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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사일런스>(2017.3.10.금)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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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사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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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고난의 순간에… 당신은 왜 침묵하십니까?
…그 침묵 속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17세기, 선교를 떠난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의 실종 소식을 들은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는 사라진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본으로 떠난다.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인 그 곳에서, 두 신부는 어렵게 믿음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생각보다 훨씬 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두 신부는 고통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침묵하는 신을 원망하며 온전한 믿음마저 흔들리게 되는데…

[ ABOUT MOVIE ]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탄생시킨 회심의 역작
20세기 일본 문학 최고의 걸작, 엔도 슈사쿠의 [침묵] 원작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신작으로 돌아왔다. <사일런스>는 17세기, 실종된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인 일본으로 목숨을 걸고 떠난 2명의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대서사 실화 드라마이다. ‘신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시는가’라는 종교계의 오래된 논제를 영화가 관통하는 메시지로 그려내 2016년 전미 비평가협회 각색상을 수상하고, 올해의 작품으로 꼽히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후보에 올라 수상이 유력시 되고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매 작품마다 탄탄한 연출력으로 전 세계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택시 드라이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의 영예를 안겨준 <디파티드>, <갱스 오브 뉴욕>, <셔터 아일랜드>, <휴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장르를 막론하고 사회를 통찰하는 예리한 시선과 특유의 유머러스함까지 겸비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걸출한 작품을 선보이며 명실공히 할리우드 거장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다. 그런 그가 선보이는 <사일런스>는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하고 묵직한 감동을 전하며 제작 단계부터 이미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 사일런스>의 원작 소설 [침묵]은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작가 엔도 슈사쿠에게 일본의 명성 높은 다나자키 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페레이라 신부의 실화를 토대로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에 달했던 17세기 일본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동서양 문화의 차이나 신학으로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를 밀도 깊게 다뤄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서양의 저명한 작가이자 [권력과 영광]의 저자 그레이엄 그린은 엔도 슈사쿠를 ‘생존한 최고 작가 중의 한 명’이라고 일컬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988년, 뉴욕 대주교 신부를 통해 소설 [침묵]을 접한 스콜세지 감독은 2007년 영문판 소설에 직접 서문을 쓸 정도로 원작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부터 영화화를 꿈꿔왔던 스콜세지 감독은 각색만 15년, 근 30여 년간의 준비 끝에 드디어 위대한 원작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넣은 완벽한 걸작을 탄생시켰다.


종교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충격적인 실화
가장 절실한 순간의 침묵, 절대적인 믿음에 대한 진중한 물음

17세기 포르투갈 출신의 가톨릭 예수회 지도자인 신부 ‘크리스토바오 페레이라’는 에도 막부 시대, 선교 활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선불교로 개종한 뒤 불교학자가 되어 일본인 아내를 얻는다. 예수회의 지도자였던 사실이 무색하게 배교 후 그의 행보는 놀랍도록 파격적이었다. 1636년 [기만의 폭로]라는 책을 통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역설하고, 가톨릭 교회를 비판해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러한 페레이라 신부의 실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종교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으로 기록되어 회자되고 있다.

< 사일런스>는 이처럼 명망 높은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한 실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에 달했던 17세기, 일본에서 사라진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찾아온 로드리게스, 가루페 신부는 온갖 핍박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은 현지 사람들을 만나고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신부들 역시 박해의 현장 속에서 고통 받는 신자들과 함께 배교를 강요당한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들은 침묵하는 신을 찾는다.

“신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시는가”라는 논제는 오랜 시간 가장 어려운 딜레마로 언급되어 왔다. 실제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스콜세지 감독은 “표면적으로 믿음과 의심은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나는 믿음과 의심은 동반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믿음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믿음을 풍성하게 한다. 의심이 진실한, 불변의 믿음과 공존한다면 우리는 의심을 통해 가장 기쁜 영적 교감을 얻을 수 있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굳건한 의지로 신앙을 배신하지 않으려는 로드리게스 신부와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마다 끊임없이 배교하는 기치지로의 관계를 각각 예수와 유다에 비유하기도 했다.

신자들은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신을 부르짖고, 신은 가장 비통하고 절실한 순간에 침묵한다. 배교를 강요당한 신부들은 자신들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절대적인 믿음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믿음과 의심, 나약함, 인간이 처한 상황 등에 대한 본질적인 해답을 찾고 싶었다는 감독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가진 믿음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에 대한 신의 대답에 대한 메시지를 영화에 녹여내 묵직하고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앤드류 가필드 X 아담 드라이버 X 리암 니슨
하늘이 보낸 선물 그리고 극한의 열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국내 관객에게 익숙한 앤드류 가필드가 로드리게스 신부 역을 맡았다. 스콜세지 감독은 열연을 펼친 앤드류 가필드에게 “마치 하늘이 보낸 선물과 같았다”며 그의 연기적 능력과 역할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앤드류 가필드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부름을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나?”라고 반문할 정도로 감독에 대한 신뢰 역시 대단했다. 또한 촬영 준비를 위해 예수회 학자인 마틴 신부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예수회 교리에 대해 연구했고, 이 시간들을 통해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의 영혼에 관한 깊은 통찰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복음을 전파하는 가루페 신부로 분한 아담 드라이버 역시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에 함께 할 수 있음에 열광했다. 영화의 내용은 물론 입체감 있는 캐릭터에 매료된 그는 “흔히들 사제라고 하면 침착하고 이상적인 사람들을 생각하지만, 영화 속 예수회 신부들은 거칠고 강인한 인물들로 모든 역경을 견뎌내야 하는 개척자들이다.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교양 있고 점잖은 모습이 아닌, 나는 그들을 탐험가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캐릭터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고 준비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 갱스 오브 뉴욕>의 밸런 신부로 스콜세지 감독과 호흡을 맞춘 리암 니슨이 페레이라 신부로 깊은 인상을 선사한다. 감독과의 인연뿐 아니라 종교적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던 리암 니슨은 “1980 년대에 개봉한 종교 영화 <미션>에 대해 알게 된 다음, 나는 지난 30년 동안 예수회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이번 영화를 함께 하게 된 특별한 이유를 더했다. 더불어 “<사일런스>의 시나리오에 완전히 빠져 들었고 예수회에 헌신적인 존재였던 역사적 인물인 페레이라가 어떻게 배교를 하고 변하게 되는지 궁금증에 사로 잡혔다”고 전하며, 그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묵직한 연기를 통해 펼쳐 보인다.
배우들의 극한의 열연은 영화에 대한 진정성을 더하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더욱 몰입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츠카모토 신야, 아사노 타다노부, 카세 료, 고마츠 나나 등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들 총출동

