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난 철들지 않는 노년을 꿈꾼다
[중앙일보] 입력 2015.02.17 00:03 / 수정 2015.02.17 00:22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502/17/htm_20150217022910101012.jpg)
JTBC 국제부장
밤샘토론 앵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내 나이 올해 마흔일곱이다. JTBC 보도국의 ‘최고령’ 여기자다. 20대 초반 신참 기자 시절엔 취재원들이 혹 얕잡아 볼까 싶어 “서른”이라 둘러대곤 했다. 하지만 진짜 서른이 됐을 땐 만 나이에 미국식 나이까지 동원해 스물아홉을 오래오래 고수했고, 40줄에 접어든 뒤엔 아예 나이를 잊고 살다시피 했다. 잊은 척한 게 아니라 실제로 몇 살인지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았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편의적인 기억력은 그렇게 정신 건강에 좋은 쪽으로만 작동했다.
그랬던 내가 이제 와 적잖은 나이를 굳이 밝히고 나선 이유는 뭘까. 마흔 이후의 삶도 그럭저럭 살 만하다는 걸 뒤늦게야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서른한 살에 요절해버린 천재 문필가 전혜린의 책들을 읽으며 “그래, 서른이 넘도록 산다는 건 이토록 견딜 수 없는 고통이구나….” 고개를 주억거렸던 열서넛 무렵의 나. 그때 그 생각이 틀려도 한참 틀렸다는 걸 새록새록 깨우치게 된 거다.
더욱이 그저 ‘살 만한’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점점 더 행복해질 거라는데 나이 먹는 게 뭐 대수일까. 뜬금없는 소리가 아니다. 이 문제를 파고든 숱한 학자들의 주장이다. 사람들이 삶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는 10대 후반부터 내림세로 접어들어 46~50세쯤 바닥을 친 뒤 내내 상승 곡선을 탄다는 얘기다. 이른바 ‘U자형 행복곡선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놀라지 마시라. 꽃다운 10대도 20대도 아닌 80대 언저리란다.
팔자 편한 부자 나라나 그렇지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이라는 한국에서도 그럴까. 돈이나 질병, 자녀의 유무 같은 외형적 조건보다는 내면의 변화가 행복을 좌우한다는 연구 결과가 답이 될지 모르겠다. 아무리 큰 슬픔이나 분노와 직면해도 너끈히 삭여낼 성숙한 마음가짐을 세월과 함께 갖추게 된다는 거다. 스스로를 돌아보니 영 아니다 싶다고? 그럼 이런 설명은 또 어떤가. 죽음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질수록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먼 미래보단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살게 되니 자연히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 말이다(로라 칼스텐슨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
내일보다 오늘에 충실한 게 행복의 비결이라면 여든 살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마흔일곱인 나야 최악의 시기라는 바닥도 얼추 찍은 듯하니 U자 곡선의 상승선을 앞질러 오르면 될 게 아닌가. 인생을 일곱 단계로 나눠 동물에 빗댄 『탈무드』 속 비유를 보면 사람은 당나귀(장년)와 개(중년)를 거쳐 원숭이(노년)가 된다고 한다. 철없는 어린 아이로 되돌아간다는 거다. 아이처럼 사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다 보면 노년의 행복을 앞당겨 누릴 수도 있을 터다.
‘나이 들면 보라색 옷을 입을 거예요/ 거기에 어울리지도 않는 빨간 모자를 쓸 거구요/ …젊었을 때 조신하게 산 걸 만회해볼래요/ 슬리퍼만 신은 채 빗속을 노닐고/ 남의 집 정원에 핀 꽃을 꺾을 거예요/ 침 뱉는 법도 한번 배워보렵니다…’
영국인들의 애송시 중 하나라는 ‘경고’(Warning·제니 조셉 작) 속 구절이다. 실제로 해외에 나갔다가 보라색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은발의 여성들을 떼로 마주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이 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빨간 모자 협회’ 회원들이다. 원래 50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연령 제한이 없어졌다. 남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인생을 즐기려는 열린 마음만 있으면 된단다.
평소 “철이 안 드는 게 동안의 비결”이라고 자랑하는 지인이 있다. 자기 말마따나 종종 철부지처럼 느껴지는 그 분은 예순을 넘긴 사람답지 않게 늘 젊고 유쾌해 보인다. “나잇값 못한다” 소리를 좀 듣긴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행복도가 팍팍 올라간다는데.
