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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꽃말

살구나무 이야기

 

고향의 봄을 생각하게 하는  살구나무        필자 신호철  김두옥
  
  국촌 정원에는 1998년,  세 그루의 살구나무를 식재하였다. 그런데 이 나무들은 입지 환경이 좋지 못한 때문인지 열매가 볼품이 없고, 결실 또한 잘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2006년에  5그루의 살구나무 묘목을 추가로 구입하여 진입도로변과 매실나무 단지에 나누어 심고 이를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 열매의 수확이 기대되는데 어느 정도의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살구나무는 꽃이 아름답고, 풍성하게 달리는 열매가 탐스러워 정원수와 유실수로 좋다. 그리고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나무이다.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고향의 봄(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이라는 가곡(동요)은 지난날의 우리의 추억을 되살아나게 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름: 개를 죽일 수 있다는 뜻으로 살구(殺狗)에서 유래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살고’라고 부르다가 살구나무로 변했다는 견해도 있다. 한자명으로 행인(杏仁), 행수(杏樹) 라고 부른다. 달콤한 매실이라는 뜻으로 첨매(甛梅)라고도 한다. 개살구는 구행(狗杏)이라고 한다.  일본어의 살구를 뜻하는 ‘안즈’에서 비롯되어 학명 끝에 안수(ansu)라 붙기도 한다.
학명은 프루누스 아르메니아카(Prunus armeniaca)이다. 속명 프루누스는 자두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하고, 종명 아르메니아카는 원산지가 중앙아시아의 아르메니아의 지명이라는 뜻으로 러시아 식물학자 막시모비치(Maximowicz, 1827-1891)가 부친 이름이다.   꽃말은 “처녀의 수줍음”이다.


살구나무 이야기:  공자(孔子,BC 551-479)는 자신의 고향(山東省 曲阜, 지금의 孔子廟)에서 살구나무 아래에 행단(杏壇)을 쌓고 제자들에게 학문을 가르쳤다. 약 2,500년 이전부터 살구나무는 이미 학문의 전당으로  쓰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쓴 ‘산림경제’ 책에는 “살구나무는 옮겨 심지 않으면 열매가 작고 맛도 쓰다. 그리고 나무 밑 사방은 절대 가리질(耕)을 말아야 한다. 만일 가리를 하면 나무만 무성하고 열매는 달리지 않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살구나무는 이미 300년 이전부터 과수재배 기술의 주요한 대상 수종으로 되어 있었음을 뜻한다.  

  중국 진(晋)나라 때 학자 갈홍(葛洪,283-343)이 저술한 ‘신선전(神仙傳)’의 살구나무 이야기이다.  오래 산 중국의 인물 중 동봉(董奉)이라는 신의(神醫)가 있었다. 그는 의료 활동에 전념하면서 환자를 치료해준 대가로, 중환자가 병이 나으면 살구나무 다섯 그루를 심게 하고, 경환자가 병에 나으면 살구나무 한 그루를 뜰에 심게 하였다.  
그랬더니 수년 후에는  살구나무 숲이 넓게 조성되었다. 여기에서 많은 열매가 익어 숲속에 창고를 짓고, 살구가 먹고 싶은 사람은 곡식을 창고에 넣고 마음대로 따먹도록 하였다. 이렇게 하니 창고에 많은 곡식이 쌓였다. 이 곡식으로 동봉은 가난한 사람을 위하여 구제사업을 하였다. 그는  의술을 펼치면서 백 년 동안 살다가 승천(昇天)하였다고 한다. 착한 일을 많이 하면 하늘도 무심치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생태: 원산지가 중국으로 장미과(Rosaceae)에 속하는 낙엽성 활엽 교목이다.  키는 5m 정도로 자라며, 수피는 흑갈색으로 코르크질은 발달하지 않는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며 넓은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4월에 잎보다 먼저 흰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보통 한 두 송이씩 핀다. 꽃자루는 거의 없고, 꽃받침 조각은 5개이고 뒤로 젖혀진다. 
 열매는 핵과로 7-8월에 붉은 빛을 띤 노란색으로 익는다. 열매가 떨어진 다음에 잎은 활력을 잃고 지저분해지며 벌레가 많이 먹는 흠이 있다.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하지만 이 나무는 크게 자라지 않으며 수명도 길지 않다. 햇빛을 좋아하고 배수가 잘되는 자갈 섞인 토양을 좋아한다.  
번식은 가을에 수확한 열매를 모래에 석어 저장한 뒤 봄에 파종한다. 접목의 경우에는 자두나무를 대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용도: 꽃이 아름답고, 주황색 열매가 탐스러워 유실수와 관상수로 가치가 있다.  열매는 포도당 과당 성분이 있고 비타민 A가 풍부하여 생과일로 먹어도 좋고, 잼, 넥타 등의 가공용으로도 좋다. 씨는 약용으로도 쓰이는데 기침, 해열, 거담의 효능이 있어 폐를 보호하고, 변비에 쓰인다. 피부 미용과 갈증 해소,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살구씨 기름(杏仁油)은 비누 등 재료로 쓰인다.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하여 조각에 쓰인다. (shc155@naver.com 신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