영화의 배경이 일본인 덕분에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명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철남>으로 대표되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인 감독 겸 배우 츠카모토 신야의 등장이 놀랍다. 스콜세지 감독은 평소 좋아하던 감독인 츠카모토 신야의 오디션 참여 소식에 깜짝 놀란 후문을 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카세 료와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갈증>에서 파격적인 여고생을 연기해 주목 받은 고마츠 나나가 박해에도 굴하지 않는 신실한 신자 부부로 등장한다.
< 토르> 시리즈에서 토르의 친구 ‘호건’ 역으로 익숙한 얼굴인 아사노 타다노부는 선교를 위해 일본에 온 신부의 믿음을 흔드는 교활한 통역관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전한다.
이 외에도 영화 <고>의 쿠보즈카 요스케와 배우이자 연출가, 작곡가인 이세이 오가타가 각각 배교자 기치지로와 징벌자 이노우에를 맡아 영화의 메시지와 상통하는 상징적인 역할로 놀라운 흡인력을 발휘한다.
이들 배우들은 외국 영화인들과의 작업이 무척 낯선 환경이었지만, 이것이 선교사들을 맞이하는 영화 속 설정에 더욱 부합할 수 있었다고. 또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나가사키는 당시 일본 무역의 중심지로 이들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었기 때문에 영어 대사마저 익혀야 했고, 또 어설픈 영어를 구사해야 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들과 일본 명배우들, 감독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시너지를 발산하는 가운데, 이들이 펼쳐 보이는 혼신을 다한 열연으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 PRODUCTION NOTE ]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노미네이트 쾌거
촬영, 편집, 미술까지 스콜세지 사단이 완성한 완벽한 비주얼

촬영, 편집, 프로덕션까지 이전 작품부터 꾸준히 함께하며 신뢰를 쌓아온 스콜세지의 오랜 동료들이 함께해 <사일런스>의 최고의 비주얼을 완성했다.

스콜세지 감독의 전작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강렬하고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인 로드리고 프리에토가 촬영을 맡아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작품 특성상 야외 촬영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온종일 변화무쌍한 날씨와 빛의 상태 때문에 연속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 조명의 상태를 통제하는 일에 엄청난 노력이 들었다"고 후일담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일몰이나 땅거미가 질 무렵의 분위기는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밤에 찍은 후 커다란 인공 조명 장비들을 이용해 장면에 빛을 덧입히는 작업을 통해 완성됐다. 또한 신부들이 은신처에서 신자들을 만나는 장면은 바다 위를 비롯한 거대한 지역에 인공 달빛을 비춰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단테 페레티는 <순수의 시대>, <카지노>, <쿤둔>, <갱스 오브 뉴욕>, <셔터 아일랜드>, <휴고> 등 총 아홉 작품을 함께해 온 마틴 스콜세지 감독 사단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프로덕션과 의상 제작을 동시에 담당해 천부적인 능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서사적인 흐름에 어울리는 모든 세트를 만들어냈다. 마카오 식민지와 마카오에 위치한 불교 사원, 기독교 신자의 거주를 비롯해 일본 나가사키의 거리와 감옥 등 모든 세트들이 그의 손을 거쳐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1980년 <분노의 주먹>으로 스콜세지 감독과 인연을 맺기 시작해 40년간 단 한 작품도 빼놓지 않고 참여한 셀마 슈메이커가 <사일런스>의 편집을 맡아 함께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신뢰를 쌓아온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연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긴장감 넘치는 대서사시를 완성했다. 그는 “스콜세지 감독이 오랫동안 꿈꿔온 이 작품을 함께 하는 것에 전율을 느끼며 대단히 영광스럽다”라며 의미 있는 소감을 밝혔다.


300년을 거슬러 올라, 17세기 일본으로 돌아간다
지형, 기후까지 100% 완벽하게 재현한 대만 로케이션

감독과 제작진은 17세기 일본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2년여동안 뉴질랜드, 캐나다 등 수많은 장소를 찾아 헤맸다. 난항을 겪던 중 스콜세지 감독은 이안 감독의 조언을 받아 결국 대만에서 지형과 풍경이 일본과 비슷하고, 기후와 바닷가에 인접한 산악지대의 모습까지 원했던 지점과 딱 맞아 떨어지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타이페이에 위치한 CMPC 영화 촬영소에서 당시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와 예수회 대학 장면 촬영을 마친 제작진은 외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진과스 산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일본에 처음 도착한 두 신부가 천주교 신자들의 마을에서 숨어있는 장소인 아주 작은 석탄 창고가 마련되어 있었다. 진과스 산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산악지역 쳉간료는 독실한 일본 신자들이 사는 토모기 마을로 이미 완벽하게 변신을 마친 상태였다.

수백만 년 동안 활발한 지열활동으로 유황으로 뒤덮인 땅과 섭씨 100도 정도의 뜨거운 김과 온천수가 솟아나는 겡지핀 국립공원은 일본의 운젠온천으로 둔갑했다. 그 곳에서 페레이라 신부는 일본인들에게 잔인하게 학대당하는 유럽의 사제와 수도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고통에 신음한다. 화렌시 연안에 있는 해안 암벽인 시멘에서 스콜세지 감독은 토모기 마을의 신자들이 십자가에 못 박힌 채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바람과 파도가 거칠고, 무시무시한 동굴이 있는 해안 암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완벽한 순교의 장소였다.

대부분의 촬영 장소는 거의 산악지대였고,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당도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 무거운 장비 조차도 제작진들이 직접 손으로 들고 가야 했다. 습기가 차면 굉장히 미끄러워 촬영하는 자체가 아주 위험하기도 했고, 깊은 진흙탕 때문에 걷는 것 조차 힘든 경우도 많았다. 비와 안개로 수시로 변하며 햇빛을 차단하는 급격한 날씨 변화 또한 촬영을 한층 더 어렵게 했다. 그러나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은 이러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열정 어린 모습으로 임했고, 마침내 완벽한 17세기 일본을 스크린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다.


철저한 고증과 검증을 거친 완벽한 재현
에도 막부 시대, 처절한 천주교 박해의 현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사일런스>의 시대적 배경은 17세기 에도 막부 시대로, 당시 일본은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막부 초기만 해도 환영 받던 선교사들에게 점차 탄압이 자행되었고, 결국 쇄국 정책의 일환으로 천주교에 대한 박해의 시대가 시작됐다. 음지에 숨어 믿음을 이어가다 발각된 신자들은 배교를 강요당했고, 거절할 시 고문을 당하며 고통 속에 죽어갔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정확하게 그려내기 위해 스콜세지 감독과 제작진은 당시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했다. 실제와 모든 것을 똑같이 그려내기 위해 특별 고문단을 구성해 영화 촬영 내내 조언을 얻었으며, 작은 석유 등잔 하나부터 천주교 전례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스콜세지 감독과 학자 메리앤 바우어는 박물관과 도서관에 전시된 17세기 일본을 묘사하는 그림들을 찾았고, 전 세계의 저명한 역사학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의견을 구했다.

