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남정욱 교수의 명랑笑說] '글쓰기 달인' 셰익스피어·茶山을 한번 봐… 글쓰기의 최상은 잘~ 베끼는 것이야
조선일보/사회 종합/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입력 : 2013.06.01 03:11
예나 지금이나 명료한 글을 쓰지 못하는 한심함은 여전하여 논지가 헛갈린다. 술을 더 많이 마시기 위해 개발한 논리 같지는 않고 아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반드시 있다는, 오로지 내 통찰만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쓴 글 같다. 지금은 이런 무식한 생각 절대 안 한다.
베끼기를 제대로 보여준 인물은 셰익스피어다. 셰익스피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7세기경 페르시아의 민담 '레일라와 메즈눈'을 '통째로' 가져다 쓴 것이다(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명곡 레일라가 바로 이 레일라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로 다시 태어난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뮤직 비디오 버전이 마이클 잭슨의 '빗 잇(beat it)'이다. 시대와 장르를 바꿔가며 참 신나게들 베낀다. 하긴 둘은 사랑하는데 부모는 서로 싫어해, 하는 설정은 한 집 건너 있는 풍경이기는 하다. 즉 베끼는 일은 작가의 기량에 따라 걸작과 모조품으로 갈리는 것이지 그것 자체로 하자가 있는 창작 방법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베끼기의 또 다른 방법은 잘 '엮는' 것이다. '영업 비밀'을 하나 털어놓자면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일단 블로그와 카페를 검색한다. 열 개 정도면 청탁받은 소재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가 잡힌다. 소생이 하는 일은 이걸 죄 퍼온 다음에 중복과 근거 희박을 걷어내고 인물이나 사건 하나를 주인공 삼아 흐름을 재배치한 후 내 말투로 바꾸는 것이다. 딱 그게 전부로 짧으면 한나절, 길어야 사흘이다.
실은 이거 다산 정약용에게서 배운 거다. 다산은 유배 생활 18년 동안 책을 500권 썼다. 일 년에 28권꼴인데 무협지도 아니고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다산의 책은 새로운 내용을 다루기보다 기존 책에서 정보를 뽑아 재배치한 것이 대부분이다. 읽다가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종이에 옮겨 적는 것을 초서(抄書)라고 하는데 다산은 읽는 틈틈이 이렇게 초서를 해 두었다가 관련 있는 것끼리 모아 재배치한 다음 멋진 제목을 달고 마지막으로 저자 정약용이라고 써 넣었다. 읽기와 동시에 창작이 이루어지는 다산식 다산(多産) 비법이다.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왜 남의 저서에서 요점을 뽑아내어 책을 만드는 방법을 의심하느냐" 질책하는 대목까지 나온다. 남의 것을 베끼는 것에 탁월했던 사람의 방식을 베낀 것이니 나중에 만나도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베끼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읽었노라. 베껴 적은 것이 무슨 뜻인지 알기 위해 그 열 배의 시간을 썼으며 베낀 것 중 모르는 단어를 알기 위해 또 그만큼을 썼다. 이런 경로로 베끼고 나니 그 베낀 것이 베낀 것인지 애초부터 내가 생각한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고 메모하여 책에 끼워두었다. 나중에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그나저나 영업 비밀을 대대적으로 공개했으니 청탁 끊기면 어쩌나. 입 싼 놈 밥 굶기 십상이랬는데.
아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반드시 있다는, 오로지 내 통찰만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쓴 글 같다. 지금은 이런 무식한 생각 절대 안 한다.
현재의 소생이 생각하는 글쓰기의 최상은 독창이 아니라 잘 '베끼는' 것이다. 독창을 추구했더니 독(毒)과 창(槍)으로 돌아와 욕창이 생기도록 고생한 끝에 얻은 소중한 결과물이다.베끼기를 제대로 보여준 인물은 셰익스피어다.... 즉 베끼는 일은 작가의 기량에 따라 걸작과 모조품으로 갈리는 것이지 그것 자체로 하자가 있는 창작 방법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베끼기의 또 다른 방법은 잘 '엮는' 것이다....실은 이거 다산 정약용에게서 배운 거다....다산은 읽는 틈틈이 이렇게 초서를 해 두었다가 관련 있는 것끼리 모아 재배치한 다음 멋진 제목을 달고 마지막으로 저자 정약용이라고 써 넣었다....^-^
'베끼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읽었노라. 베껴 적은 것이 무슨 뜻인지 알기 위해 그 열 배의 시간을 썼으며 베낀 것 중 모르는 단어를 알기 위해 또 그만큼을 썼다. ...^-^
- 2013년 6월1일 토요일...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에...수산나 -
[반갑다! 베끼기!]
오늘 아침 조선일보를 보니...남정욱 숭실대 문예학과 겸임교수의 '명랑소설'을 읽었다...^-^
글쓰기의 최상은 잘~ 베끼는 것이야."라고 한다.
"아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반드시 있다는, 오로지 내 통찰만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쓴 글 같다. 지금은 이런 무식한 생각 절대 안 한다."
"독창을 추구했더니 독(毒)과 창(槍)으로 돌아와 욕창이 생기도록 고생한 끝에 얻은 소중한 결과물이다."
위 박스 안 내용의 글을 읽으니...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하다...ㅎㅎ...^-^
가끔씩 나는 왜~ 독창적인 글을 누에가 실 뽑아 고치 만들 듯 술술 풀려 나오지 못 할까 하고...남들과 비교하며... 자괴감이 든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ㅎㅎ...^-^
그런데...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반드시 있다는 것은 무식한 생각이고...내 통찰만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것은 욕심이며...독창을 추구했더니 '욕창'이 생기더라 하는 대목에서는 "고맙기" 까지 하다...ㅎㅎㅎ...^-^
베끼기를 제대로 보여 준 인물이 '세익스피어' 이고...베끼기를 잘 엮은 인물이 '다산 정약용' 이라고 한다...ㅎㅎ...^-^
'베끼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읽었노라. 베껴 적은 것이 무슨 뜻인지 알기 위해 그 열 배의 시간을 썼으며 베낀 것 중 모르는 단어를 알기 위해 또 그만큼을 썼다. ...^-^
위 내용의 글도...요즘 내가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자주 경험하는 체험담이다...ㅎㅎ...^-^
공감도가 높다보니...남정욱 교수가 남 같지 않아..."반갑다!! 친구야!!" 소리가 저절로 난다...ㅎㅎㅎ...^-^
- 2013년 6월1일 토요일...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에...수산나 -
다산유적지...다산기념관...여유당전서 집필...^^
다산 유적지...다산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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