나 역시 철 들지 않는 노년을 꿈꾼다. 그러자면 미리미리 예습이 필요하다. 하나 마나 한 걱정일랑 집어치우고 막대사탕 한 개에 온 세상을 얻은 듯 기뻐 뛰던 내 안의 어린 아이를 끄집어내는 거다. 내친김에 빨간색 모자부터 하나 장만하고…. 내 나이 얼마 안 있으면 쉰이다.
신예리 JTBC 국제부장·밤샘토론 앵커
Red Hat Society : 빨간 모자 사회라고 번역할 수 있다. 1998년 5명의 성숙된 여자들이 제니 조셉의 경고(warning)라는 시의 한 구절인, “내가 늙은 여자가 되었을 때 나는 보라색 옷을 입고 빨간색 모자를 쓰고---”로부터 영감을 받고 결성한 여자들의 단체이다. 회원은 모두 여자들로서 구성되어있고, 대부분은 50살이 넘은 여자들로서, 현재는 26개 나라에 4만의 지부를 둔 백만 명이 넘는 회원들을 포용하고 있는 국제적인 단체로 발전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50-60세를 지나면, 제자리를 찾아가듯이, 점점 위축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생각도 점점 단순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빨간 모자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는, 각 지부마다 약간씩의 차이점들은 있을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젊은이들이 즐기는 여러 가지의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인생후반기를 생동감 넘치는 삶으로 이끌어 가는데 서로 도움을 주는 것으로 되어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우이웃 돕기와 비슷한 자선모임을 조직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행사이고, 대부분의 행사는 삶으로부터 재미와 뜻을 쥐어짜는 듯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제가 내용도 이런 뜻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내 인생을 남을 위하여 살아 왔지만 지금부터는 내 자신을 위할 차례이다---”
이 단체가 크게 성공한 원인은 여자들의 특성 중의 하나인 남들과 잘 사귀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여러 가지의 장치가 되어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든다면, 회원들 간에 여행계획을 세워서 오래 전부터 가고싶었던 곳을 단체로 찾아가면서 회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면서 재미있는 일정을 소화한다든지, 아니면, 사교댄스 클럽을 만들어서 춤을 추면서 운동과 즐거움을 찾는다든지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사는 재미있는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혼자서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하게되었을 때, 그 곳의 빨간 모자 사회 회원이 공항까지 마중 나와서 편리를 도모해주기도 하면서 서로간의 친목이 점점 더 다져지게 된다.
이들이 공항에서 서로 만나는 방법을 간단하다. 아무리 복잡한 공항일지라도, 보라색 옷과 빨간 모자를 쓰고있는 여자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지만, 같은 빨간 모자 사회에 속해있다는 한 가지 공통점만 갖고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장점이 그대로 사람들 간의 인간관계로 이어지면서, 건강과는 거리가 먼, 외로움을 쉽사리 거두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Warning Jenny Joseph When I am an old woman I shall wear purple With a red hat which doesn't go, and doesn't suit me. And I shall spend my pension on brandy and summer gloves And satin sandals, and say we've no money for butter. I shall sit down on the pavement when I'm tired And gobble up samples in shops and press alarm bells And run my stick along the public railings And make up for the sobriety of my youth. I shall go out in my slippers in the rain And pick flowers in other people's gardens And learn to spit. You can wear terrible shirts and grow more fat And eat three pounds of sausages at a go Or only bread and pickle for a week And hoard pens and pencils and beermats and things in boxes. But now we must have clothes that keep us dry And pay our rent and not swear in the street And set a good example for the children. We must have friends to dinner and read the papers. But maybe I ought to practice a little now? So people who know me are not too shocked and surprised When suddenly I am old, and start to wear purple. |
경고
제니 조셒 할머니가 되면, 난 자주색 옷을 입고, 빨간 모자도 쓸 거야, 맞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겠지만. 연금으로 브랜디, 여름장갑, 새틴 샌들을 사놓고, 버터 살 돈이 없다고 말하겠지. 피곤하면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상점 시식을 먹어치우고 경보 벨도 눌러보고 그리고 지팡이로 난간도 긁어보고 조심스럽던 젊은 시절에 못했던 것들을 할 거야. 비오는 날 슬리퍼 바람으로 나가서 다른 집 정원에서 꽃을 꺾고 침 뱉기도 배울거야. 당신은 끔찍한 옷을 입고 더 뚱뚱해질 지도 몰라. 그리고 단숨에 소시지 3파운드를 먹어치우거나 일주일 내내 빵과 피클만 먹을 수도 있고. 펜, 연필, 잔 받침 같은 걸 상자 속에 모아둘 지도 모르지. 그러나 지금 우리는 깔끔한 옷을 입고 집세를 내야지, 그리고 거리에서 욕을 해선 안 되고 아이들에게 좋은 시범을 보여야지. 우리는 식사에 초대할 친구도 있어야하고 신문도 읽어야 해. 그러나 이제 난 조금씩 연습해봐야 하지 않을까? 갑자기 늙어 자주색 옷을 입기 시작했을 때. 나를 아는 사람들이 기절초풍하지 않도록. |
제니조셉(1932~ )은 이 시(1961년)로 BBC의 여론조사(1996년)에서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후의 시'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시에서 영감을 얻어 결성된 '빨간모자 협회(The Red Hat Society :RHS)'라는 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1998년에 창설된 이 단체는 51세 이상의 여성을 위한 모임으로,
2006년 현재 전세계 30여개국에서 회원수가 약150만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인생의 일곱 계절---------탈무드
탈무드에 의하면 남자의 일생은 7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 : 한살은 왕
모든 사람이 모여서 왕을 모시듯 얼르기도 하고 비위를 맞춰 준다.