뿐만 아니라 앤드류 가필드를 비롯한 배우들은 예수회 신부인 제임스 마틴을 통해 가톨릭과 예수회 교리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그들이 마주하게 될 상황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웠다. 스콜세지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 스스로도 당시의 상황에 매우 정통한 전문가가 되어, 격동의 시대를 거친 갈등의 역사와 복잡한 사건을 관객에게 올바르게 이해시키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바위가 많은 해변에 십자가 형틀을 세우고, 그 위에 배교하지 않는 신자들을 매달아 밀려오는 거친 파도에 천천히, 무자비하게 익사시키는 일명 ‘십자가 처형’은 가장 끔찍하고 처절했던 박해의 현장 중 하나다. 이 생생한 장면을 위해 83세의 일본 배우 오이다 요시이와 츠카모토 신야는 직접 십자가에 묶이는 열정을 발휘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또한 고향을 떠나 수천 킬로미터를 건너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겪은 신부를 그리기 위해 앤드류 가필드와 아담 드라이버는 촬영기간 내내 굶주리고 피곤한 육체적 결핍을 유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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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드라이버Adam Driver가루페 역  / 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로드리게스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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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다 요시Yoshi Oida / 츠카모토 신야Tsukamoto Shinya모키치 역  

아담 드라이버Adam Driver가루페 역  / 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로드리게스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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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로드리게스 역  / 츠카모토 신야Tsukamoto Shinya모키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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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로드리게스 역 / 쿠보즈카 요스케Yosuke Kubozuka기치지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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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보즈카 요스케Yosuke Kubozuka기치지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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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노 타다노부Tadanobu Asano통역관 역 / 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로드리게스 역 / 리암 니슨Liam Neeson페레이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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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로드리게스 역 / 리암 니슨Liam Neeson페레이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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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노 타다노부Tadanobu Asano통역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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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세이 오가타Issei Ogata이노우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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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세이 오가타Issei Ogata이노우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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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로드리게스 역 / 츠카모토 신야Tsukamoto Shinya모키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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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문화로 세상보기] 신은 말이 없다, 영화 ‘사일런스’
기사입력: 2017/03/10 [10:00] ⓒ 문화저널21

하나님이여 침묵하지 마소서 하나님이여 잠잠하지 마시고 조용하지 마소서 (시 83:1)


 

▲ 정재영 청소년기자 (용인외대부고 1학년)    

카쿠레키리시탄. 탄압 받는 일본 가톨릭 신자들의 은신 기간을 뜻하는 말이다. 포르투갈의 예수회 선교자들로부터 가톨릭 신앙을 얻은 일본은 약 250년간 신부 한 명 없이 버텨왔다. 에도 정부는 예수의 형상을 밟게 하면서 가톨릭 신자들을 구별했고, 골라진 이들을 처형하며 천주교를 박해했다. 엔도 슈사쿠의 종교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한 마틴 스콜세지의 ‘사일런스’는 신의 침묵에 대하여 당돌한 질문을 던진다. 본래 성직자를 꿈꿨지만 후에 신앙을 잃은 가톨릭 교도인 스콜세지 자신의 고뇌를 가장 잘 옮겨놓은 동시에, 가톨릭과 종교라는 무거운 주제의 본질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그리스도의 평등사상은 일본에겐 너무나도 진보적이고 이상적이었다. 그는 세금과 끝없는 노동으로 심신이 지친 평민들에게 ‘너의 모든 것은 의미가 있다’ ‘죽음 뒤에 파라다이스가 너를 기다린다’고 위로했다. 그러나 이는 귀족들에겐 너무 위험하고 도발적인 사상이었다. 이방인 ‘로드리게스’는 ‘기치지로’의 도움을 받아 이러한 분위기의 일본으로 들어간다. 그의 선교 활동은 곧 나가사키 봉행소에 붙잡히며 끝나게 되고, 배교의 회유와 협박 속에서 그의 고난은 지속된다. 그가 평생 동안 존경했던 ‘순교’의 초라함과 그리스도의 침묵으로 그의 신앙심은 점점 사라진다.

 

‘사일런스’는 ‘신’이라는 대상 앞에서 인간이 취하는 다양한 태도를 보여준다. ‘로드리게스’는 굳건한 믿음아래 자신이 섬기는 하느님의 뜻을 펼치려고 노력하지만, 일본에서 마주한 사건들로 인해 배교의 위기를 맞는다. ‘가르페’는 순교의 이상향과 거리가 먼 죽음을 맞이하며 ‘로드리게스’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고해성사를 위해 지속적으로 그를 찾아온 일본인 ‘기치지로’는 종교 앞에서의 가장 현실적인 인간상을 보여준다. 그를 팔아넘기고, 돌아와 용서를 구하고, 다시 배신하기를 반복한다. 엔도 슈카쿠와 스콜세지의 종교/인간에 대한 관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은 말이 없다. 행동하지도, 발언하지도 않고 침묵을 유지한 채 지켜보기만 한다. 이러한 전지적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신의 존재에 대하여 의문을 갖는다. 과연 저 위에서 누군가 바라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의 고통을 나 혼자만 아는 지에 대하여 질문한다. ‘사일런스’가 택한 촬영 앵글은 바로 이 ‘관전자’의 시점이다. 버드아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거나. 아니면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는 ‘로드리게스’의 시점으로 바라본다.

 

‘사일런스’에서는 BGM의 사용이 최소화됐고 오히려 장작이 불타는 소리, 파도 소리, 숲의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사용한다. 대게 이러한 소리들은 침묵으로 끝이나 긴장감을 풀어준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침묵은 안심보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고문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소리, 공포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르는 소리, 그리고 물속에서 익사하는 소리. 그 소리들 끝의 침묵에는 죽음이 존재한다. 관객은 ‘신’의 관점으로 무기력함과 전지전능함을 동시에 느끼며 영화 도중 계속해서 찾아오는 침묵을 두려워하게 된다.
                           
‘로드리게스’는 결국 후반부에 예수의 석판 앞에 서게 된다. 일본인 가톨릭 신자들을 고문으로부터 구출해 내기 위해 그는 배교를 강요받고, 그의 고뇌는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때 침묵 속에서 그는 신의 음성을 듣는다. ‘너의 고통과 함께 했다. 너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하겠다’하며 그의 배교를 유도한다. 여기서 제기할 수 있는 질문, 이 음성은 ‘로드리게스’ 자신의 음성인가 아니면 그를 용서하는 신의 음성인가? ‘사일런스’는 관객이 가톨릭을 믿는가 안 믿는가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한다. 일부에게는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에 보답하는 연약한 신자의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고, 자기정당화와 정신승리로 자신을 위로하는 나약한 사상가의 모습을 보여줄 수 도 있다. 지금은 신앙을 잃어버린 마틴 스콜세지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감수=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lyk@mhj21.com




할리우드에서 일본을 소재로 한 영화는 그동안 많이 제작되었다. ‘쇼군’, ‘라스트 사무라이’… 최근 ‘핵소고지’까지 그렇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은 이유는 선진화된 경제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이 지닌 독특한 문화에 있다. 지난 28일 개봉한 ‘사일런스’는 일본에서의 천주교 박해를 다룬다. 

