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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오피니언

[선우정의 태평로] 乙의 맛/도미니크 암브로아즈 그림과 안내문 각 1장

[선우정의 태평로] 乙의 맛

조선일보/오피니언/사내칼럼/ 선우정 주말뉴스부장 

입력 : 2013.05.08 23:09


	선우정 주말뉴스부장 사진
선우정 주말뉴스부장

조선일보 정치부의 조백건 기자는 사내에서 '특종 100건'이라고 불린다. 평소 줄기차게 특종 기사를 쓰기 때문이다. 그가 작년 4월 사보(社報)에 몇 가지 비결을 공개한 적이 있다. 그중 한 대목이다.

"정부에 있다가 전직(轉職)한 취재원이 있었다. 계속 피하는데 어느 날 그가 등산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주말 낮에 전화했다. 북한산에 있다기에 얼른 가서 산 아래 막걸릿집에 마주 앉아 특종을 건졌다."

특종 기자로 이름을 날린 한 선배는 경제 기자 시절 밤마다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집을 찾아가 만나줄 때까지 아파트 복도에서 기다렸다. 퇴짜를 맞고 자정이 넘어 발길을 돌린 것이 여러 차례다. 그때 장관 비서를 했던 한 관료는 "퇴짜가 누적될수록 장관이 떠안은 마음의 빚도 늘었다"며 "그 시간에 어울려서 술을 마시던 몇몇 기자들은 그가 특종을 하면 '정부가 특정 언론사와 결탁했다'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

예전에 겪은 일이다. 권력 비리 사건의 정보를 쥐고 있던 청와대 수석 집을 여름날 휴일에 찾아갔는데 인터폰을 통해 "안 계시다"는 답을 들었다. 현관 앞 놀이터 그늘에서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저물 때까지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다음 날 수석에게 전화가 왔다. 사건 이야기는 전혀 안 하고, "책 읽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집에 있으면서 창밖으로 본 모양이다. 사건 관련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훗날 다른 도움을 받았다.

기자는 '갑(甲)'처럼 보이지만 사실 '을(乙)'이다. 정보를 가진 쪽이 취재원이기 때문이다. 영업사원이 물건을 팔기 위해 간 쓸개 다 빼놓듯이, 기자도 정보를 얻기 위해 비슷한 노력을 기울인다. 아무리 일류 대학을 나오고 집안이 좋아도, 치열한 노력 없이 특종이 오가는 인맥을 만들 수는 없다. 물론 유리한 기사를 실어주고 불리한 기사를 빼주면서 갑 행세를 하는 기자도 더러 있다. 하지만 '갑 기자'는 생명이 짧다. 언론은 언제나 '을 기자'가 주름잡는 세계다.

다른 신문사의 한 선배 기자는 "특종은 마치 마약 같다"고 말했다. "특종기사를 쓴 날 아침, 출입처 기자실을 갔을 때 느껴지는 싸~한 분위기." 문전박대를 당한 '을의 수모'가 몽땅 희열로 바뀌면서 몸이 나른해지고 웃음이 나오는 생리 반응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신경 화학물질의 분비로 희열을 느끼는 것이 실제로 마약 복용의 메커니즘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홀대와 박대가 심해도 특종을 좇을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을의 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세상의 모든 갑은 을 시대의 분투기를 간직하고 있다. 포스코의 한 간부가 스스로 "45년 갑"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불과 10여 년 전 산업자원부 나무 의자에 부동자세로 앉아 젊은 담당 사무관을 기다리던 포스코 간부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고(故) 박태준 회장의 전기를 읽어보면, 그들의 45년은 갑보다 '을의 역사'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유를 한 통 더 팔겠다고 30년 전까지 우량아 선발대회를 열어 전국의 엄마들을 불러모은 곳도 남양유업이었다.

'을의 맛'을 잊는다는 것은 현상에 안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업무로 미국에 출장 가는 간부가 라면 타령이나 하고, 발로 뛰어야 할 영업사원이 육두문자로 대리점에 물량을 떠넘길 정도라면 조직 전체가 지루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구성원이 갑 행세하는 회사가 잘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을의 맛'을 잊어가는 배부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다른 신문사의 한 선배 기자는 "특종은 마치 마약 같다"고 말했다. "특종기사를 쓴 날 아침, 출입처 기자실을 갔을 때 느껴지는 싸~한 분위기." 문전박대를 당한 '을의 수모'가 몽땅 희열로 바뀌면서 몸이 나른해지고 웃음이 나오는 생리 반응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신경 화학물질의 분비로 희열을 느끼는 것이 실제로 마약 복용의 메커니즘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헉4싸~한 분위기를 나는 무서워했다...동료들로 부터 왕따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두려워했다...ㅠㅠ...^-^

 

문전박대를 당한 '을의 수모'가 몽땅 희열로 바뀌면서 몸이 나른해지고 웃음이 나오는 생리 반응을 느낀다고...아마 이것이 몸으로 느끼는 성취감이겠다 싶다...그런데, 나는 이런 치열함이 부족했나보다...두루두루 원만하게만 조직생활을 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ㅠㅠ...^-^

 

 

- 2013년 5월9일 목요일...수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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