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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가을이미지―조영서(1932~ )/종로 광화문 사진 5장

 

가을 이미지

 

갑자기 종로에서 만난
가을.

―그 떫은 햇살 때문에

손수레 위에 빠알간
감.

(하학길 달뜨게 한 紅枾)

소꿉 같은 널판 위에 앉은
가을

만나자 서너 발 앞서 횡단로 건너는
손짓.

―금빛 그 햇살 때문에

피 맑은 살 속 깊이 나이 든
하늘.

 

―조영서(1932~ )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2012.10.12)이다. 장석남 교수의 평이다.

 

가을이라는 물건은 없다. 그것은 시간의 이름이니까. 감이 익어갈수록 가을이 오는 줄 알고 그 감이 짓푸른 하늘에서 모두 사라질 즈음이면 이미 그 자리에 겨울이 와 있다. 어쩌면 '가을'의 어원이 '간다'는 의미에서 온 것은 아닐까? 한 해가 다 간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서울의 도심에서는 손수레에 감을 팔러 나온 이가 있으면 이미 가을이 깊어진 것이다.

서울 종로에 어느 날 문득 감을 파는 좌판이 섰다. '소꿉'놀이처럼 다섯 알씩 정성스레 쌓아올린 감은 이내 잊었던 유년의 기억 속을 밝히는 등불이다. '하학길'의 허기진 눈길을 사로잡던 남의 집 담장 너머의 감들. 잠시 '떫은' 기억의 단층(斷層) 속에 갇힌 사이에 동행은 이미 횡단보도 저편으로 가서 '손짓'을 하고 있다. 그 손짓은 유년에서부터 '나'를 잡아당기고 현재에서부터도 잡아당긴다. 노경(老境)의 금빛 햇살 속으로 이끄는 손짓인 것이다. 미숙하고 떫은 햇살이 아닌, 맑은 피로서 완성하는 노경을 예감하는 손짓이다. 청색(靑色) 가을 하늘 같은 노경을 동경한다.

 


 

 보고파종로에...손수레에...소꿉 같은 널판 위에 앉은 가을...앞서 횡단로 건너는 가을...금빛 햇살 때문에 살 속 깊이 나이 든 하늘...ㅎㅎ...^-^

 

종로에서 소꿉 같은 널판 위에 앉은 가을을 만날 수 있을까?...너무 많이 변해서...ㅎㅎ...그 때 그 시절이 보고싶다...ㅎㅎ...^-^ 

조영서 시인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현대 시학 작품상과 청마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입니다.
오랫동안 조선일보 등 언론사에서 요직을 역임한 분으로서 세 권의 시집을 발간한 시인입니다.

이번 강좌는 그의 시세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시는 떨림이다. 그러므로 시인도 떨어야 한다. 시는 또 하나의 떨림으로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하며, 들리지 않는 것을 든는 귀를 가져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시를 눈으로 쓰며, 눈은 보석이고 관념을 눈뜨게 하는 힘을 지녔다고 하면서 자신의 시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는 언어에 민감해야 하며, 언어적 감각이 있을 때 좋은 시가 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종로...동아일보 빌딩

 

종로...동아일보 빌딩

 

광화문...세종대왕상

 

광화문...세종대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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