‘사일런스’는 선교사 페레이라 신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침묵’이 원작이다. 17세기 일본에서 천주교 박해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포르투갈 예수회 신부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와 가루페(에덤 드라이버)는 배교한 스승 페레이라(리암 니슨)를 찾아 일본으로 간다. 그러나 그들 또한 강한 탄압으로 결국 배교하거나 사망하게 되면서 고통에 침묵하는 신에 대해 깊이 고뇌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일본이 지닌 문화적 특성이 잘 드러난다.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중시하고 보존한다. 그러나 일본은 서구문물을 빨리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했다. 반면 정신을 지배하는 종교와 같은 정신문화의 유입은 철저히 차단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상인들의 교역을 통해 천주교가 전파되자 당시 일본 지배층은 천주교를 일본의 정신을 병들게 하는 위험요소로 간주해 종교를 탄압한 것이다. 16세기 일본 막부가 단행한 박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에서 보듯이 일본 위정자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집요하고 체계적으로 천주교를 박해했을 뿐 아니라 신부들 또한 배교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지금도 가톨릭을 포함한 기독교도의 비중은 지극히 낮다. 

감독의 신앙에 대한 열정과 고민이 담겨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여러 차례 “최종 목표는 소설 ‘침묵’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1988년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예수를 그린 ‘예수 최후의 유혹’ 이후 ‘침묵’을 각색하기까지 15년, 작품을 완성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영화는 신자들이 고문과 학살을 당하는 모습, 간절히 기도하지만 침묵하는 신, 한 인간의 종교적 신념이 뿌리째 흔들리는 과정을 차분하고 집요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후보에 오를 만큼 영상미가 빼어나며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할리우드 유명배우들은 물론 쓰카모토 신야를 비롯한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열연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숙연해진다. 무엇이 진정한 신앙이며 믿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고난의 순간, 신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의 배교로 신도들을 살리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신부 로드리게스의 딜레마는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강력한 국가주의도 엿볼 수 있다. 영화에서 신도들과 주민들은 관료의 지시나 국가의 권위에 대해 절대적으로 순종하며 침묵한다. 이러한 일본의 국가주의는 ‘쇼군’이나 ‘라스트 사무라이’, ‘핵소고지’에서도 잘 나타난다. 종교영화인 ‘사일런스’를 보면서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서도 최근 강화되고 있는 국가주의 성향이 걱정되는 것은 괜한 기우일까.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이종길의 영화읽기]그 음성, 신일까 사탄일까

가톨릭과 기독교 신자들의 반발에 시달렸던 스콜세지 감독이 29년 만에 비슷한 소재를 영화화했다. 17세기 일본의 가톨릭 탄압을 소재로 한 엔도 슈사쿠의 대표작 '사일런스'다. 크리스타바오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의 제자인 세바스찬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프란치스코 가르페(아담 드라이버)는 스승이 일본에서 배교했다는 소문의 진위를 파헤치기 위해 승선한다. 이들은 막부 정권의 박해를 피해 몰래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신자들에게 미사를 집전한다. 로드리게스는 의지와 결심이 올곧지만 기독교를 말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적대적 문화의 탄압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속 예수와 많이 닮았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왼쪽)과 앤드류 가필드


스콜세지 감독이 그린 예수는 다소 나약했다. 오히려 일부 제자들을 예수를 격려하고 포용할 만큼 강직하게 표현했다. 그들은 우리의 질문을 대신한다. 유다는 곡창에서 예수의 말에 경청한다. "어젯밤 이사야가 내게 찾아왔어. (중략) 내가 바로 양인거야. 내가 희생해야 돼. 십자가에 매달려야 돼." "그런다고 뭐가 좋은데?" 사일런스에서는 기치지로(쿠보즈카 요스케)가 묻는다. 그는 가족의 희생을 막기 위해 배교했다. 로드리게스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지만 다시 여러 번에 걸쳐 후미에(신자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해 밟게 한 성화상)를 밟는다. 믿음이 결여돼 저지른 잘못이 아니다. 기치지로는 다른 민초들처럼 기독교의 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에게 기독교는 고단하고 가혹한 삶을 위로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에 가깝다. 이런 취약은 죽음의 공포 앞에서 배교로 드러난다.

모든 것을 잃은 기치지로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의 죄를 씻어주는 로드리게스의 마음에도 유다는 존재한다. 자신 때문에 희생당한 신자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면서도 일본을 떠나지 않는다.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가르페의 순교가 생각해온 명예로운 죽음과 다르게 다가온 뒤에야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그는 자신을 위해 기도한다. "저들의 목숨을 저에게 맡기지 마소서." 로드리게스는 배교하지 않으면 신자 다섯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음성을 듣는다. "네 고통을 안다. 어서 (후미에를) 밟아라. 이제 네 생명은 나와 함께 있다."  

영화 '사일런스' 스틸 컷

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하느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서 예수가 접한 사탄의 속삭임이거나 로드리게스가 자신의 배교를 합리화하면서 만들어낸 환청일 수 있다. 스콜세지 감독은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 역시 자신에게 계속 묻고 있다. "나는 평생토록 믿음과 의심, 나약함, 인간이 처한 상황 등에 대해 본질적인 해답을 찾고 싶었다. 사일런스는 그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지만, 이 역시 뚜렷한 결론을 말하기 어렵다."

그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만들었을 때처럼 건강한 토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우리의 삶과 세상에서 예수가 상징하는 바와 기독교 정신의 정수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만들어온 주옥같은 작품들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구원을 받지 못했다. '택시 드라이버(1976년)', '성난 황소(1980년)', '특근(1985년)', '좋은 친구들(1990년)' 등이다. 죄의식에 시달리며 구원을 요청하지만 끝내 희망의 빛을 보지 못했다.





‘디파티트’ ‘갱스 오브 뉴욕’ ‘셔터 아일랜드’ ‘휴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온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사회를 통찰하는 예리한 시선,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겸비한 작품을 선보여온 그가 어느 때보다 진중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신작 ‘사일런스’로 돌아왔다.

사일런스를 관통하는 주제는 ‘신은 고통의 순간 어디에 계시는가’라는 종교계의 오랜 논제다.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이 원작인데, 17세기 천주교 박해가 극에 달했던 일본으로 선교를 떠난 서양신부들의 실화를 담고 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침묵」은 실화를 토대로 당시 일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문화 차이, 신학으로도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걸작이다. 스콜세지 감독은 1988년 「침묵」을 처음 접한 후 영문 번역판의 서문을 직접 썼을 만큼 원작에 애정을 쏟았다.

