양의 달이 떠올랐다.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모든 근심을 다 띄워 보내던, 그리고 보름달처럼 둥근 원을 그리며 흥겹게 강강술래를 하던 추석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사는 일이 한가위만 같으면 얼마나 좋으랴.
성묘를 갈 수 있다는 조상이 있다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올해도 추석전 벌초는 했지만 성묘는 안 간다...추석 날 성묘를 안 간지는 친정이나 시댁에서 모두 오래된 것 같다...어릴 적에는 2분 작은아버지네 식구와 기차 타고 20여명 정도의 한 무리가 바리바리 싸 들고 산소에 성묘를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아이인 나는 즐거웠지만 없는 살림에 20여명의 먹거리 준비한 맏며느리인 우리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이 간다...죽었다 깨어나도 우리 엄마 같이 나는 못 할 것 같다...정말 한 세상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심에 존경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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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진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다. 199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1993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눈높이아동문학상을 받았다. | |
벌초 전의 부모님 산소
벌초 후의 부모님 산소...시제에 다시 뵙고 내년 봄 한식 전에 떼 입히려 가겠습니다...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