2단계 : 두살은 돼지
진흙탕 속을 마구 뛰어다닌다.
3단계 : 열살은 새끼양
웃고 떠들어대며 뛰어다닌다.
4단계 : 열여덟 살은 말
덩치가 커져 힘을 뽐내고 싶어한다.
5단계 : 결혼하면 당나귀
가정이라고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끙끙거리며 걸어가야 한다.
6단계 : 중년은 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구걸하게 된다.
7단계 : 노년은 원숭이
어린아이와 같아짐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는다.
[출처] 인생의 일곱 계절---------탈무드|작성자 스타
[삶의 향기] 난 철들지 않는 노년을 꿈꾼다
신예리 JTBC 국제부장/밤샘토론 앵커의 칼럼을 중앙일보에서 읽었다...
사람들이 삶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는 10대 후반부터 내림세로 접어들어 46~50세쯤 바닥을 친 뒤 내내 상승 곡선을 탄다는 얘기다. 이른바 ‘U자형 행복곡선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놀라지 마시라. 꽃다운 10대도 20대도 아닌 80대 언저리란다.
죽음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질수록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먼 미래보단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살게 되니 자연히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 말이다(로라 칼스텐슨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
인생을 일곱 단계로 나눠 동물에 빗댄 『탈무드』 속 비유를 보면 사람은 당나귀(장년)와 개(중년)를 거쳐 원숭이(노년)가 된다고 한다. 철없는 어린 아이로 되돌아간다는 거다. 아이처럼 사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다 보면 노년의 행복을 앞당겨 누릴 수도 있을 터다.
‘나이 들면 보라색 옷을 입을 거예요/ 거기에 어울리지도 않는 빨간 모자를 쓸 거구요/ …젊었을 때 조신하게 산 걸 만회해볼래요/ 슬리퍼만 신은 채 빗속을 노닐고/ 남의 집 정원에 핀 꽃을 꺾을 거예요/ 침 뱉는 법도 한번 배워보렵니다…’
영국인들의 애송시 중 하나라는 ‘경고’(Warning·제니 조셉 작) 속 구절이다. 실제로 해외에 나갔다가 보라색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은발의 여성들을 떼로 마주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이 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빨간 모자 협회’ 회원들이다. 원래 50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연령 제한이 없어졌다. 남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인생을 즐기려는 열린 마음만 있으면 된단다.
나 역시 철 들지 않는 노년을 꿈꾼다. 그러자면 미리미리 예습이 필요하다. 하나 마나 한 걱정일랑 집어치우고 막대사탕 한 개에 온 세상을 얻은 듯 기뻐 뛰던 내 안의 어린 아이를 끄집어내는 거다. 내친김에 빨간색 모자부터 하나 장만하고…. 내 나이 얼마 안 있으면 쉰이다.
나 또한 빨간모자를 쓰고...보라색 옷을 입고...열린 마음을 가진 자유인이라는 것을 만~ 천하에 공고해 볼까?...ㅎㅎ...
탈무드에 의하면 노년은 '원숭이'..."어린아이와 같아짐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는다."고 했으니...
더욱 더 내가 나를 사랑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ㅎㅎ...
이런 나를 지켜 보시고 하느님이 흐뭇해 하시겠지...ㅎㅎ...
- 2015년 2월17일 화요일...오후 9시...수산나 -
하우현 성당 입구
하우현 성당 입구...평화의 예수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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