17세기 포르투갈 출신의 가톨릭 신부 ‘크리스토바오 페리이라(리암 니슨)’는 선교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다. 그는 예수회 지도자였음에도 선불교로 개종하고 불교학자가 되어 일본인 아내를 얻는다. 페리이라 신부의 실종 소식을 접한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는 사라진 스승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본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두 신부는 어렵게 믿음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한다. 신부들 역시 박해에 고통받는 신자들과 함께 배교背敎를 강요당하기에 이른다. 생각보다 훨씬 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두 신부는 고통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침묵하는 신을 원망하며, 온전한 믿음마저 흔들린다.

예수회에 헌신적이었지만 결국 배교를 선택한 페리이라 신부를 연기한 리암 니슨은 “그가 왜 배교를 하고 변화하게 됐는지 궁금증에 사로잡혔다”면서 시나리오에 매료됐음을 밝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 앤드류 가필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부름에 어떻게 응하지 않을 수 있냐”며 감독에게 신뢰를 보냈다. 가르페 신부로 분한 아담 드라이버 역시 “영화 내용은 물론 입체감 있는 캐릭터에 매료됐다”면서 “영화 속 예수회 신부들은 거칠고 강한 인물로 역경을 견뎌내는 개척자다”고 평했다. 

믿음과 의심, 동전의 양면

각색에만 15년의 공을 들였다는 스콜세지 감독. 실제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표면적으로 믿음과 의심은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나는 믿음과 의심은 동반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믿음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믿음을 풍성하게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추구해온 절대적인 믿음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 신부들의 모습을 통해 믿음과 의심, 나약함에 대한 본질적 해답을 찾고자 했다. 영화는 우리가 가진 믿음의 실체, 그에 대한 신의 대답을 녹여내 묵직하고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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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스’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영화다. 로드리게스 신부(앤드루 가필드)는 끊임없이 신에게 묻지만 신은 침묵한다. 그러면서 도덕적 문제가 발생한다. 신의 뜻을 지키기 위해 인간을 희생시키는 것은 옳은 일인가. 이 세상에 살면서 신의 뜻을 따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토록 인간을 고문하는 신이라면 저버려도 되는 존재 아닌가. 신의 은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고통인가, 아니면 기쁨인가.
 
여기서 스코세이지 감독은 로드리게스 신부 옆에 키치지로(쿠보즈카 요스케)라는 인물을 놓는다. 그는 신을 부정했다가 받아들이는 걸 반복하는 인물이다. 그때마다 로드리게스에게 고해하고, 다시 죄를 짓고, 또다시 회개한다. 그러면서 끝까지 로드리게스 곁에 머문다. 로드리게스가 배교(背敎)한 뒤에도 그를 찾아가 고해를 부탁하며 자신의 신앙심을 환기시킨다. 어쩌면 키치지로는 로드리게스의 멘토이자 스승이며, 신의 뜻을 전하는 예수 같은 존재다. 인간은 아무도 자신이 구원받을지 알 수 없다. 그저 조금 더 신의 뜻에 가까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것이 키치지로의 메시지다. 끊임없이 죄짓고 끊임없이 속죄하는 삶. 어쩌면 로드리게스는 그러한 키치지로의 모습을 통해 신의 뜻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사일런스’는 가장 비루하고 비겁해 보이는 인간 키치지로를 통해 ‘세상 속 기독교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내 인생엔 영화와 종교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스코세이지 감독은, 항상 투쟁해 왔던 그 두 가지가 ‘사일런스’를 통해 화해하고 만나길 원한다. 젊은 시절에 만든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거쳐, 백발의 노장 감독으로 ‘사일런스’에 다다른 그의 내면적 순례. 그 긴 여정을 ‘사일런스’에서 마침내 마친 셈이다. ‘할리우드의 수호 성자’인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혼에 부디 평안이 깃들기를.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출처: 중앙일보] [매거진M] '사일런스',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30년 대장정

[SBS funE | 김지혜 기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1973년 작 '비열한 거리'(Mean Streets)는 찰리(하비 케이틀)의 기도 장면으로 시작한다.

동네 건달인 찰리는 낮에는 범죄를 저지르고, 밤에는 속죄의 기도를 올린다. 매일 죄를 짓고 살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구원을 갈구하는 삶은 모순적이다. 어쩌면 성악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연약함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스콜세지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종교적 색채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스콜세지는 엄격한 카톨릭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신앙에 심취했다. 그는 '택시 드라이버'와 '좋은 친구들'과 같은 빼어난 범죄물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과 '쿤둔'과 같은 종교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일본 작가 엔도 슈샤쿠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사일런스'는 스콜세지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영화다. 시나리오 각색에만 15년, 제작까지 30년이 걸렸다. 

굳이 종교영화의 범주에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은 '믿음과 구원'이라는, 세계 수많은 거장이 공통적으로 파고든 심오한 주제에 닿아있는 영화다. 또한 특정 종교과 연관 짓지 않더라도 인간의 내적 갈등에 대해 한번쯤 진중하게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한편으론 명백한 종교영화다. 이 영화처럼 신의 존재와 신념의 방식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고 고통스럽게 전달한 적은 없다. '사일런스'는 신을 믿는 이에는 자신을 돌이켜 보게 하는 영화이며, 믿지 않는 이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17세기 포르투칼, 가톨릭 예수회 소속의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루페(아담 드라이버)는 선교를 위해 일본으로 떠난 스승 페레이라(리암 니슨)의 실종 소식을 듣는다. 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배교를 해 일본인 아내까지 얻었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한다.    

두 신부는 사라진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인 그곳에서 어렵게 신념을 지켜가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곳의 지도자는 천주교도를 '기리스탄'이라 부르며 잔인하고 가혹하게 박해한다. 로드리게스와 가루페는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선교에 매진하려 하지만 배교를 하지 않아 참혹한 댓가를 치르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뇌와 갈등에 빠진다.

'사일런스'는 순교가 아닌 배교의 과정을 통해 신과 신념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왜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을 구원해주지 않는가?', '신념이라는 것은 마음과 형식이 동반되어야만 완전하다고 볼 수 있는가?'와 같은 명쾌히 답 내릴 수 없는 질문으로 꽉 차 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악역은 키치지로(구보즈카 요스케)다. 상황에 따라 신을 따르고, 안위에 따라 배교한다.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은 위선적인데 낯설지는 않다. 

로드리게스와 키치지로의 관계는 예수와 유다의 은유처럼 보이지만, 두 인물은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양 극단의 모습처럼 여겨진다. 많은 관객은 키치지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마틴 스콜세지는 "표면적으로 믿음과 의심은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나는 믿음과 의심은 동반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믿음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믿음을 풍성하게 한다. 의심이 진실한 불변의 믿음과 공존한다면 우리는 의심을 통해 가장 기쁜 영적 교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적 딜레마에 관한 논쟁도 가능하다. 나가사키의 수령이자 재판관인 이노우에(이세이 오가카)는 마을 주민들의 목숨을 볼모로 잡고 로드리게스에게 "배교하라. 네 영광의 대가는 저들의 고통"라고 말한다. 

