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빨랫줄
조선일보/오피니언/정수자 시조시인
입력 : 2013.03.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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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
팽팽히 홀쳐매도 이내 늘어지는
한사코 펄럭이며 우리를
이어주던
또 한생 원형의 그리움 한 번 더 나부낀다
밖에서 안쪽까지 올올이 새긴 말씀
이만큼의 거리에서
그냥 바라보며
봄 한때 짧은 기억을 외줄로 앉혀본다
—박희정(1963~ )
별나게 춥던 겨울 끝이라 봄볕이
더 반가운 나날이다. 경칩 지나며 한낮에는 볕이 한층 다사해져 개구리들이 곧 튀어나올 것만 같다. 이렇게 볕 좋은 날이면 빨래 널린 풍경들이 참
좋았다. 특히 온 식구 옷이 함께 펄럭이던 시골집의 빨랫줄 풍경은 잊을 수가 없다. 바람이 살랑댈 때마다 더 높다랗게 나부끼던 깨끗한 빨래들.
그 사이를 날며 새들도 한결 청결해진 노래를 부르다 가곤 했다.
'팽팽히 홀쳐매도 이내 늘어지는' 삶, 그래도 한때는 얼마나 힘차게
펄럭였던가. '한사코 펄럭이며' 가족을 이어주던 아슬한 빨랫줄은 또 얼마나 미더웠던가. 그런데 빨랫줄이 건조대로 바뀌더니 이제 건조까지 해주는
세탁기 세상이 됐다. 아직은 단독주택 옥상의 빨래들이 펄럭이지만, 바지랑대 높이 받치던 빨랫줄 풍경은 사라지는 듯싶다. 아, '봄 한때 짧은
기억을 외줄로 앉혀' 다시 듣고 싶다. 햇살과 바람의 새들의 정갈한 읊조림을―.
빨랫줄.....팽팽히 홀쳐매도 이내 늘어지는.....한사코 펄럭이며 우리를 이어주던.....또 한생 원형의 그리움 한 번 더 나부낀다.....이만큼의 거리에서 그냥 바라보며.....봄 한때 짧은 기억을 외줄로 앉혀본다...^-^
- 2013년 3월15일 금요일...수산나 -
서울 경국사 수각 위 삼존불
서울 진관사 입구 부처상들...^-^
진안 마이산 탑사 작은불상들...^-^
진안 마이산 탑사 작은불상들...^-^
서울 봉은사 잔디밭 동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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