이노우에의 배교책은 집요하고 잔혹하다. 로드리게스와 가루페를 벌하는게 아니라 두 신부의 배교하는 모습으로 교인의 믿음을 흔들고자 한다. 두 사람이 뜻을 따르지 않자 신도들을 처참하게 죽인다.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도, 신부 앞에서 목숨을 잃는다. 로드리게스와 가루페의 고뇌는 계속되고 기도로 신의 응답을 구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이다. 

자연을 숭배하고 불교를 믿는 일본의 전통신앙주의자들에게 로드리게스와 가루페는 영적 침략자이고 사탄의 대리인일 것이다. 이노우에는 "너희가 진리라고 믿는 신념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것이 하느님이 뜻이냐"고 몰아세운다.  

내적 갈등이 극에 치달은 로드리게스는 응답없는 신을 부르다 분노의 목소리를 낸다. 이때 스콜세지는 신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나는 한 순간도 침묵하지 않았다. 옆에서 너의 고통을 늘 함께 해왔다"

마틴 스콜세지는 2시간 40여분이 이르는 긴 상영 시간동안 로드리게스의 여정을 집요하고 처절하게 표현해낸다. 영화는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촬영은 대만에서 진행됐다. 에도 막부 시대를 생생하게 재현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기술 요소에서 인위성을 최대한 배제했다. 음악 또한 바람과 파도 등 자연의 소리와 인간이 만들어낸 고통의 소리 등을 이야기의 주요 음악으로 사용한다.

이 영화의 드라마는 인간의 영적 전쟁에서 오는 희로애락, 그 중 고통과 비애의 처절한 시·청각화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보는 내내 아프게 다가온다. 영화가 끝나도 마음 속 전쟁은 멈추지 않은 느낌이 든다. 

앤드류 가필드는 앙상한 육체와 섬세한 내면 연기로 고뇌하는 로드리게스를 표현해냈다. '핵소 고지'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사일런스'에서의 연기가 더 뛰어나게 느껴진다. 쿠보즈카 요스케, 츠카모토 신야, 아사노 타다노부, 카세 료, 고마츠 나나 등 일본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감독의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듯 하던 이야기는 후반부 제3의 화자를 등장시키는데, 이 인물이 관찰하고 증언하는 로드리게스의 말년은 신념의 유형과 방식에 대한 고찰을 하게끔 한다. 특히 엔딩 시퀀스가 선사하는 감동과 여운은 영화가 끝나고도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을만큼 묵직하다. 그리고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와 하나의 질문을 되새기게 한다.

'로드리게스는 배교했는가?'   

카메라의 거룩한 시선과 침묵으로 끝을 맺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마음 속에 고린도전서 10장 13절이 스쳐 지나간다. 가혹한 위로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ebada@sbs.co.kr          


'묵직한 감동 명대사 BEST3 공개! 신의 침묵에 대해 논하다!'


"저희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주님을 향한 제 사랑은 굳건합니다"
<사일런스>는 17세기 실종된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인 일본으로 목숨을 걸고 떠난 2명의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대서사 실화 드라마다.

일본에서 실종된 채 흉흉한 소식만 전해지는 스승 페레이라 신부를 찾아 떠난 로드리게스, 가루페 신부는 현지에서 만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믿음을 이어가는 일본 신자들에게 큰 감명을 받는다. 이어 목숨을 위협받는 순간, "저희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주님을 향한 제 사랑은 굳건합니다"라며 오로지 신앙심으로 박해의 순간을 견뎌내는 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두 젊은 사제에게 신과 교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주님께서 그들의 비명도 들으셨을까요? 신음하는 이들에게 그분의 침묵을 어찌 설명해야 합니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모진 고초와 어려운 환경보다 더욱 로드리게스 신부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어가는 일본 신자들을 보는 고통이다. 이 고난의 순간에도 신은 침목한다. 배교를 강요하는 탄압 속 무고한 희생이 이어지자 로드리게스는 "주님께서 그들의 비명도 들으셨을까요? 신음하는 이들에게 그분의 침묵을 어찌 설명해야 합니까?"라며 원망 섞인 눈물을 흘리면서 반문한다.

"저들에게 고통을 줄 권리가 있나? 그 고통은 신이 아니라 자네만 끝낼 수 있네."
마침내 스승 페레이라는 로드리게스에게 "저들에게 고통을 줄 권리가 있나? 그 고통은 신이 아니라 자네만 끝낼 수 있네."라며 배교할 것을 권한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신도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신이 아니라 자신임을 알게 된 그는 종교적인 신념과 인간적인 도의 사이에서 근원적인 갈등에 놓이게 된다.

영화 <사일런스>는 엔도 슈사쿠의 걸작을 원작으로 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필생의 역작이다. 앤드류 가필드, 아담 드라이버, 리암 니슨을 비롯해 카세 료, 아사노 나타노부, 고마츠 나나 등 일본 최고의 배우들이 극한의 열연을 펼친다. 원작의 깊이와 거장 감독의 묵직한 연출력,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관객들에게 감동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한편 영화 <사일런스>는 절찬 상영 중이다.

iMBC 차수현 | 사진 ㈜메인타이틀 픽쳐스                            


주기철 목사님과 손양원 목사님의 순교적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한국 교회 정서상, 배교를 했으면서도 그것이 신앙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는 영화의 결말은 다소 버겁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순교냐? 배교냐?'의 프레임에서 오는 긴장으로부터 한걸음만 물러서서 살펴본다면, 많은 영적 유익을 얻을 수 있는 통찰과 질문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선 악이 추상적 개념이 아닌 현실의 신앙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실체임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고수하기 위해 진리에 대한 열린 태도를 철저히 거부하는 인간의 완악함, 변화 자체를 거부하며 오로지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의 육체적∙정서적∙영적 체계를 차례로 무너뜨리는 인간의 간교함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또한 관습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던 사람에게는 '믿음이 무의식적인 습관이 아닌 자신의 존재를 걸고 따라야 할 진리의 길'임을 각성케 합니다. 더불어 오늘 삶의 자리에서 연약함과 모자람 속에 실패하고 좌절하며 고통의 몸짓을 하는 이웃들에게 욥의 친구들과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고, 믿음과 삶의 신비와 그 속에 찾아오시는 자비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찬반토론 대신 자기 삶의 이야기를 영화 속에서 만난 인물들에 대입하여 나눠 본다면, 삶을 바라보는 신앙인으로서의 넓이와 깊이가 풍성해짐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신은 침묵한다. 종교란 침묵의 의미를 해석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기도하고 간청했는데, 신은 왜 침묵하는 것일까. 왜 나에게 이런 고통과 시련을 주는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사일런스’는 신에 대한 믿음과 의심을 극한으로 끌고 들어가 신앙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17세기, 일본으로 선교를 떠난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가 배교를 한 뒤 신을 부정하고 불교를 믿는다는 소식을 들은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루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는 과연 스승이 신앙을 버렸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본에 당도한다. 천주교 박해가 한창안 곳에서 두 신부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믿음을 지켜가는 일본인들을 만난다. 로드리게스는 당국의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고통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침묵하는 신을 원망하며 온전한 믿음마저 흔들리게 된다.

‘배신’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즐겨 다루는 테마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디파티드’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배신을 통해 인간 관계의 믿음과 신뢰의 밑바닥을 파헤친다. 1988년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읽자마자 영화화를 결심한 그는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도전한 끝에 필생의 역작을 만들었다.

‘사일런스’는 극심한 고문과 형벌 앞에서 ‘배교’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신부의 딜레마를 통해 진실된 믿음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뜨거운 온천물에 몸이 타들어가고, ‘코 고는 소리’처럼 들리는 구멍 매달기 고문 등을 보면서 로드리게스의 신앙은 조금씩 허물어진다. ‘배교를 하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절박한 생존본능은 침묵의 신과 맹렬하게 부딪힌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긴장감 넘치는 원작의 묘사를 리얼한 영상으로 담아내는 한편, ‘고통의 순간에 신은 어디 있는가’라는 핵심 메시지를 치열한 갈등 속에 녹여낸다. 배교자 페레이라와 배교를 앞둔 로드리게스, 그리고 탄압을 가하는 일본 관리와 죽음 앞에서도 신을 버리지 않는 일본 신앙인들, 유다처럼 배신을 일삼는 기치지로(쿠보즈카 유스케)의 대립은 고요한 바다에 폭풍우를 일으키듯 세차게 휘몰아친다.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배교를 통해 신앙의 위대함을 다룬다. 참혹한 조건에 내던져진 나약한 인간이 내면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장대한 서사로 흘러간다. 고통이 파도처럼 덮치고, 인내심은 사막처럼 말라가고, 믿음은 뿌리째 뽑힐지라도 침묵하는 신의 음성을 들으려는 인간의 의지가 뭉클하게 다가온다.  

앤드류 가필드는 연약함과 강인함 사이를 오가며 갈등하는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핵소 고지’도 좋았지만, ‘사일런스’의 연기로도 충분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만했다. 천주교 신자를 찾아내 야만적인 박해를 일삼는 이노우에 역의 이세이 오가타, 배교를 회유하는 통역관 역의 아사노 타다노부, 독실한 신자 모키치 역의 츠카모토 신야 등 일본 배우들의 앙상블도 자연스럽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원작의 결말에 없는 이야기를 영화의 마지막에 담아냈다.

그것은 신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는 깨달음일 것이다.  


‘사일런스’(사진)는 종교 영화의 외형을 갖췄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신념’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러닝타임 내내 ‘선택’의 고뇌를 보여주며 선택의 형식보다는 그 선택을 굳게 믿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종교를 가진 관객에게는 자신의 종교관과 신앙심에 대해 자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종교가 없는 사람도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세계적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년) 이후 30년 만에 만든 종교 영화인 ‘사일런스’는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소설 ‘침묵’을 바탕으로 선교를 위해 일본에 갔다가 배교(背敎) 후 선불교로 개종한 가톨릭 사제의 파격적인 행보를 따라간다. 17세기 포르투갈 가톨릭 예수회의 지도자인 페레이라 신부(리엄 니슨)가 일본에서 실종되자 그의 제자인 로드리게스 신부(앤드루 가필드)와 가루페 신부(애덤 드라이버)가 스승을 찾아 일본으로 떠난다. 어렵사리 일본에 도착한 그들은 에도 막부 관료들에게 핍박을 받으면서도 믿음을 이어가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 충격에 빠진다. ‘기리시탄’으로 불리는 일본 가톨릭 신도들은 관료들의 잔혹한 고문과 끈질긴 회유를 이겨내며 순교(殉敎)가 곧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로드리게스는 고통과 절망에 빠진 그들을 바라보며 침묵하는 신을 원망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믿음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15년 동안 시나리오 각색에 매달리는 등 30년 가까이 이 영화를 준비해온 스코세이지 감독은 믿음과 의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역작을 완성해냈다. 리엄 니슨과 앤드루 가필드, 애덤 드라이버 등 세 배우는 철저한 캐릭터 분석을 통해 묵직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특히 가필드는 예수회 학자와 함께 교리를 연구하며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갖게 됐다고 한다. 또 일본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제작진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에도 막부 시대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타이베이 로케이션을 통해 당시 일본의 지형과 기후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7세기 일본, 천주교를 전파하기 위해 그곳에 머물던 포르투갈 신부 페레이라(리암 니슨)가 사라진다. 그리고 흉흉한 소문이 들려온다. 페레이라가 천주교를 저버렸으며, 공개적으로 신을 모독했다는 것이다. 페레이라의 두 제자,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와 가르페(애덤 드라이버)는 스승을 구원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천주교 박해가 한창인 일본으로 향한다. 나가사키의 수령 이노우에(잇세이 오가타)의 가혹한 박해를 피해 페레이라의 행적을 좇던 두 신부의 여정은 점점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절망하고 싶은 유혹이 듭니다. 두렵습니다. 당신의 침묵의 무게가 두렵습니다. 기도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허공에 기도하는 것입니까?” 낯선 이국 땅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 로드리게스는 이렇게 탄식한다. 인간이 절망 속에 있을 때 목놓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신의 침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이 영화를 관통하는 거대한 질문이다. 그 자신 또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마틴 스코시즈는 스스로 확답을 내리기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가정을 제기한다. 신을 찾는다는 건 어쩌면 우리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이다. 시냇가에 비친 로드리게스의 얼굴이 잠시 동안 예수의 얼굴로 바뀌는 환영을 보여주듯, <사일런스>는 끊임없는 시험에 고통받는 한 신부의 모습을 통해 종교만큼이나 숭고한 인간적 고뇌의 과정을 유려하게 묘사한다. 2시간40여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풍성한 스토리텔링과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오른 로드리고 프리토의 압도적인 촬영이 긴 여운을 남긴다.


'사일런스'는 17세기, 실종된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인 일본으로 목숨을 걸고 떠난 2명의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대서사 실화 드라마다.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천주교 박해의 현장으로 떠난 두 명의 선교사의 이야기를 통해 종교계의 가장 오래된 논제이자 ‘신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시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깊은 고찰을 그린다. 2016년 전미비평가협회 각색상을 수상하고, 올해의 작품으로 꼽히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후보에 올라 수상이 유력시 되고 있다.
2월 28일 개봉.

 




[영화 <사일런스> 관람 후기

영화의 첫 장면이 김이 펄펄나는 유황이 나오는 온천 지대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기리시탄 신자들을 구멍 뚫린 국자로 끓는 물을 끼얹는 장면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이 잔인하다는 사실에 진저리가 난다. 동서양 모두 옛날에는 지배자가 피지배자인 약한 백성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겼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현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기독교의 가치관이 종말론이다. 종말로 갈수록 사람들의 영성이 발달하여 깨달음을 얻은 자가 많다는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주장에 동의한다. 영성이 발달하면 하느님 나라에 좀 더 가까이 할 것이라는 믿음을 나는 가지고 있다.

17세기 포르투갈 출신의 가톨릭 예수회 지도자인 신부 ‘크리스토바오 페레이라’는 에도 막부 시대, 선교 활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선불교로 개종한 뒤 불교학자가 되어 일본인 아내를 얻는다. 예수회의 지도자였던 사실이 무색하게 배교 후 그의 행보는 놀랍도록 파격적이었다. 1636년 [기만의 폭로]라는 책을 통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역설하고, 가톨릭 교회를 비판해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러한 페레이라 신부의 실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종교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으로 기록되어 회자되고 있다.

< 사일런스>는 이처럼 명망 높은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한 실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에 달했던 17세기, 일본에서 사라진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찾아온 로드리게스, 가루페 신부는 온갖 핍박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은 현지 사람들을 만나고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신부들 역시 박해의 현장 속에서 고통 받는 신자들과 함께 배교를 강요당한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들은 침묵하는 신을 찾는다.

“신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시는가”라는 논제는 오랜 시간 가장 어려운 딜레마로 언급되어 왔다. 실제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스콜세지 감독은 “표면적으로 믿음과 의심은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나는 믿음과 의심은 동반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믿음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믿음을 풍성하게 한다. 의심이 진실한, 불변의 믿음과 공존한다면 우리는 의심을 통해 가장 기쁜 영적 교감을 얻을 수 있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굳건한 의지로 신앙을 배신하지 않으려는 로드리게스 신부와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마다 끊임없이 배교하는 기치지로의 관계를 각각 예수와 유다에 비유하기도 했다.

신자들은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신을 부르짖고, 신은 가장 비통하고 절실한 순간에 침묵한다. 배교를 강요당한 신부들은 자신들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절대적인 믿음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믿음과 의심, 나약함, 인간이 처한 상황 등에 대한 본질적인 해답을 찾고 싶었다는 감독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가진 믿음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에 대한 신의 대답에 대한 메시지를 영화에 녹여내 묵직하고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포르투갈 예수회 로드리게스, 가루페 신부는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의 배교 사실을 믿지 않아 그의 결백을 증언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카오에서 일본인 키치지로를 앞세워 일본에 밀입국한다. 다행하게도 나카사키에 잠입해 들어온 곳이 가톨릭 신자 마을이다. 원로를 위시하여 마을 사람들의 신앙이 순수하다. 로드리게스, 가루페 신부는 움막에 은신하며 미사를 집전하고 고해성사를 준다. 그러나, 신부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나카사키 수령 이노우에는 신부를 내놓으라고 한다. 이노우에 수령은 사흘 안에 신부를 내놓지 않으면 마을 사람 4명을 처형 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후미에(예수님 성화가 그려진 동판)를 발로 밟으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 4명 모두 후미에를 발로 밟았으나 십자가고상에 침을 뱉으라는 수령의 말에 기치지로만 침을 뱉어 배교하여서 살아나고 3명은 바닷가의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이 된다. 십자가에 매달린 몸이 밀물에 잠겨서 죽게 되는 것이다. 3명 중 1명은 3일만에 죽게 된다. 시신의 기독교식 매장을 원하지 않아 불교식으로 불에 태워 화장을 하고 흔적이 남지 않게 뼈도 모두 바다에 던져 버린다. 이들을 침묵으로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과 2명의 신부...하늘에서 지켜보면서 침묵하시는 하느님...자연도 일상의 모습 그대로 침묵이다.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는 이미 배교, 선불교로 개종하여 부인과 자식을 두고 신이 없다고 역설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가루페 신부는 배교하지 않는다. 그를 따르는 신자들이 엮은 짚에 둘둘 말려서 배에 실려가다가 바다로 던져지면서 창에 찔려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흥분하여 헤엄쳐 바다로 뛰어들어 가서 그들과 함께 죽임을 당하는 순교를 하게 되는데, 이 장면을 나카사키 수령의 지시에 의하여 로드리게스 수령은 고스란히 목격하게 되면서 절규한다.

로드리게스 신부는 배교의 압력을 받게 된다. 나카사키 수령 이노우에는 집요하게 다각적으로 로드리게스의 배교를 유도한다. 이미 배교한 스승 페레이라 신부를 만나게 하여 설득 하고, 그가  배교하면 죄없는 기리시탄 백성의 처형이 면해질 것이라며 압박한다. 기리시탄 신자의 머리를 칼로 댕강 잘라 땅바닥에 뒹굴게 하고, 머리없는 몸둥이를 질질 끌어 구덩이에 파묻는 장면을 목격하게 하여 겁에 질리게 한다.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가 인간의 한계점을 시험하는 듯 하다. 구덩이에 사람을 거꾸로 매달고 귀 뒤에 구멍을 뚫어 피가 흘르면서 죽게 하는 장면과 그들의 신음소리 등을 듣게 함으로서 괴롭게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찌 배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배교했다고 사람이 사람을 단죄하는 것은 죄라고 생각을 한다. 하느님도 침묵하지 않는가. 참 사람이라면 침묵하는 것이 도리이리라.

마카오에서부터 로드리게스 신부, 가루페 신부와 동행한 일본인 키치지로는 원래 기리시탄이었으나 배교하여 마카오에 온 것이다.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배교하였다며 로드리게스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받아 회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카치지로는 4명의 기리시탄 마을 사람 처형 때에 오직 그만이 십자가상에 침을 뱉어 배교하여 목숨을 구한다. 로드리게스 신부에게 용서해달라며 고해성사를 받겠다고 한다. 이후 로드리게스 신부를 은전 300냥에 막부에 팔아 넘기면서 유다의 행위를 한다. 팔려가는 신부님께 용서하라고 외친다. 신부가 배교의 흔들림이 심한 시점에 이노우에 수령의 명령으로 그가 나와서 성화가 그려진 동판(후미에)을 밟아 배교하는 장면이 또 다시 나온다.

수시로 배교하고 수시로 회개하는 키치지로의 캐릭터가 연구 대상이다. 원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키치지로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신의 길인가. 인터넷에서 영화에 대한 여러 칼럼을 읽었는데 키치지로와 같은 캐릭터가 앞으로 현대 사회에서 살아갈 인간상이라고 표현한 글이 있다. 이념이나 사상, 종교에 목숨 거는 시대가 이미 지나고 있음을 암시하는 글로 느껴진다. 국가주의, 전체주의가 쇠퇴하고 전 세계가 하나로 되어가는 글로벌 세상에서 인간 개인의 권리와 가치가 중시되는 인권주의적 문화를 어쩌면 이상향으로 제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작 소설 '침묵'의 작가 앤도 슈샤쿠, 영화 '사일런스'의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지향점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이와 모든 것이 존중되는 세상. 선인과 악인에게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나 불의한 이 모두에게 비를 내리시는 자비의 하느님. 침묵하시는 하느님에게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낀다.

- 2017년 3월10일 금요일...수산나 -